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친화 기업'이라고 홍보하더니… 육아휴직 신청한 직원 쫓아내려 한 아디다스

'여성 친화 기업'이라던 아디다스가 육아휴직을 신청한 직원에게 부당한 대우를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육아휴직 대신 퇴직을 권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직원은 이른바 한직으로 좌천시켰다는 내용이다.

아디다스코리아가 최근 3년간 육아휴직을 신청한 여직원 여럿에게 퇴직을 종용했다고 3일 매일경제가 단독 보도했다.

매일경제는 2002년 아디다스코리아에 입사해 장기 근속한 직원 A 씨의 사연을 공개, 사측으로 부당 대우를 받았다는 그의 폭로를 전했다.

2020년 5월 유방암을 진단받은 A 씨는 회사에 병가(휴직)를 내고 그해 6월부터 치료를 받았다. A 씨는 병가 후 육아휴직을 이어서 사용하려고 했으나, 회사로부터 "퇴직하는 게 어떻겠느냐?"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퇴직 제안을 거절하자, 사측이 A 씨를 설득할 목적으로 인사팀 부장을 집으로 보낸다고 하거나, 이메일로 '위로금 패키지' 등 퇴직과 관련한 내용을 발송하기도 했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인사팀의 퇴직 압박은 네 차례 더 진행됐다고 한다.

이후 회사로 복직한 A 씨는 약 5개월간 보직이 부여되지 않았고, 지난해 말이 지나서야 발령을 받았다.

기존에 이사 직함을 달았던 A 씨의 새 업무는 옛 부하직원이었던 부장급이 이끄는 1인 조직에서 계약직 직원이 담당한 자투리 일을 대신하는 것이었다.

사측이 자신을 주요 업무에서 배제하고 한직으로 발령했다고 판단한 A 씨는 이에 반발해 올해 1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신고를 넣었고, 노동위원회는 A 씨 손을 들어줬다.

위원회는 "근로자에게 행한 인사발령이 부당전직"이라고 보고, "사건 근로자에게 행한 전직을 취소하고 육아휴직 전에 수행한 직무와 유사한 직무를 부여하라"고 아디다스코리아에 구제명령을 내렸다. 다만 아디다스코리아 측은 "A 씨가 (육아휴직 이전과) 동일한 임금을 받고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구제 명령도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디다스코리아 노동조합에 따르면 A 씨와 유사한 이유(육아휴직)로 불이익을 당한 직원은 최소 3명 이상이다.

매일경제 측은 "아디다스코리아는 2018년 언론을 통해 '여성 친화 기업'을 추구하는 등 여성인력 발굴 육성에 남다른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며 "지난달 30일 (사측에) 해명을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답을 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스포츠용품 브랜드 아디다스는 독일에 기반을 둔 글로벌 컴퍼니로, 전 세계에 5만 700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아디다스코리아는 1982년 아디다스의 한국 진출과 함께 설립, 2016년 기준 직영 매장 직원을 포함해 1080명 이상이 여기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