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현장에 대통령이 출동해도 이제 '의전' 안 합니다 (+이유)

2023-06-2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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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 눈살 찌푸리게 한 재난 현장 의전문제
정부, 위기관리 지침서 'VIP 의전' 삭제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재난 현장에 걸림돌이 되는 의전 문제가 이제야 사라질 전망이다.

현장 수습에 나선 공무원 등 인력은 대통령이나 장·차관 등이 현장에 방문해도 앞으로 지원과 의전을 맡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발생 당시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 / 이하 대통령실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발생 당시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 / 이하 대통령실

정부가 '국가 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에 따라 재난 유형별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28일 머니투데이가 단독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대통령, 장·차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VIP 의전'에 관한 부분을 삭제하라고 최근 각 부처에 전달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 현장 인력이 일명 VIP로 통하는 주요 인사 의전을 하느라 사고 수습을 뒷전으로 하는 일을 막자는 취지에서다.

행정안전부 장관 보고를 듣는 윤 대통령의 모습
행정안전부 장관 보고를 듣는 윤 대통령의 모습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에 "재난 현장에서 주요 인사의 현장 방문 지원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내부 회의 때마다 나왔다"며 "재난 대응에선 신속하게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현장 역량이 의전 등 다른 쪽으로 소진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지속해 얘기가 나왔고, 이에 각 부처에 지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서울 동대문시장 화재 당시 모습. 현장을 찾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행정안전부 제공
2019년 서울 동대문시장 화재 당시 모습. 현장을 찾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행정안전부 제공

재난 현장에서의 요란한 의전 문제는 늘 여럿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사고 수습에 나서야 할 인력이 '높으신 분'에게 현장을 안내하고 사고를 브리핑하는데 동원돼 제때 대응을 못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VIP 방문이 오히려 수습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2021년 8월 경기도 한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은 이런 정치인들의 현장 방문 문제를 비판, "재난 현장에는 단장님, 서장님, 본부장님 등 현장을 잘 아는 (간부)직원들이 많이 있다. 정치인이 방문하면 의전을 비롯한 사진 촬영 등으로 직원들이 현장 활동하는데 방해만 된다. 불필요한 재난 현장 방문보다 (소방) 직원들이 사고 났을 때 처우를 어떻게 해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는 내용의 글을 온라인에 올려 화제를 모았다.

같은 해 6월, 기초의회 의원 등 일부 정치인이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사고 현장을 찾아 기념사진을 찍고 과도한 의전을 요구해 뭇매를 맞았다.

home 김혜민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