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위로는 오히려 금물... 우울증 환자들에게 독이 되는 말들

2023-04-2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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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환자에게 하면 안 되는 말들
조용히 이야기 들어주는 일이 도움

최근 서울 강남 거리 한복판에서 10대 여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는 일이 발생했다. 숨진 여학생은 평소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정신의학 및 신경학과 교수 아담 캐플린 박사는 우울증 원인이 사람마다 다르다며 "서툰 위로의 말을 조심해야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대수롭게 던진 위로의 말이 오히려 우울증 환자들의 결점과 나약함을 부각하는 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구독자 15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정신건강 의학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 뇌부자들'의 도움으로 우울증 환자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셔터스톡에 있는 괴로워하는 남녀 사진 / Phichat Phruksarojanakun, buritora-shutterstock.com
셔터스톡에 있는 괴로워하는 남녀 사진 / Phichat Phruksarojanakun, buritora-shutterstock.com

1. "네가 의지가 약해서 그래. 노력을 해봐"

김지용, 허규형 정신과 의사 / 유튜브 '정신과의사 뇌부자들'
김지용, 허규형 정신과 의사 / 유튜브 '정신과의사 뇌부자들'

우울증의 중요 증상 중 하나는 무기력감, 흥미 저하다. 우울증 환자는 무엇인가 시도할 에너지 자체가 고갈된 상태로, 일부 환자들은 "일어나서 씻는 것조차 힘들다. 밥 먹는 것조차 힘들다"고 표현할 정도로 심각한 무기력함을 호소한다. "밖에 나가봐라"와 같은 말은 우울증 환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환자의 단기간 변화를 촉구하는 말들은 "내가 이런 단순한 것도 못 하는 사람인가"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심어줄 수 있다.

2. "너만 힘든 거 아니야. 나도 힘들어"

허규형, 윤희우 정신과 의사 / 유튜브 '정신과의사 뇌부자들'
허규형, 윤희우 정신과 의사 / 유튜브 '정신과의사 뇌부자들'

우울증 환자의 고통과 타인의 힘든 부분을 비교하는 행동 역시 금물이다. 김지용 정신과 의사는 "누군가는 '고통 배틀'이라고 표현했다. 우울증 환자 앞에서 누가 누가 더 힘드냐 따지는 건 의미 없다. 사람마다 고통의 크기는 주관적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믿음의 대상이 돼야 할 가까운 지인에게서 "나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우울증 환자들은 마음의 벽을 더 닫아버릴지도 모른다.

3. "너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겨우 그거 가지고 그래"

김지용, 허규형 정신과 의사 / 유튜브 '정신과의사 뇌부자들'
김지용, 허규형 정신과 의사 / 유튜브 '정신과의사 뇌부자들'

캐플린 박사는 "우울증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개인마다 상황을 받아들이는 범위와 감정이 다르다. 상대방을 완벽하게 위로할 수 없다면 차라리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편이 낫다. 다만 우울증 환자와 대화 도중 자신의 이야기를 대입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우울증 환자에게 비교를 통한 위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4. "너처럼 활동적인 애가 무슨 우울증이야?"

김지용, 허규형 정신과 의사 / 유튜브 '정신과의사 뇌부자들'
김지용, 허규형 정신과 의사 / 유튜브 '정신과의사 뇌부자들'

허규형 정신과 의사는 "우울증이라고 해서 항상 누워만 있고 아무것도 못 하고 이런 게 아니다. 우울증은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온다"고 말한다. 김지용 정신과 의사 역시 "반대로 평소에 밝은 분들 중에 우울증 환자가 많다"고 전한다. 허규형 의사는 "내가 힘든 모습을 보이면 남들이 더 힘들어할까 봐 엄청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며 '가면성 우울증' 환자들을 더 보살펴야 한다고 전했다.

5. "정신과 약 그거 중독되는 거 아니야?"

허규형, 윤희우 정신과 의사 / 유튜브 '정신과의사 뇌부자들'
허규형, 윤희우 정신과 의사 / 유튜브 '정신과의사 뇌부자들'

윤희우 정신과 의사는 "일반적으로 정신과 약물에 관한 오해들 중 가장 흔한 오해다. 환자들은 스스로 증상을 조절해보려다가 실패한 후 병원을 찾는다. 환자 분들은 굉장히 큰 용기를 가지고 내원해 의사에게 설명을 듣고 약 처방을 받아서 먹기 시작하신다. 나름대로 효과를 보고 있는 찰나 주위에서 '너 그 약 언제까지 먹을 거야. 이제 다 낫지 않았냐"고 말하는 순간 환자 분들은 혼란에 빠진다"고 말했다. 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들은 주변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약이 그렇게 나쁜 건가'와 같은 생각에 빠져 불안함을 호소한다. 허규형 의사는 "정신과 치료에서 사용되는 약물들은 다른 과 약들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전했다.

home 김유표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