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이 승객에게 '라면 국물' 쏟았는데… 제주항공의 대응이 뭔가 황당하다
2023-06-30 14:05
add remove print link
속옷, 가방까지 젖었는데 2만원 배상
배상 사유에 승무원 책임 내용도 없어
제주항공이 승무원의 잘못으로 고객이 피해를 입었는데도 부실 대응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다.
29일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이달 베트남 휴양지 다낭에 가려고 제주항공을 탔는데 승무원이 나한테 라면 국물을 쏟았다’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복도 쪽 좌석에 앉았다는 글쓴이 A씨는 “창가 쪽에 앉은 커플이 라면 2개를 주문했고, 승무원이 용기를 회수하다가 나한테 쏟아버렸다”며 “바지 쪽으로 쏟아서 속옷과 가방까지 라면 국물에 다 젖었다”고 했다.
A씨는 “여행 시작인데 추억 만들었다 생각하고 ‘알아서 보상해주겠지’ 하는 마음에 사과하는 승무원에게 ‘괜찮다’고 말했다”며 “클리닝 보상비용이라고 쿠폰을 하나 받았다. 한국 가면 소정의 보상비용을 준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는 다낭 호텔에 도착해 젖은 의류를 직접 손빨래했다. 한국에 돌아온 후 제주항공 고객센터에 ‘어떻게 보상받느냐’고 묻자 “금전적 보상은 어렵고, 인천공항에서 세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A씨가 '기내 승무원이 했던 말과 다르다'고 항의하자, 제주항공 측은 1만원 보상, 2만원 보상 등을 제시했다.
A씨가 보상안을 받아들이자 제주항공은 배상동의서 자필 사인과 통장 사본, 신분증을 요구했다.
문제는 제주항공이 보내온 배상동의서에 배상 사유가 ‘기내 에어카페 이용 중 라면으로 인한 의류 이염’으로 되어 있었다는 점.
A씨는 라면 주문자, 즉 에어카페 이용자가 아니었다. 더구나 승무원이 실수로 승객에게 라면 국물을 쏟았다는 문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A씨는 ‘승무원의 실수로 라면 국물을 쏟아 의류 이염이 됐음’이라는 문구로 수정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제주항공은 거부했다고 한다. 누가 봐도 제대로 이해가 되게 적었고, 변경한들 A씨에게 도움되는 것도 없다는 게 이유였다.
A씨는 “그냥 대충 사인하면 끝날 일을 너무 귀찮게 만든 건가 생각도 들고, 내가 피해 입었는데 왜 내가 설득하고 상황 설명하고 정정해주고 있지 생각도 든다”며 “보상 금액을 떠나 문제에 대한 대응이 많이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누리꾼들에게 "내가 진상인 거냐 호구인 거냐. 아니면 정상인 거냐"고 물었다.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호구가 맞다", "업체들이 진상을 만들어낸다", "2만원이라니 세탁비가 더 나오겠다", "동네 음식점도 아니고 기내에서 일어났는데" 등 항공사의 처사를 비난하는 반응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은 30일 조선닷컴에 “배상 과정에서 해당 승객과 약간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현재는 A씨가 원하는 대로 문구를 변경한 배상동의서를 보내 절차가 마무리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승객이 위와 같은 피해를 본 경우 승객이 돌아오는 곳 공항에서 무료로 세탁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만약 승객이 현지에서 개인적으로 세탁한 후 지불한 비용을 증빙한다면 이를 배상해줄 때도 있다.
다만 A씨의 경우 직접 세탁했기에 별도의 증빙을 할 수 없었고, 이에 따라 항공사 측은 2만원의 배상금을 제안해 서로 동의한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동의서에 적힌 배상 사유에 관해선 “처음 A씨가 고객센터에 ‘기내에서 라면이 쏟아져 옷이 더러워졌다’고만 말해 고객센터 직원은 상황을 오해한 것 같다”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목적은 전혀 아니었다. 배상동의서를 받으면서 책임을 회피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