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아이돌 소속사에 투자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023-06-1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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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휴먼 개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직접 투자
오픈이노베이션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 지속 지원
"잠시 분위기를 바꿔보도록 하겠습니다."
15일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HMG Open Inovation Tech Day)' 행사 중 갑자기 암전이 됐다. 화면에 뮤직비디오 한 편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감각적인 비트에 4인조 걸그룹의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올해 1월 25일 데뷔한 아이돌 그룹 MAVE:의 싱글 앨범 '판도라(PANDORA)'의 뮤직비디오였다. 독특한 것은 그룹 멤버 모두가 버추얼 휴먼이라는 사실이다.
이 밖에도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됐는데,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되던 중 단상으로 하얀색 로봇 하나가 올라왔다. 특수 고무 소재의 바퀴를 달은 로봇이 사람의 도움 없이 직접 계단을 밟고 올라온 것이다. 로봇은 프레젠테이션 중인 연사 앞에 멈춰섰고, 연사는 로봇의 수납함을 열어 생수를 한병 꺼내들었다. "오늘 시연 때문에 생수만 다섯 병째입니다"라고 너스레를 떤 사람은 최진 모빈(MOBINN)대표였다.
매우 잘 나가는 벤처기업 같지만 사실 업력이 1년도 채 되지 않는 신생 회사다. 최진 대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현대차그룹 직원이었지만, 사내 스타트업 지원 정책으로 CEO가 되었다. 현대차그룹은 사내 스타트업 제도를 통해 임직원이 비전 있는 방향성을 제시할 경우 3억 원의 개발 지원비와 사무 공간을 제공하고 1년 동안 해당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끔 지원해준다고 한다. 그렇게 지금까지 총 30개의 사내 스타트업이 분사했고 이들의 누적 매출액은 2천 8백억 원, 신규 인력 채용은 800명 이상을 달성했다.
현대차그룹이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을 본격 강화하기 사작한 2017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200여개 이상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은 1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이중 보스턴 다이내믹스, 모셔널, 슈퍼널 등 대규모 해외 투자는 제외한 수치다. 분야별로 보면 모빌리티 분야가 7537억 원으로 가장 많고, 전동화 2818억 원, 커넥티비티 1262억 원, 인공지능 600억 원, 자율주행 540억 원, 수소 포함 에너지 분야에 253억 원 등이다.
현대차그룹은 전세계에 숨어 있는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미국, 독일, 이스라엘, 중국, 싱가포르 등 5개 국가에서 '크래들(CRADLE)'이라는 혁신거점을 운영 중이다. 한국에는 오픈이노베이션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제로원(ZER01NE)'을 설립했다. 전세계 주요 국가에서 총 19개의 투자 펀드를 운영하며 글로벌 투자 역량을 제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18년 설립된 제로원은 '제로원 액셀러레이터'라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예술가까지 포함해 크리에이터들간 협업을 촉진하는 '제로원 플레이그라운드'도 운영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대표적으로 알고 있는 투자 사례로 크로아티아의 초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RIMAC)'을 예시로 들기도 했다. 최근 기업 가치가 22억 유로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 했으며, 현대차가 전기차 시대의 고성능 모델을 개발할 때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국내 제조 분야 AI솔루션기업 '마키나락스(MakinaRocks)' ▲미국의 양자 컴퓨팅 업체 '아이온큐(IONQ)' ▲미국 음성인식 솔루션 업체 '사운드하운드(SoundHound)', ▲소프트웨어 시험검증 솔루션 전문기업 '슈어소프트테크(Suresofttech)' 등 다양한 투자 사례와 함께 현재 이들과 협업하는 분야에 대해 설명했다. 문성환 현대차·기아 CorpDev팀 팀장은 "현대차그룹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글로벌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전략투자, 합작투자, M&A 등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전략적 협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시장 상황과 업체현황, 당사 전략을 면밀히 검토해 전략적 투자 성과가 혁신생태계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