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이웃집 반려견에 시달린 주민, 100만 원 받는다

2023-05-3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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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개 짖는 소리에 시달린 주민
광주지법, 100만 원 손해배상 판결

"야!!!!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지나친 반려견 소음에 괴로움을 호소한 남성이 참다못해 아파트 단지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소리치는 영상이 한때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다른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인 데다, 개 짖는 소리는 법령상 층간소음 기준에 미치지 못해 그간 별다른 해법이 없었는데, 이웃에게 피해를 줬다면 정신적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와 이목을 집중케 하고 있다.

집 안에서 소음을 유발하는 반려견의 모습을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를 통해 가상으로 구현한 이미지 / 이하 MS Bing Image Creator
집 안에서 소음을 유발하는 반려견의 모습을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를 통해 가상으로 구현한 이미지 / 이하 MS Bing Image Creator

광주지방법원 민사24단독(부장판사 박현)이 반려견 소음으로 피해를 준 이웃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A 씨에게 일부 승소 판결했다는 소식이 31일 연합뉴스 등을 통해 전해졌다. 이웃에게 손해를 끼친 반려견 주인에게는 1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광주 동구의 한 아파트로 이사한 A 씨는 아래층에서 나는 개 짖는 소리에 시달려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했다. 장애로 거동이 불편해 거의 집 안에 있었던 탓에 스트레스는 극심했다.

관리실을 통해 돌아온 답변은 "이해해 달라"였다. 아랫집 주민은 반려견에다 유기견까지 임시 보호하고 있으니 양해해 달란 입장을 전했다.

이후에도 하루에 5시간 이상 개 짖는 소리가 계속됐고, A 씨는 견주에게 문자메시지와 전화를 해 "몸이 불편해 누워있을 수밖에 없다. 추가 조치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견주는 "반려견과 정이 들어 다른 곳에 보내기 어렵다. 개 훈련사 상담을 받고 성대 수술, 출근 시 동반 외출을 해보겠다"며 다시금 양해를 부탁했다.

스트레스가 계속된 A 씨는 수면장애까지 앓게 됐고, 지난해 6월 초 파출소와 경찰 112 상황실에 신고했다. 그러나 "개 소음은 신고 대상이 아니다"란 이유로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고,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도 문의해 봤지만 "개는 물건에 해당해 조정·소음 측정 대상이 아니다"라며 거절당했다.

A 씨는 아파트를 떠나기로 결심하고 결국 집을 내놓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쉬이 집이 나가지 않았고, 견주에게 성대 수술 등 소음을 줄여달란 요구를 계속했다.

끝까지 해결이 되질 않자, 위자료 300만 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내게 된 것이다.

개가 짖는 모습을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를 통해 가상으로 구현했다.
개가 짖는 모습을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를 통해 가상으로 구현했다.

재판부는 "개 짖는 소리가 비록 환경부령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한 소음 기준치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그 소리가 매일 반복된다면 듣는 사람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며 "이는 타인에 대한 불법 행위"라고 봤다.

또 "아파트 소음은 옆집보다는 위·아랫집이 더 잘 들린다. 듣기 좋은 소리도 한두 번이라는 속담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소송 제기 이후로도 피고가 개 관리를 잘못해 원고에게 피해를 준다면 원고는 다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원고인 A 씨의 위자료 300만 원 청구를 일부 인용한 재판부는 1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도 내렸다.

다음은 온라인서 화제가 된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영상이다.

유튜브, '드럼존'
home 김혜민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