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려고 한국 왔는데, 어린이집 교사가 우리 아기를 죽였어요"

2023-03-26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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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일 하며 생계 유지하던 베트남인 부부
아빠 "그때 어린이집 보냈던 게 너무 후회된다"

행복하게 살려고 한국에 온 베트남 부부가 한국인 때문에 아이를 잃었다.

지난 24일 수원지법 형사15부(재판장 이정재) 심리로 열린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어린이집 원장 김 모 씨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이 당시 김 씨의 범행 장면이 담긴 어린이집 내부 영상을 공개했다.

이하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PhotoMavenStock-이하 Shutterstock.com
이하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PhotoMavenStock-이하 Shutterstock.com

이날 법정에는 지난해 숨진 천동민(사망 당시 9개월) 군의 부모와 베트남인 40여명이 참석했다. 천 군 엄마아빠는 베트남인이다.

검찰이 공개한 영상에는 사건 당일 파란색 상하의를 입고 어린이집 거실을 기어 다니는 동민 군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영상이 재생되자 피고인 김 씨는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꼈다.

이하 천안동 씨 제공. 이하 ©조선일보
이하 천안동 씨 제공. 이하 ©조선일보

영상에는 김 씨가 동민 군의 머리 끝까지 이불을 덮어 씌우고, 그 위로 베개와 방석 등을 얹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후에도 동민 군이 계속해서 움직이자 김씨는 얹어져 있던 베개 위에 엎드린 자세로 올라타 체중을 실어 누르기 시작했다. 해당 장면이 나오자 방청석 곳곳에서 탄식과 울음이 터져 나왔다. 아기는 질식사한 채 3시간이나 이불 속에 방치됐다.

증인으로 온 보육교사 A씨는 “낮잠 시간인데 아이가 잠에 들지 않아 원장님께서 이불을 뒤집어 씌운 것 같다”고 말했다.

동민 군 가족의 사연은 더 가슴을 울린다.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아빠 천안동(33) 씨는 일자리를 찾아 2011년 한국에 왔다. 그는 공장에서 용접, 프레스 작업, 조립 등의 일을 했다. 2018년 보티늉(25) 씨와 결혼해 함께 살았고 결혼 4년 만에 아들을 낳았다.

천 씨는 지난해 11월 허리 디스크 수술을 해 움직일 수도, 일을 할 수 없었다. 이에 아내 보 씨가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 잠시 어린이집에 맡기기로 했다. 어린이집 교사를 꿈꾸고 있던 아내가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다 좋다. 보내도 된다”며 남편을 설득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rawf8-이하 Shutterstock.com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rawf8-이하 Shutterstock.com

아기를 등록시키려고 처음 어린이집에 갔을 때 피고인 김 씨는 “아이가 너무 예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일주일 만에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비참하게 숨졌다.

유족 측 변호인 김신철 변호사는 법정에서 “피고인은 계속해서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으나 잘못에 대한 사죄는 피해자에게 하는 것임에도 단 한 차례도 찾아오거나 전화도 없었다”며 “이는 어떻게든 형량을 줄여보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P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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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엄마는 “그토록 좋아했던 한국에 와서 꿈을 이루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살았는데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으로 죽을만큼 괴롭다”며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 없이 고의성이 없었다는 가해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해달라”고 무릎을 꿇고 오열했다.

아이 아빠는 "심장이 약하신 어머니께는 손자가 넘어져서 사망했다고 겆시말을 했다"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던 것이 정말 후회된다"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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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징역 30년에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기관 취업제한 10년을 구형했다. 1심 선고는 다음 달 20일 나온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