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등 교사 “이거 읽고 그냥 욕해도 돼. 학부모들 꼭 봐줘” 글, 반응 폭발

2023-06-1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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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30대 중반, 3~6학년 가르쳐 봤다”
“나 땐 이랬다는 얘기 안 한다. 그냥 끝났다”

서울 소재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공교육이 망했다고 주장하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한 초등학생이 교사의 가르침을 받으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참고 사진) /imtmphoto-shutterstock.com
한 초등학생이 교사의 가르침을 받으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참고 사진) /imtmphoto-shutterstock.com

초등교사 A씨는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그냥 욕해도 돼. 나 초등교사야. 학부모들 꼭 봐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 진짜로 아이들 예뻐해! 아이들하고 운동장 뛰고, 뉴 스포츠하고, 게임하고, 공부하고, 노래 부르고... 아이들이 눈 반짝반짝하면서 '아하~! 그런 거였구나?' 이런 말 들을 때 너무 보람 느껴.

아이들이 종알종알 묻지도 않은 말 계속 얘기하는 것도 예쁘고, 아직 필터링 없이 자기 맘속의 깊은 이야기해주는 것도 너무너무 예뻐.

나 임용고시 본 지도 정말 오래됐는데, 아직도 과목별 총괄 목표 지도서 읽어봐. 초심 잃지 않으려고...

아이들 글똥누기(자기 마음을 시원하게 털어놓는 글쓰기) 노트에 피드백 다섯 줄씩 써주다가 손목건초염도 왔었어.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동기부여 해주기 위해 코딩도 듣고, AI 등 미래 사회 관련 책도 꾸준히 읽어.

내 나이는 30대 중반이야. 학년은 3학년에서 6학년까지 가르쳐 봤어.

나 땐 이랬다는 얘기 안 할게. 딱 까놓고 말해서 서울 교육은 끝났어!

Discipline(훈육)이라고 하지? 없어! 없어! 없다고! 선생님들도 안 해! 그냥 피해! 그냥 있다가 보내래.

어떤 아이가 수업 시간 내내 수업 방해하는데, 쉬는 시간에 불러서 얘기하면 놀이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한 아동 학대래. 수업 시간에 따로 불러 얘기하면 그 시간에 수업한 거 프린트해주고 따로 가르치래. 수업권 침해래. 그 아이가 침해한 20여 명의 교육 시간은 어떻게 보상할 거냐고 해.

성적? 진짜 애들이 잘해서 '잘함' 받는 건 줄 아니? '보통' 주면 바로 전화 오고 민원 들어와. 학교에서 뭘 가르쳤냐고 하네?

기초가 너무 안 돼 있어 남겨서 가르치려고 하면 학원 시간에 늦어서 안 된대. 학원에선 잘한다는데 왜 학교에서 아이 사기 떨어지게 '보통' 주냐고 해.

회사 끝나고 또 회사 가는 느낌이야. 애들 통지표에 좋은 점과 행동 수정 쓰려고 하면 교감 선생님이 불러 아이들 트라우마 생긴다고 다 지우래. 아 쓰다가 더 화나네!

너희 학부모는 보통 아이가 하나지만, 우리는 20명을 봐. 배려를 가르치려는데 안된다.

싸움 일어나면 이 아이, 저 아이 얘기 들어보는데 다 똑같아. '쟤가 먼저 그랬어요'라면서 자기는 잘못 하나도 없대.

감정 노동도 뭔가 리워드를 받아야 하지... 관리자들도 자기 승진에 누가 될까 봐 쉬쉬해. 애들끼리 싸우면서 하는 발길질에 내가 맞았어도 아이든 학부모든 관리자든 누구 하나 사과 안 해. 아이는 그렇다 쳐도 어른은 그러면 안 되지.

그냥. 서울 초등 교육 망했어.

이렇게 얘기하면 '그래도 예쁜 애들 보면서 견디세요'라고 하는데, 그 예쁜 애들이 진짜 피해자야. 어떻게 보면 행동 수정이 필요한 애들도 피해자야.

난 이 모든 게 사회적 분위기와 어른들이 만들었다고 생각해. 나도 피해 갈 순 없어.

이렇게 생각해보자. 국그릇에 누가 카악 퉤엣! 가래를 뱉었다면 너흰 그거 떠내고 먹니? 한강이나 바다 같은 넓은 곳에 소변이나 가래가 떠다닌다 치자. 자연 정화될 수 있겠지. 근데 국그릇? 초등 교육 망했어.

아, 내일 학교 가기 진짜 싫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학부모들 진짜 반성해야 한다. 자기 애만 귀하게 생각하는 거 너무 심하다" "콜센터에 전화하면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라고 해주는데, 우리 교사들은 그런 것도 없다. 그저 동네북" "이상한 애들이랑 학부모 때문에 대다수의 착하고 멀쩡한 애들이 피해 보는 상황이 지켜보는 입장에서 너무 안타까워. 진짜 뭐 크게 바라는 거 없어. 말도 안 되는 아동 학대 신고랑 민원, 진상 짓만이라도 어떻게 하자. 상식이 존중받는 사회만 되게 하자" "내가 교사를 그만두는 날은 언젠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때이지 않을까 싶어. 매일 그 생각을 해" "요즘 회사 생리를 보는 것 같네. 잘못이 발생했을 때 누구 하나 나서지 않으니 어느 순간 관리자도 직원도 다 자기 편하고 유리한 대로..." "난 초등생 학부모인데, 질 나쁜 아이에게 우리 아이가 피해를 봐도 차마 선생님에게 전달을 못 하겠더라"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