공익근무 요원 “할머니 장례식 이후 연가 신청... 그런데 갑자기 출근하랍니다”
2023-07-0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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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네티즌 공분
공익근무 요원 “마음 추스르고 있는데...”
누리꾼들이 가족상을 당한 한 공익근무 요원의 사연의 공분했다.
지난 6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공익 갤러리'에는 '담당관이 장례식 중인데 출근하라고 한다'는 제목의 게시글이 게재됐다.
이날 공익근무 요원 A씨는 "외할머니께서 이번 주 월요일날 돌아가셔서 급하게 반차 쓰고 장례식장으로 뛰어갔다"며 "3일 청원 휴가 신청하고 나중에 금요일까지 같이 교대근무 하는 공익들에게 양해를 구해 놓고 연차를 쓴 뒤 담당자에게 보고 다 해 놨는데 갑자기 업무 공백 있어서 오늘 출근하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A씨가 공개한 문자 메시지에는 공익 담당관과 주고받은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A씨가 "내일 연차 좀 쓰겠습니다"라고 말하자 담당관은 "다른 공익들이랑 이야기되었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어 A씨가 "네"라고 답변했으나 담당관은 다음날 "오늘 출근하세요. 오늘 오후에 대체자 없어서 업무 공백 있다"며 "미리 다른 공익들이랑 이야기된 걸로 아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따져 물었다.
또 A씨는 담당관에게 연차 신청 전 다른 공익근무 요원들과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도 인증했다. 그는 다른 공익근무 요원들에게 "내일 연차 좀 쓸 수 있을까요?"라고 양해를 구했고 다른 공익근무 요원들은 흔쾌히 "괜찮다"고 답했다.
이에 A씨는 "공익들에게 특이사항 못 들었고 원래 한 명 연차 쓸 때를 대비해 3교대 돌렸다가 한 명 비면 2교대로 가는 시스템인데, 전화해 보니 공익들은 아무 이상 없단다"며 "장례식 어제 막 끝내고 식구들이랑 같이 마음 추스르고 있는데 이렇게 나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화했더니 업무 공백 있어서 출근해야 한다는 소리만 반복하고 내 말투에 '불만이 가득 차 있냐'며 따지더라"며 "그 순간 억울하고 나 정말 많이 아껴주신 할머니 돌아가신 거 추모도 방해 받은 게 너무 서러워서 우니까 그제서야 미안하다고 하더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너무 화가 나고 충격 받아서 손이 덜덜 떨린다"며 "구청 근무하는데 민원 넣어야 하나, 복무 지도관에게 전화해야 되나. 누가 좀 알려줘라 제발"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게시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담당관의 만행에 분노를 참지 못했다.
누리꾼들은 "민원 무조건 넣어라", "현역도 청원 휴가는 간부가 함부로 못 건드린다", "커뮤니티에 공론화 ㄱㄱ", "언론사에도 알리고 신문고도 쓰고 다 하셈", "인권위에 알려라", "공익 없다고 업무 공백 생길 거면 망해야지", "제보도 하고 민원도 풀로 넣어야지 사람이 착하네", "민원 넣어라 진짜 악질이네", "공익 없다고 일이 안 돌아가면 일을 하긴 하는 거냐", "와 저걸 넘어가 준다고?", "공익이 뭔 일을 하길래 업무 공백이야?" 등의 댓글을 남겼다.
이 가운데 한 누리꾼이 A씨에게 "할머니 장례 치르는 중인 걸 몰라?"라고 묻자 A씨는 "월요일 반차 쓰면서 할머니 장례식 가야 한다고 보고 다 했다. 청원 휴가 신청도 했는데 3시 반에 퇴근하라고 하더라"며 "9시 출근 6시 퇴근인데 반차 쓰면 1시쯤에 퇴근하는 거 아닌가, 바로 안 보내주더라"고 답했다.
이를 본 다른 누리꾼들은 "반차 오후 2시 기준인데 3시 30분 퇴근하라 그러고 조퇴가 아니라 반차 처리했다고?", "반차인데 3시 30분????" 등 놀란 반응을 드러냈다.
이후 A씨는 지난 3일 동 커뮤니티에 '장례식 공익 후기'라는 제목의 후기 글을 게재했다.
A씨는 후기 글을 통해 "저번 장례식 호출 사건 이후 후기"라며 "저번 주에 글 올리고 난 뒤 복무지도관에게 전화하고 국민 신문고에 민원 넣었다"고 알렸다.
이어 "오후 3시가 넘었음에도 부고 소식 듣고 급하게 반차 쓰고 나가려는 사람 바로 안 보내주고 붙잡은 것도 모자라 장례식 이후 식구 모임까지 방해 받았지만 언론에 제보할 정도로 담당자가 잘못한 건 아닌 거 같아서 제보는 안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장례 진행 중에 불렀으면 진짜로 언론에 고발했을 것"이라며 "오늘 월요일 출근할 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줄 알았는데 주변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지도 모르는 걸 보니 아무래도 조용히 덮어버린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담당자랑 마주쳤음에도 사과를 하지도 화를 내지도 않고 그냥 서로 자기 할 일만 하고 갔다"며 "징계를 받은 거 같지는 않지만 안 보이는 곳에서 한 소리 듣기라도 했겠죠?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는 "그래도 한 번 이렇게 막 대하다가 데였으니 저번처럼 나오지는 않을 거라 믿고 여기서 끝내기로 하겠다"며 "공익들을 함부로 대하는 근무지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