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급발진 의심 사고 급증, 원인은 블랙박스 보급률이 높아서다”

2023-02-2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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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과 피해자 유족이 모인 자리
급발진에 대해 팽팽히 맞선 의견

한 전문가가 국내 급발진 의심 사고가 많은 이유를 콕 집어 공개 발언했다.

지난 24일 서울특별시의회 교통위원회는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자동차 급발진 사고원인 및 해결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 원인과 향후 사고 방지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Dmitry Kalinovsky-Shutterstock.com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Dmitry Kalinovsky-Shutterstock.com

토론회에는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박병일 자동차 명장, 김상신 서울시 교통운영과장 등이 참석했다.

무엇보다 급발진 의심 사고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고 이도현 군 아버지 이상훈 씨는 "사고만으로도 힘들고 너무나 아픈데 이 모든 과정을 유가족이 입증해야 한다는 비극적인 현실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 23일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자동차 제조사가 급발진 결함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입증 책임을 전환하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할 것을 청원했다.

고 이도현 군 / 이하 유튜브 '실화 On'
고 이도현 군 / 이하 유튜브 '실화 On'

이 씨는 "자동차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급발진 의심 사고 시 소프트웨어 결함은 발생한 후 흔적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그 입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그럼에도 현행 제조물책임법은 차량의 결함이 있음을 비전문가인 운전자나 유가족이 입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군은 지난해 12월 강릉시에서 급발진 의심 교통사고로 숨졌다. 운전자는 이 군 할머니였다. 이 사고는 MBC '실화탐사대'에서도 다뤘는데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토론회 주제 발표를 맡은 김필수 교수는 "한국의 블랙박스 보급률은 80%로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며 "(급발진 사고 영상이) 직·간접적 증거로 제공되면서 국내 급발진 의심 사고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간 급발진 평균 신고 건수는 약 100건 내외로 알려져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약 2000건 내외로 추정한다"며 "이중 20%(400건)가 실제로 급발진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가 2018년 8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BMW 차량 화재 관련 공청회에 출석해 진술을 하고 있다. / 이하 뉴스1
김필수 대림대 교수가 2018년 8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BMW 차량 화재 관련 공청회에 출석해 진술을 하고 있다. / 이하 뉴스1

김 교수는 급발진 사고 추정 원인으로 소프트웨어 오류, 브레이크 진공 배력 장치 문제, 가속페달 바닥 매트에 걸림 문제, 기판 관련 문제 등을 지적했다. 특히 전기·하이브리드차 보급이 늘어나는 만큼 소프트웨어 오류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자동차 결함을 제조사가 밝히는 구조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운전자가 결함을 밝혀야 하는 실정"이라며 "급발진 사고에 있어 우리나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형성돼 있다"고 했다.

2014년 6월 25일 대구시 중구청 앞 횡단보도에서 박 모(73) 씨가 운전한 그랜저 승용차가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내 행인 3명을 친 뒤 맞은편 승용차 4대를 들이받았다.
2014년 6월 25일 대구시 중구청 앞 횡단보도에서 박 모(73) 씨가 운전한 그랜저 승용차가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내 행인 3명을 친 뒤 맞은편 승용차 4대를 들이받았다.

이어 "미국의 경우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죄 등 소비자를 위한 법제가 마련돼있다"며 국내에서도 소비자를 위한 법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호근 교수도 "급발진을 가장 잘 밝혀낼 수 있는 건 전문인력 수천 명을 가진 제조사"라며 "(제조사가) 급발진 규명에 적극적인 참여를 하는 게 소비자와 제작사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MakDill-Shutterstock.com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MakDill-Shutterstock.com

반대 의견도 만만찮았다.

김용원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안전환경 본부장은 "급발진 의심 사고의 원인은 현재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며 "섣부르게 급발진을 전제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불안감만 조성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왜 우리나라에서만 급발진이 이슈화하는지 생각하고 사고 예방과 대처에 대한 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집계한 2017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급발진 사고 피해접수 신고는 총 201건이다. 이 중 급발진 결함이라고 인정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유튜브, 실화 On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