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이삿짐 멋대로 훔치고 가전 전선 싹 잘라간 할머니 2인조 찾습니다”
2023-07-0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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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말리자 당당히 “내 짐이다” 주장한 노인
이사 도중 100만 원 상당 재물 손해 입은 글쓴이
한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할머니 2명에게 100만 원 상당의 이삿짐을 도난당했다.
지난 3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할매 2인조 이삿짐 도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최근 이사 중 일면식도 없는 노인 2명에게 100만 원 상당의 이삿짐을 도난당하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노인 2명은 글쓴이의 이삿짐에서 태블릿, 휴지, 종이컵 같은 생필품뿐만 아니라 고데기, 멀티탭, 드라이키 등 전자 기기의 전선을 모두 잘라갔다.
글쓴이는 "이사 도중 황당하고 열 받는 일을 당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여자친구와 함께 이사하려고 이삿짐센터에 연락해 1톤 차 한 대로 짐을 옮기고 있었다. 천호동에서 천호동으로 10분도 안 되는 거리를 이동하는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삿짐센터 직원분이 포장해 주시다가 1톤 차에 다 안 들어가는 짐 때문에 차 한 대를 더 부르기 아깝다며 직접 옮겨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래서 직접 차에 짐을 싣고 옮기다가 마지막 쯤엔 좀 힘들어서 용달 퀵을 하나 불러서 짐을 한 번에 실어 가려고 대기하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때 이삿짐 직원분한테 전화가 와서 '어떤 할머니가 짐을 건드리고 있다'라고 하셨다. 전화기 너머로 어떤 남성분이 '그렇게 가져가면 안 된다'라고 소리치는 것도 들리더라. 저희는 퀵을 불러 짐을 실어줘야 하는 상황이라 바로 갈 수가 없어서 직원분께 말려달라고 부탁했다"라고 했다.
이후 이사할 집에 도착한 그는 1층 현관 옆에 쌓아둔 짐이 전부 풀어져 있는 광경을 발견했다. 그는 "직원분이 뭐 침낭이랑 삼각대랑 옷 전부 가져가려고 하는 걸 막았다고 하셔서 그렇게 정리된 줄 알았다. 대충 봤을 때 휴지나 종이컵 같은 것들을 가져간 것 같아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말았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집에 도착한 뒤 짐을 풀던 글쓴이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박스 안에 들어있던 전자 기기 전선이 전부 잘려져 있던 것이다. 그는 "충격을 받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뭐가 잘못됐구나' 깨달았다"라며 "관리인분께 건물 CCTV를 요청해서 받았다. 확인해 보니 가관이었다"라고 했다.
그가 공개한 CCTV에 따르면 한 노인이 1층 현관 옆에 쌓인 글쓴이의 이삿짐을 뒤지고 있다. 이어 노인은 우편함에서 무언가를 꺼내간다.
사라진 줄 알았던 노인은 다른 노인 한 명을 더 데려와서 본격적으로 짐을 뒤지기 시작했다. 노인들은 태블릿부터 휴지, 종이컵 등을 챙긴 뒤 가지고 있던 가위로 전자 기기의 전선을 잘라갔다.
이에 글쓴이가 이사한 건물의 주민은 "뭐 하시는 거냐. 가져가지 말아라"라고 했지만, 노인은 "내 짐이다"라며 우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주민이 이삿짐센터 직원을 부르자 노인은 황급히 "몰랐다"라며 유모차에 실었던 큰 짐을 내린 뒤 자리를 떴다.
글쓴이는 "이삿날 정말 힘들었고 짐 정리 아직도 다 못 끝냈다. 저도 별일이 아니면 그냥 해프닝으로 넘어가고 다음부터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끝낼 수 있다. 그런데 CCTV 영상을 보고 주민을 찾아가 이사 떡을 드리면서 얘기해 보니 노인이 자기 짐이라고 우겼다는 얘기를 들었다. 심지어 이삿짐센터 직원분에게 들켜서 몰랐다고 했다고 하더라. 정말 몰랐으면 눈에 보이는 짐이 아닌 본인 가방에 들어간 짐도 놓고 가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위를 가지고 다니면서 선을 잘라가는 게 일반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태블릿 포함해서 총 100만 원 상당의 물건을 가져가고 훼손하셨다. 주말이 끼어있던 터라 더 늦어지면 찾기도 힘들 것 같아서 인터넷에 검색해 봤더니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더라. 대부분 현장에서 잡거나 직접 찾아다니면서 잡았다고 하는데 저희는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너무 열을 받는다"라며 분노했다.
그러면서 "저는 배상도 배상이지만 이분들이 처벌 받았으면 한다. 저도 할머니와 함께 자랐고 노인 공경에 대해서도 관대했다. 그런데 이번 일을 계기로 길가에 폐지 주워가시는 분들에 대해 시선이 곱지 않아졌다"라며 씁쓸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