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아이돌 소속사에 투자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023-06-1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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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휴먼 개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직접 투자
오픈이노베이션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 지속 지원

"잠시 분위기를 바꿔보도록 하겠습니다."

15일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HMG Open Inovation Tech Day)' 행사 중 갑자기 암전이 됐다. 화면에 뮤직비디오 한 편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감각적인 비트에 4인조 걸그룹의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올해 1월 25일 데뷔한 아이돌 그룹 MAVE:의 싱글 앨범 '판도라(PANDORA)'의 뮤직비디오였다. 독특한 것은 그룹 멤버 모두가 버추얼 휴먼이라는 사실이다.

1theK(원더케이) 유튜브
데뷔 영상이 MBC '쇼! 음악중심' 해당 회차 클립 중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은 MAVE:의 소속사는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다. 최첨단 센서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얼굴의 감정 인식, 표정 분석 등을 통해 버추얼 휴먼을 생성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버추얼 크리에이터 '리나' 등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고 있다. 강성구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실장은 "유저의 감정을 인식해서 버추얼 휴먼이 유저를 직접 위로해주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지난해 투자를 진행했으며, 상호 협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됐는데,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되던 중 단상으로 하얀색 로봇 하나가 올라왔다. 특수 고무 소재의 바퀴를 달은 로봇이 사람의 도움 없이 직접 계단을 밟고 올라온 것이다. 로봇은 프레젠테이션 중인 연사 앞에 멈춰섰고, 연사는 로봇의 수납함을 열어 생수를 한병 꺼내들었다. "오늘 시연 때문에 생수만 다섯 병째입니다"라고 너스레를 떤 사람은 최진 모빈(MOBINN)대표였다.

MOBINN(모빈) 최진 대표와 모빈에서 제작한 배달용 로봇 / 권혁재PD
MOBINN(모빈) 최진 대표와 모빈에서 제작한 배달용 로봇 / 권혁재PD
모빈이 시연한 로봇은 라스트마일 배송 로봇이다. 1km 이내의 거리에서 배달을 시키는 비율이 무려 48.6%로 이런 단거리는 인건비가 들어가는 인력보다 로봇을 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인도턱이나 계단을 다니기 위해 특수 고무 소재의 바퀴를 달고, 야간 배달이 많은 만큼 라이다(Lidar)센서까지 장착되어 있다. 얼마 전에는 편의점 브랜드 CU와 협업을 통해 아파트 단지 내 배달에 테스트로 도입했었다. 최근에는 위험한 도로 공사 현장에 수신호 로봇으로 사용하자는 한국도로공사의 제안도 받았다.

매우 잘 나가는 벤처기업 같지만 사실 업력이 1년도 채 되지 않는 신생 회사다. 최진 대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현대차그룹 직원이었지만, 사내 스타트업 지원 정책으로 CEO가 되었다. 현대차그룹은 사내 스타트업 제도를 통해 임직원이 비전 있는 방향성을 제시할 경우 3억 원의 개발 지원비와 사무 공간을 제공하고 1년 동안 해당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끔 지원해준다고 한다. 그렇게 지금까지 총 30개의 사내 스타트업이 분사했고 이들의 누적 매출액은 2천 8백억 원, 신규 인력 채용은 800명 이상을 달성했다.

현대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 참석자들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 참석자들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현대차그룹
최초로 진행된 '현대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HMG Open Inovation Tech Day)'는 현대차그룹이 스타트업 생태계와의 상생 전략을 비롯 개방형 혁신 성과, 스타트업 협업 체계 등을 발표하는 자리다. 특히 이 자리에는 ▲모빈을 비롯한 ▲모빌테크(MobilTech)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Metaverse Entertainment) ▲뷰메진(ViewMagine) ▲어플레이즈(Aplayz) 등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5개 스타트업 기업이 주요 기술을 함께 전시하기도 했다. 이들은 (상기 스타트업 기업 순서대로)▲라스트마일 배송 로봇 전문 기업 ▲라이다(Lidar)와 카메라 등 융복합센서 솔루션을 통한 '실감형 디지털 트윈'기술 ▲가상현실 플랫폼 개발과 버추얼 아이돌 매니지먼트 ▲AI자율주행 드론을 통한 건설현장 안전 및 품질 검사 솔루션 ▲AI기반 공간별 맞춤 음악 자동 선정 및 재생 서비스 등 사업 분야도 다양했다.

현대차그룹이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을 본격 강화하기 사작한 2017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200여개 이상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은 1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이중 보스턴 다이내믹스, 모셔널, 슈퍼널 등 대규모 해외 투자는 제외한 수치다. 분야별로 보면 모빌리티 분야가 7537억 원으로 가장 많고, 전동화 2818억 원, 커넥티비티 1262억 원, 인공지능 600억 원, 자율주행 540억 원, 수소 포함 에너지 분야에 253억 원 등이다.

현대차·기아 오픈이노베이션추진실 황윤성 상무가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 현대차그룹
현대차·기아 오픈이노베이션추진실 황윤성 상무가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 현대차그룹
황윤성 오픈이노베이션추진실 상무는 "혁신적인 기술이나 서비스를 통해 인류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스타트업이 바로 우리 그룹이 찾고 있는 기업"이라며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협력 과정에서 우리게에 중요한 인사이트를 주는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고 육성함으로써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목표"라며 대규모 투자는 분명한 기준과 철학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전세계에 숨어 있는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미국, 독일, 이스라엘, 중국, 싱가포르 등 5개 국가에서 '크래들(CRADLE)'이라는 혁신거점을 운영 중이다. 한국에는 오픈이노베이션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제로원(ZER01NE)'을 설립했다. 전세계 주요 국가에서 총 19개의 투자 펀드를 운영하며 글로벌 투자 역량을 제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18년 설립된 제로원은 '제로원 액셀러레이터'라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예술가까지 포함해 크리에이터들간 협업을 촉진하는 '제로원 플레이그라운드'도 운영하고 있다.

아이오니티 충전소를 통해 충전 중인 전기차 / IONITY
아이오니티 충전소를 통해 충전 중인 전기차 / IONITY
이에 대한 투자 현황과 협업 사례들에 대해서도 공개했다. 유럽의 EV 초고속 충전 인프라 업체인 '아이오니티(IONITY)' 또한 현대차그룹의 투자와 함께 눈에 띄는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2022년 말 기준 유럽 24개국에 약 450개의 충전소 건립을 완료했으며, 약 2천여 개의 초고속 충전기를 설치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고객을 대상으로 아이오니티의 충전 시설을 1년간 무료 이용 가능한 프리미엄 패키지를 제공하는 등 지분 투자 외에 비즈니스 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대표적으로 알고 있는 투자 사례로 크로아티아의 초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RIMAC)'을 예시로 들기도 했다. 최근 기업 가치가 22억 유로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 했으며, 현대차가 전기차 시대의 고성능 모델을 개발할 때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국내 제조 분야 AI솔루션기업 '마키나락스(MakinaRocks)' ▲미국의 양자 컴퓨팅 업체 '아이온큐(IONQ)' ▲미국 음성인식 솔루션 업체 '사운드하운드(SoundHound)', ▲소프트웨어 시험검증 솔루션 전문기업 '슈어소프트테크(Suresofttech)' 등 다양한 투자 사례와 함께 현재 이들과 협업하는 분야에 대해 설명했다. 문성환 현대차·기아 CorpDev팀 팀장은 "현대차그룹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글로벌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전략투자, 합작투자, M&A 등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전략적 협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시장 상황과 업체현황, 당사 전략을 면밀히 검토해 전략적 투자 성과가 혁신생태계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에 참석한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부스. 소속 버츄얼 휴먼 리나와 걸그룹 MAVE: 입간판 / 현대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에 참석한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부스. 소속 버츄얼 휴먼 리나와 걸그룹 MAVE: 입간판 / 현대차그룹
앞으로도 현대차그룹은 창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미래를 대전환시킬 스타트업을 발굴해 과감한 협업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새롭게 모색하고 있는 개방형 혁신 분야로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로 지속 진화하는 자동차)를 비롯해 자원순환 및 저탄소,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기술 등이다.

home 권혁재 기자 mobomtaxi@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