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다” 반응까지… 블라인드 회원들 충격에 빠뜨린 어느 기업의 해고 방식

2023-03-0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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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아침 해고 통보에 직원들 '멘붕'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경영 행태”

KLA코리아 로고 / KLA코리아 페이스북
KLA코리아 로고 / KLA코리아 페이스북

미국 기업으로 글로벌 반도체 장비사 톱5로 꼽히는 KLA가 갑작스럽게 한국 법인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 논란이다. 반도체 시장이 성장한 지난해에는 필요에 의해 인원을 대거 충원하더니 올해는 반대로 업황이 얼어붙자 칼을 빼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KLA이 미국식으로 퇴사 대상자들을 당일 통보 후 해고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해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직원들에게 당일 아침 해고 통보한 KLA. / 블라인드
직원들에게 당일 아침 해고 통보한 KLA. / 블라인드

7일 관련 업계 및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따르면 KLA의 한국 법인인 KLA코리아는 지난 2~3일 이틀에 걸쳐 연봉협상 대상이 된 직원들을 회사로 호출했다. KLA코리아 한국 직원들은 화성 동탄, 평택, 이천, 청주 구미 등에 나눠서 근무 중인데 일부 직원들이 동탄 본사로 불려간 것.

3월 첫째 주가 연봉협상 주여서 호출받은 직원들은 당연히 연봉협상인 줄로 알았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연봉협상이 아니라 사측의 일방적인 퇴사 통보였다. 사측 HR(인사관리) 담당자는 참석 직원들에게 그 자리에서 노트북과 출입증을 반납하라며 퇴사를 종용했다고 한다.

이는 본사의 경영방침 때문이다. 약 한 달 전 미국 본사는 전체 메일로 비용 효율화를 위해 3%의 레이오프(정리해고)가 있을 것이라고 공지했었다. 레이오프는 경영이 호전될 때 재고용한다는 조건으로 일시 해고하는 제도다.

해고 통보를 받은 직원들은 대부분 엔지니어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장비 기업에서 엔지니어는 고객사에 납품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유지, 보수하는 핵심 역할을 맡는다.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전문 인력 감축에 나선 올해와 달리 KLA코리아는 지난해엔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설비 투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세 자릿수의 인력을 충원한 것으로 알려진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chayanuphol .shutterstock.com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chayanuphol .shutterstock.com

급변한 반도체 시장 환경에 대응하는 조치라고는 하나 KLA의 인력 감축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식 '당일 퇴사'라는 냉정한 방법을 동원한 회사 측에 직원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크다.

당일 해고를 하게 되면 해고예고 의무 위반이고 정리해고의 경우 절차가 복잡하다. 본사에서 인력 감축 지시가 내려왔더라도 희망 퇴직자를 사전에 모집하는 등의 방식으로 정리해고에 들어가는 게 통상적인 방식이지만, KLA는 외국계 기업이라는 점을 악용해 국내 상황에 맞지 않는 '칼질 작업'을 벌였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KLA코리아 직원은 블라인드 게시판에 "돈을 안 받고 안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줄 테니 나가라는 얘긴데 방식이 최악"이라고 분노했다. 또 다른 KLA코리아 직원은 "돈을 얼마나 주는지 모르겠지만 방법이 한참 잘못됐다"며 "한국 법 위에 미국 기업이 있는 것인지, 직원들의 사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기업인 KLA는 주로 반도체 검사 및 계측 기기를 제조한다. 1993년 설립된 KLA코리아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장비를 납품하고 있다. 한국 직원은 700명 내외다.

KLA코리아는 2019년 선택 근로제 도입 및 고용 창출을 인정받아 고용노동부로부터 일자리 으뜸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직원 수가 2017년 285명에서 2018년 353명, 2019년 400명, 2020년 500명, 2021~2022년 600~700명으로 꾸준히 늘어왔다. 직원 평균 연봉도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에는 5272만원까지 올랐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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