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연기한 라비가 진단서 받자 병역 브로커가 보낸 '6글자' 메시지
2023-04-0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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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브로커가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 공개
라비 “음악 인생 끝날 수 있다” 항의성 진단서 요구
가수 라비(김원식) 측에 병역 브로커 구모 씨가 보낸 메시지 내용이 공개됐다.

3일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A4용지 53쪽 분량의 공소장에는 서울남부지검 병무청 병역 비리 합동수사팀은 라비와 래퍼 나플라의 병역면탈 행위가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2021년 2월, 라비와 소속사 공동대표 A 씨가 만난 병역 브로커 구 모 씨는 라비에게는 허위 뇌전증 증상을 이용한 병역 면탈 방안을, 나플라(최석배)에게는 정신질환 악화를 근거로 한 복무부적합 소집해제 방안을 제안했다.
2021년 3월, 라비를 대신해 A 씨는 성공보수 5000만원 상당의 계약을 맺고 '허위 뇌전증 연기 시나리오'를 전달받았다. 이 시나리오대로 뇌전증을 연기한 라비가 2021년 6월, 병무용 진단서를 발급받자 구 씨는 A 씨에게 "굿, 군대 면제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시나리오를 진행하던 중 라비의 신경과 담당 의사는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 증상이 확인되지 않고 아무 이상이 없다"라며 치료나 처방이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의 진단을 내리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라비는 구 씨의 지시에 따라 '음악 인생이 끝날 수 있다'는 취지로 처방을 위한 항의성 요구를 했고, 끝내 뇌전증 관련 진단을 받아냈다.
같은 소속사 나플라도 마찬가지였다. 구 씨는 나플라에게는 기존에 앓고 있던 정신질환이 악화된 것처럼 가장해 사회복무요원 분할 복무를 신청하게 했다. 검찰은 당시 나플라가 주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해 약을 처방받았지만, 실제로는 투약하지 않는 등 증상이 악화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했다.

병무청은 앞으로 뇌전증 관련해 경련 발작의 발병 시기와 빈도, 약물치료로 경련발작을 조절할 수 있는지 등을 전문가 자문을 거쳐 판정 기준을 구체화하며 병역 판정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뇌전증의 경우 뇌파·MRI(자기공명영상) 검사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30~40%에 이른다. 브로커 구 씨는 군 관계자에 있었던 인물로 이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뇌전증을 호소하는 의무자의 뇌파 검사에서 이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치료 기간이 1년 이상일 때 4급, 2년 이상일 때 5급으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