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갑자기 발작할 수 있다” 일본 '인어공주'에 걸린 경고문…우리나라는?
2023-06-1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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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3%는 '광과민성증후군'
한국은 경고문 없이 개봉 논란


9일 일본에서 일제히 개봉된 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에 '발작 주의' 경고문이 걸렸다. 어두운 극장 안에서 관람할 시 뇌전증(간질)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인데, 일본에 앞서 개봉된 우리나라에서는 뒷짐 지고 있어 논란이다.
연예전문매체 TV리포트에 따르면 이날 영화 제작사인 월트 디즈니 재팬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빛에 민감한 관객이 '인어공주'를 관람할 경우 광과민성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디즈니 측은 "빛에 대한 민감도는 관객 개개인에 따라 다르므로 시청 시 각별히 주의하시길 바란다"며 "빛의 자극에 민감하신 분은 신중한 판단을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광과민성증후군(광과민성 발작·Photosensitive epilepsy)이란 순간적으로 번쩍거리는 빛을 보고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대개 자연적인 빛보다는 TV, 모니터, 스마트폰 등 화면 속의 빛으로 인해 발생한다.
광과민성증후군이 주목받은 것은 1997년 일본에서 발생한 '포켓몬 쇼크'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는 당시 인기 애니메이션 작품이었던 '포켓몬스터'를 시청하던 아이들이 발작을 일으킨 사건이다. 당시 TV도쿄가 밝힌 바에 따르면 750명의 환자가 발작을 일으켰으며, 이 중 135명이 입원했다.
사건 발생 후 광과민성증후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에는 번쩍이거나 화면이 켜졌다 꺼지는듯한 점멸 효과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게 됐다.

이런 여파로 2021년 6월 국내 개봉된 디즈니 실사 영화 '크루엘라'의 상영관에는 광과민성증후군 주의 문구가 붙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광과민성증후군은 전체 뇌전증 환자의 3%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뇌전증 환자가 약 14만 명임을 고려하면, 예상 환자 수는 약 4000명 정도다. 진단되지 않은 환자는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특히 아이가 영상을 보다 발작을 일으키면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 있으므로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인어공주'는 국내에서 전체관람가 영화인 덕에 가족 관람객이 많다.이런 위험성을 안고 있는데도 '인어공주'가 별다른 안내 조치 없이 국내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한편 흑인 배우가 주연을 맡으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인어공주'는 한국과 중국에서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그 이유로 미국 CNN은 '인종차별'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