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기 넣어 등원” 지금 전국 어린이집에 뿌려지고 있는 공지 내용
2023-05-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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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 어린이집에 뿌려지고 있다는 공지문
녹음기 넣어 등원에 대한 엇갈린 반응
용인/경기권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어린이집 공지 내용이 주목받았다.
최근 용인/경기권 어린이집에 '경기도 내 지역 시청에서 내려온 내용이다'로 시작하는 글이 공지됐다. 서울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교사 A 씨는 "경기도에 위치한 어린이집 근무 교사가 원장으로부터 받은 공지문을 나에게도 보여줘 공지 내용을 알고 있다. 용인과 경기도 쪽에서 내려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확인했다.
다만 해당 공지에 담긴 내용 그대로 '경기도 내 지역 시청에서 내려온 내용이다'라는 부분은 확인되지 않았다.

공지에는 "모 어린이집 만 1세 학부모가 아이 가방 안에 작은 칩 모양 녹음기를 넣어 등원시켰고, 이틀 동안 교사의 언어, 정서적 학대의 내용을 녹취해 남부경찰서에 고발한 결과 '녹취는 합법이다'라는 판결이 나왔다고 한다"라며 "원아들에게 폭언이나 짜증 섞인 말투, 반말, 교사가 혼자 아이나 부모에게 불평불만 하는 말 등등 각별히 조심하시기 바란다. 화내며 아이 행동을 지적하는 행위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특히 해당 공지문에서 어린이집 교사를 대상으로 주의를 구한 내용에는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야단치는 것 금지', '작은 소리 사용', '경어 사용', '강제로 팔 잡아당기며 자리에 억지로 앉히는 행위', '교사 혼잣말로 학부모 불평하는 말 금지' 등이었다.

공지에 따르면 고발된 어린이집 교사는 혼잣말로 '내가 그만두든지 네가 그만두든지'라고 한 말이 화근이 됐다. 또한 공지문 작성자는 "아이들이 등원하면 머리핀이나 가방에 이상한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시고 주의하시기를 바란다"라며 "이런 현실이 너무 슬프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애쓰는 선생님들께 용기 어린 말씀도 함께 전달 될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이 내용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럴 거면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지 않는 게 낫지 않겠냐"라는 의견과 "교사의 행동이 올바르면 된다" 등의 다양한 의견이 섞여 갑론을박을 만들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아이에게 초소형 녹음기를 부착해 등원시키는 행위가 합법적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은 이전에도 있었다. 실제 비슷한 사건에서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기도 했었다. 1심 법원은 불법 도청이라고 봤으나, 2심 법원은 아동 학대라고 봤다.
어린이집 교사인 A 씨는 2017년 9월 3일 대구에 있는 어린이집에서 생후 10개월 된 자녀가 울자 "미쳤네, 미쳤어. 돌았나, 제정신이 아니제. 미친X 아니가, 진짜, 또XX 아니가, 울고 XX이고" 등 큰소리로 욕설을 뱉었다. 아이가 크게 울고 있는 상황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채 TV를 시청하기도 했다. A 씨는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때 1심 법원에서는 A 씨의 욕설을 녹음한 아이 어머니의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상 불법 행위여서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내가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몰래 녹음했다면 불법 도청에 해당한다.
그러나 2심 법원에서는 언어 능력이 없는 생후 10개월 아이에게 일방적인 욕설을 내뱉은 보육교사의 행위는 타인 간의 '대화'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아이의 어머니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 도청이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법원은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고, A 씨에게는 아동학대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2023년 5월 17일 오전 9시, 기존 기사 내 '공문'이라고 쓴 표현을 공지 혹은 공지문이라고 수정했습니다. 처음 기사 작성했을 때 확인 절차를 거쳐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사이에서 주의를 요구하는 공지문이 퍼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공문'이라는 표현으로 일부 독자에게 오해를 일으키고, 제대로 내용이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