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수업 중 '다비드상' 보여줬다가 포르노란 항의에 쫓겨난 초등 교장 (+반응)
2023-03-2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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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수업 중 학생들에 '다비드상' 보여줘서 쫓겨난 미국 교장
이탈리아에선 어처구니없고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는 반응 이어져
미국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수업 시간에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사진을 보여줬다가 학교에서 쫓겨났다.

BBC 등 현지 매체들은 미국 플로리다주 탤러해시 클래시컬 스쿨의 호프 카라스 킬라 교장이 6학년 학생들의 서양 미술사 수업 시간에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사진을 소개했다가 학교에서 쫓겨났다고 지난 2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당시 수업에선 다비드상 외에도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등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일부 학부모들은 전신 나체를 표현한 다비드상을 '포르노'라고 표현하며 수업 중 다비드상 사진을 보여준 것에 대해 12, 13세 아이들이 보기엔 너무 선정적이라고 항의했다. 이들은 이전에 학생들에게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보여줄 땐 사전에 공지했었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을 문제삼았다.
바니 비숍 이사회 의장은 "교칙에 따라 사전에 다비드상을 수업에서 다룬다는 공지를 수업 2주 전에 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실수"라며 "부모는 자녀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제나 작품을 배울 때 언제든지 알 권리가 있다"고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했다.
학교 이사회로부터 사임이나 해고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통보받은 카라스 킬라 교장은 "이 학교의 교장으로서 내 시간이 끝난다는 게 매우 슬프다"는 말을 남기며 결국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비드상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조각가 미켈란젤로(1475~1564)의 대표작으로 구약성서에 나오는 적군의 거인 장수 골리앗을 쓰러뜨린 소년 영웅 다비드(다윗)를 조각한 작품이다.

한편 미국의 '다비드상 나체 논란'에 대해 보유국인 이탈리아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로마에 있는 아메리칸 아카데미 인문학 연구 책임자 마를라 스토네는 다비드상이 학부모들에게 사전에 경고해야 할 만큼 논쟁적인 작품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사건에 대해 미국 내 '문화 전쟁'의 한 사례로서 "역사에 대한 무지를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다비드상의 성기 부분을 미국을 상징하는 '엉클 샘' 캐릭터로 가린 뒤 '망신(vergogna)'이라고 적은 만평을 지난 26일 신문 1면에 싣기도 했다.
AP통신은 르네상스 시기의 걸작이 나체로 표현됐어도 유럽에서는 일반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아니며, 이 때문에 이러한 미국의 문화 전쟁을 두고 이탈리아인들이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다비드상을 소장한 아카데미아 미술관의 세실리 홀베르그 관장은 이번 논란에 놀라움을 표하며 문제가 된 학교 이사회와 학부모, 학생회를 초대해 작품의 '순수함'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비드가 포르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성경의 내용과 서양 문화는 물론 르네상스 예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아카데이마 미술관이 위치한 피렌체시의 다리오 나르델라 시장도 카라스킬라 교장에게 도시를 방문해 달라는 초대장을 보냈다면서 예술과 포르노를 혼동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