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가 힐 신으라 했지?” 더 글로리 속 대사가 한 서울대생의 인생을 바꾼 이유 (영상)
2023-03-0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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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면이 내 인생을 바꿔” 자아도취
누리꾼 “김은숙 작가 대국민 사과해야”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인기작 '더 글로리'가 현실에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학폭 피해자 출신 대학생이 해당 드라마를 보고 자아도취에 빠졌다. 그런데 자아도취의 원인이 '복수의 카타르시스'가 아니었다. 누리꾼들은 "드라마를 쓴 김은숙 작가가 대국민 사과해야 한다"는 우스개 진단(?)을 내놓았다.
최근 대학생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서울대 게시판에 ''더 글로리' 보고 내 인생이 달라졌다'는 글이 올라왔다.

서울대생 A씨는 "송혜교의 피비린 복수? 나도 학폭 피해자 출신이지만 그런 카타르시스가 날 바꿔주지는 않았다"며 "진짜로 나를 바꿔준 등장인물은 바로 혜정이랑 결혼할 설정의 사업가 아저씨다"고 단언했다.
이어 "난 혜정이 같은 몸매 좋고 예쁜 여성을 만나면 벌벌 떠는 성격이었다"며 "하지만 (드라마에서) 그 남자는 (하이)힐을 신지 않는 170cm대의 알파걸(혜정)에게 '너 내가 힐 신으라 했지?'라고 했다"며 말을 이어갔다.
드라마에서 문동은(송혜교)에게 학폭을 행사한 5명의 가해자 중 한 명인 최혜정(차주영)은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신 스틸러로 등장한다. 항공사 스튜어디스인 그는 태욱(이중옥)이라는 퍼스트 클래스 승객을 유혹해 약혼까지 골인하는 데 성공한다.




어느 날 단화 차림으로 주얼리숍에서 웨딩 반지를 고르고 있던 혜정에게 태욱은 대뜸 "야 너 내가 나 만날 때 힐 신으랬지? 난 네가 키 큰 게 좋다니까"라고 시크한 핀잔을 줬다. "네가 그런다고 너보다 내 키가 크지 않아. 내 키가 창피하면 나랑 살겠느냐?"라고도 했다. 단신인 태욱은 170cm의 혜정보다 키가 작다.
이에 혜정은 "어제 비행해서 다리 아파서 그랬어요"라고 둘러대면서 "다음부턴 힐 꼭 신을게요"라고 용서를 구했다.
이 대목에 꽂힌 A씨는 "(태욱이) 감히 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호쾌함과 알파력으로 조연인데도 극의 분위기를 잠깐이나마 압도하더라"며 "그 장면이 나를 바꿨고, 내 본성을 바꿨으며, 내 인생을 바꿨다"고 감탄했다.
그는 "당장 오늘 나간 소개팅 자리에서 컨버스 (단화)를 신고 오신 OO대생 여성분에게 약간은 화난 척, 젠틀하지만 엄하게 그리고 매력 있게 '그래도 소개팅인데 힐 신으시지. 전 키 큰 여자가 취향인데 ㅎㅎ'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분명 오늘 밤이나 내일 중으로 (여학생으로부터) 카톡이 올 거고, 이렇게 애프터에 확신을 가져본 적이 인생 살면서 없었던 것 같다"며 "다시 한번 혜정의 미래 남편 역을 맡은 배우분과 김은숙 작가님께 감사한다"고 글 문을 맺었다.
저신장 콤플렉스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A씨가 보이는 행동은 자아도취나 과대망상에 가깝다.
불똥은 드라마를 집필한 김은숙 작가에게로 튀었다.
누리꾼들은 "김은숙 작가 대국민 사과해야 한다", "김은숙 작가가 서울대생 하나 망쳤네", "학폭 피해자인데 평생 고통받는 거 보단 낫다", "지금이 (스트레스받는) 시험 기간임?"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A씨는 부친을 정부 요직에서 끌어내린 정순신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의 아들과 서울대라는 교집합이 있지만, 학폭 피해자와 가해자로 대척점에 서 있다. 드라마가 가해자에겐 나비 효과로 타격을 줬고, 피해자에겐 어긋난 희열을 안긴 것은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