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송전시장 민간 개방 검토… '전력 민영화 포문?' 민감한 논란
2023-04-1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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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시장에 민간 자금 조달' 밑밥 뿌리더니…
정부는 “전체 경영권 넘기는 민영화 안 한다”
정부가 한국전력이 독점 지위를 누리고 있는 송전 시장을 민간기업에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정부가 전력시장 민영화의 포문을 연 게 아니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이 이르면 상반기 확정·발표할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 계획’에 2036년까지 필요한 투자 비용을 56조 원 이상으로 추산하면서 송전 시장을 민간기업에 개방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족한 재원을 민간에서 조달하는 방안까지 논의 선상에 올렸다고 서울경제가 17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송변전 설비투자에 나서야 할 한전이 천문학적 적자에 시달리는 까닭에 그동안 물밑에서 오가던 민간 자금 조달 시나리오가 점차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전력시장에 민간 자금을 조달하기로 결정하고 사실상 ‘밑밥’을 뿌려왔다.
실제로 산자부는 최근 한전‧전력거래소 등 공기업‧공공기관, 민간전문가 등이 참석하는 ‘전력망 혁신 TF’ 제1차 회의를 열어 전력계통 운영이 녹록하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원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 첨단산업 등 전력수요 증가, 발전력과 수요의 집중 지역 차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향후 송‧변전설비 보강이 대폭 필요할 전망이지만, 사회적 수용성으로 설비를 적기에 건설하는 것은 어려워지고 있으며, 경부하기의 중요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전력계통의 운영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전력망 보강 수요를 최적화하기 위한 발전원과 수요의 지역적 분산 등과 함께 반도체 등 첨단산업 경쟁력을 제고 하는 핵심 요소인 전력을 적기에 공급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였다. 특히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집중된 지역(호남권)은 경부하기에 남는 전력을 전력수요가 높은 지역(수도권)으로 전송해야 하는데, 해당 지역을 연결하는 송전선로가 극히 부족하여 계통 불안정성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송‧변전설비의 보강이 필요하다. 사회적 수용성 등을 고려할 때 전력망 적기 건설을 위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서 원전, 신‧재생에너지 설비 집중 지역과 전력수요가 높은 지역을 서해안의 해상을 활용한 송전선로를 건설하여 연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하였다. 또한,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를 차질 없이 건설하기 위한 방안과 함께, 해당 설비 준공 시점까지 발생할 수 있는 송전제약을 완화하기 위한 계통안정화 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같은 보도자료에서 천영길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은 “정부는 전력망 투자를 최적화하는 한편 송변전 설비 건설이 적기에 이행될 수 있도록 그간의 패러다임을 혁신적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정책을 조만간 수립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송전선로가 극히 부족해 계통 불안정성이 발생하고 있는데 돈이 없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만큼 공용망 설치에 민간기업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점을 대놓고 밝힌 셈이다. ‘원전, 신‧재생에너지 설비 집중 지역과 전력수요가 높은 지역을 서해안의 해상을 활용한 송전선로를 건설하여 연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하였다’라면서 ‘서해안 전력 고속도로 사업’이 민간투자를 받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는 점도 아울러 밝히고 있다.
정부가 공공 전력망에 민간자본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한전의 자금난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해 30조원가량의 적자를 냈다.
문제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정부가 전력 민영화의 포문을 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한전의 전체 경영권과 소유권을 완전히 넘기는 민영화는 하지 않을 것이란 해명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전력 민영화 이슈가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민간자본을 참여시켰음에도 전기요금 현실화가 더디면 다른 분야에도 민간자본을 투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민간투자가 활발해진 상황에서 전기요금 정상화, 즉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지면 국민 상당수가 전력 민영화의 폐단이 나타났다면서 반발할 수 있다. 일부 누리꾼은 전력 민영화를 단행한 미국 텍사스의 일부 가정집이 2021년 겨울 한파 때 1만달러(약 1311만원)의 전기요금을 부과받은 사실을 담은 기사를 퍼나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