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수소와 만난 북한 암소가 몰살된 이유… 정주영 소떼(1001마리), 북한서 어떻게 됐을까
2023-06-2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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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암소, 출산 중 대량 몰살”
수의사 출신 탈북자 1호 증언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98년 6월 16일 오전 10시, 판문점.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 떼 500마리를 몰고 판문점을 넘었다. 정 회장은 같은 해 10월 27일 방북할 때는 소 501마리를 끌고 갔다.
두 차례 '소 떼 방북'을 두고 당시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 문명비평가인 기 소르망은 '가장 아름답고 충격적인 전위예술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83세의 나이로 소 떼 방북을 결행한 정 회장은 오래전에 고인(2001년 작고)이 됐지만, 이때 뿌려진 씨앗은 남북관계를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다. 남북정상회담과 개선공단사업 등이 그 성과물이다.
그렇다면 당시 북한으로 보낸 대대 병력의 한우는 어떻게 됐을까. 척박한 북녘에서 새끼를 무럭무럭 낳아 축산업 발전의 '늧'이 됐을까.
최근 탈북민 이유미(47)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중고차는 유미카'에 '정주영 회장님 보내주신 한국 수소가 북한 암소가 만나서 새끼 낳으면'이라는 영상이 올라왔다. 구독자 34만여 명의 이 채널은 이름과 달리 주된 콘텐츠는 다른 탈북민의 탈북기를 소개하는 인터뷰 영상이다.
영상에서 진행자 이유미 씨는 수의사 출신 탈북자 1호인 조충희 씨와 정 회장 소 떼 방북의 파급 효과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조 씨는 "정 회장이 북한에 끌고 간 한우를 평안남도에 25마리를 보낸 것을 직접 봤다"며 "각 도에 20마리, 25마리씩 나눠줬다. 그거 가지고 품종 개량하려고"라고 말했다.
결과는 실패였다는 게 조 씨의 주장이다. 남한 수소와 북한 암소 간 체급 차가 워낙 컸기 때문이었다.
방북한 소 떼 중 절반가량인 한우 수소가 북한 암소와 교접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한국 소는 체중이 400~500kg로 거구지만, 북한 소는 150kg 수준으로 한국의 돼지 정도의 크기였다. 유전적으로 새끼가 아빠를 닮아 덩치가 클 수밖에 없다 보니 북한 암소가 출산하다 죽어버리는 사례가 속출했다는 것.
조 씨는 이는 뜬소문이 아니라 직접 겪은 경험담이라고 강조했다.
조 씨는 이어 "그러면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데 북한 소는 제왕절개를 하면 못 쓰게 된다"며 "왜냐하면 북한 소들은 전부 일 소(일하는 소)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남북은 소를 키우는 목적도 차이가 나는 셈이다.
그는 "남쪽은 소를 사람이 먹기 위해 키우나 북한은 일하기 위해서 사육한다"며 "아직도 북한 농촌엔 트랙터나 농기계가 없어 소로 대신한다"고 했다.
한편 북한 함경남도 혜산시 출신으로 2006년 탈북한 새터민인 이유미 씨는 한국에서 중고차 딜러 11년 차의 커리어 우먼이다. '중고차는 유미카'라는 유튜브 채널명도 여기서 따왔다.
아래 영상에서 위의 내용은 15분께부터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