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우진 학폭에 소신 발언한 박찬호도 '폭력' 논란... “시대상 vs 폭력은 폭력”
2023-03-0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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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진 학교폭력 관련 소신 발언한 박찬호 해설위원
과거 박찬호의 후배 단체 집합·폭력 폭로한 이경필
일각에서 '코리안 특급' 박찬호를 둘러싼 과거 학교 폭력 논란이 일었다.
최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박찬호도 학교 폭력 아니냐", "대학 시절 박찬호한테 맞아서 은퇴하고도 무서웠다는 학교 후배" 등의 논조로 주목받은 내용이 있다.
해당 내용은 지난 2021년 2월 22일 유튜브 채널 '캐비지TV'에서 진행한 야구 썰전 70화 콘텐츠에서 전해졌다. 영상에는 전 야구선수이자 현 야구코치 이경필이 과거 한양대학교 야구단 시절 박찬호의 군기에 대해 언급한 장면이 담겼다.
영상에서 이경필은 "박찬호 선배 너무 무서웠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2학년 시절에 지하 헬스장에 단체로 집합하는 문화가 있었다. 2학년 때 새벽에 단체로 집합하고 자고 있던 선배를 조용히 깨우면 보통은 잠이 덜 깬 채로 '똑바로 해' 정도의 훈계로 끝냈다. 그럼 집합 해제인 거다. 그런데 찬호 형은 방문을 열면 딱 눈 뜨고 '내려가 있어'라고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현재 이 영상에서는 해당 발언 이후에 "그래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가 갑자기 찬호 형이 메이저리그에 가게 됐다. 국민이 전부 난리였지만 제일 좋았던 건 우리였다"라고 말한 장면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한 내용에 따르면 이 장면들 사이에는 삭제된 장면이 있었다. 이경필은 박찬호가 집합한 날에는 본인을 비롯한 2학년 학생들이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찬호가) 힘은 또 얼마나 좋아요? 때릴 때도 그냥 안 때려요. 머리 박고 때렸죠. 엉덩이 피할 수 있다고 엎드리게 한 것도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후에 그가 한 발언은 삭제 없이 그대로 이어졌다. 이경필은 은퇴 후 해설위원 자격으로 박찬호와 인터뷰하는 자리였는데 자기도 모르게 다소곳한 자세로 두 손을 모으고 공손하게 했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10년이 넘어도 그 기억이 가시질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박찬호에 대한 존경을 잊지 않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폭력과 관련한 폭로만 강조됐지만, 이날 영상에 따르면 이경필은 "중요한 건 찬호 형이 무서운 선배이지만 매우 철저했다. '메이저리그 갈 선수라면 저 정도의 철저함과 절제함이 있어야 갈 수 있구나'라는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경필은 지난 2010년 야구 코칭과 관련한 책을 출간했는데 이 책에서도 박찬호를 '무서운 선배'로 떠올리며 언급한 바 있다. 이경필은 책 출간 당시 한 인터뷰에서 "박찬호는 내가 아는 가장 무서운 선배였다"라며 "무슨 문제가 생기면 새벽에라도 후배 집합을 세웠다. 박찬호 선배가 메이저리그로 갔을 때 후배들이 모여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때도 "그러나 우리들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무섭고 철저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시아 최고의 투수로 성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박찬호를 치켜세웠다.
이경필의 주장에 따르면 1990년대 초반 박찬호가 후배를 집합시켜 군기 잡는 일은 있었다. 이와 관련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박찬호를 향해 "내로남불", "이중잣대", "학폭은 학폭", "안우진은 애교 수준"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시대상을 봤을 때 폭력으로 보기 힘들다는 반응도 상당하지만, "박찬호가 본인도 학폭 문제에서 잘못한 게 있으면 최소한 일침은 날리지 말았어야 했다" 등의 지적이 공감을 얻었다.
이러한 지적은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의 학교 폭력 논란과 관련해 최근 박찬호가 공식 석상에서 발언한 내용 때문으로 보인다. 안우진은 서울 휘문고 재학 시절 후배를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로부터 자격 정지 3년 처분을 받았다. 징계를 모두 소화했지만 학교 폭력 논란으로 2023 WBC 대표팀에 뽑히지 못해 다시 한번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추신수는 '과도한 조치'란 취지로 안우진을 옹호하는 발언했다가 뭇매를 맞기도 했다.
박찬호는 이와 관련해 "안우진은 작년 KBO에서 최고 성적을 냈고, 대표팀 에이스 못지않은 가치 있고 실력 있는 선수다. 하지만 학폭이라는 일을 겪으면서 본인도 많이 아파하고 뉘우치고 후회하는 것들을 거듭해 노력하면서 지금의 좋은 선수가 됐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오히려 이런 큰 선수가 그런 사례를 남겼기 때문에 처벌이 가혹할수록 후배나 어린이들에게 좋은 사례, 교육이 될 거라 생각한다. 처벌은 정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처음 안우진의 학교 폭력을 주장한 피해자 3명은 지난해 11월 공동 성명을 통해 5년 전 언론 보도 때와 다른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사건 당시부터 폭력적이라고 느끼지 않았고, 자상했던 안우진 선배와 잘 지내고 있다"라고 전했다.
안우진 측에서도 "폭력이 있었지만 심각하지 않았다. 경찰 조사에서 작성된 피해자들의 진술 조서를 보면, 피해자들은 폭력이라고 인식하지 않았으며 보도 이전부터 가해자를 용서하고 화해했다. 경찰 조사 결과 불기소 처분이 난 것은 폭력이 경미했다는 증거다. 특히 특수폭행으로도 기소되지 않은 것은 기사에 등장한 야구 배트, 야구공을 이용한 폭력이 없었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과장된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선수 본인의 소명도 듣지 않은 채 3년 자격 정지 처분을 내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대한체육회의 징계는 과하다"라는 취지로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