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복제하려던 '칩 매국노'의 이중성

2023-06-1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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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술자 중국 가봤자 팽 당한다” 해놓고
정작 자신은 중국 자본 등에 업고 '두뇌 사냥'

이하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 삼성전자·연합뉴스
이하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 삼성전자·연합뉴스

삼성전자의 영업기밀을 이용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똑같은 공장을 중국에 세워 반도체를 대량 생산하려고 했던 삼성전자 전직 임원이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중국 반도체 제조회사 대표인 그는 국내 반도체 핵심 인력 200여명을 영입한 뒤 친정 회사로부터 국가 첨단산업 핵심 기술을 빼돌려 '현대판 매국노', '칩 매국노'라는 지탄이 붙는다. 이와 함께 그가 "중국 가봤자 팽 당한다"며 한국 반도체 기술 인재들의 중국행을 공개 만류해온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이중적인 처신도 비판받고 있다.

삼성전자(왼쪽)와 SK하이닉스 / 연합뉴스
삼성전자(왼쪽)와 SK하이닉스 / 연합뉴스

12일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박진성 부장검사)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최모(65) 씨를 구속기소 했다.

그는 자본을 대만과 중국에서 끌어오고, 기술은 삼성전자에서 빼돌리고, 인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영입해 중국 시안에 삼성전자와 똑같은 판박이 공장을 세우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씨는 삼성전자 상무를 거쳐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부사장을 지내는 등 국내 반도체 제조 분야 권위자다. 2010년 하이닉스 대표이사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며 회사를 떠난 그는 중국계 자본과 손을 잡았다.

애플 최대 협력업체인 대만 폭스콘으로부터 투자금 8조원을 받기로 약정한 뒤 싱가포르에 반도체 컨설팅 업체 진세미(진반도체)를 설립했다. 진세미가 중국 청두시와 합작회사 CHJS(청두가오전 하이테크놀로지)를 출범시키자 대표를 맡아 중국 메모리 '반도체 굴기'에 협력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고액 연봉을 제안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핵심 인력 200명 이상을 스카우트했다. 이들에게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도면 등을 입수해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기술 유출로 삼성전자의 예상 피해 금액은 최소 3000억원이다.

삼성전자·연합뉴스 제공
삼성전자·연합뉴스 제공

반도체 영웅에서 산업스파이로 전락한 그의 매국적 죄질과 함께 표리부동한 면모도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는 중국과의 밀착 행보와 달리 입으로는 한국 반도체 엔지니어들의 중국 러시를 경계해온 인물이다.

그는 진세미 대표이던 시절인 2017년 11월 대만 현지에서 진행된 국내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술자가 어설프게 중국에 가 봤자 팽 당할 수 있으니 가지 말라고 말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진세미가 중국으로 한국 반도체 인력을 빼간다는 소문 확인 요청에 대한 답변이었다.

한국 메모리 기술자가 중국에 가면 최대 9배의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돈다는 질문에는 "나도 그 보도를 봤다. 잘 모르는 기자들이 브로커 몇 명의 말만 듣고 쓴 것 같다"며 "주변에 그렇게 받고 누구 간 사람이 있는가? 나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부정했다.

당시 중국 자본과 결탁해 국내 반도체 두뇌 사냥을 벌이던 그가 겉 다르고 속 다른 언론플레이를 한 것이다.

최 씨는 중국 메모리 기술은 언어가 서로 통하는 대만 사람들이 이끌어 가고 있다며 중국 기업으로 이적한 한국 반도체 엔지니어들은 '단물만 빨리고 버려진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대만에서 지도층에 오른,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은 좋지 않은 한국 감정을 아직도 품고 있다. 1990년대 한국 일방의 단교 관련 얘기를 아직도 하면서 '믿지 못할 사람들'이라고 한다"며 "대만 사람들이 키를 잡고 가는 중국 반도체 시장에서 그 아래로 한국인이 기술자로 가 봤자 오래 가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 엔지니어는 역할이 아주 한정돼 있다. 1~2년 지식과 경험을 제공하고 난 뒤 버려질 확률이 높다"고 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