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색 논란 터진 한복, 디자이너가 직접 조목조목 반박했다
2023-02-19 17:51
add remove print link
한국전통문화전당이 공개한 근무복
왜색 논란에 가슴 아픈 디자이너
왜색 논란에 휩싸인 한복을 만든 디자이너가 직접 입장을 밝혔다.
지난 17일 한국전통문화전당은 앞으로 매주 금요일 전 직원이 입을 근무복이라며 개량 한복을 공개했다.

총 80벌 제작에 운영비 960여만 원이 쓰였다. 한 벌에 약 12만 원 정도다.
한국전통문화전당(이하 전당)은 "태극기의 검은색 ‘괘’와 바탕이 되는 흰색을 모티브로 삼아 제작했다”고 밝혔지만, 일부에선 비판이 제기됐다.
상의 옷깃이 일본 기모노의 하네리와 유사하고 동정(저고리 깃 위에 덧대는 헝겊)의 폭이 좁아 일본풍이라는 것이다.

전당 측은 연합뉴스에 “생활한복점에서 판매 중인 제품을 구매해서 옷깃에 프린트를 넣고 브로치를 달았다. 시제품을 후가공하는 과정에서 업체 측이 동정을 두껍게는 못 만든다고 해 이런 디자인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당의 로고 색을 차용하다 보니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일본 느낌이 많이 나는 것이 사실이어서 조금 안타깝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근무복을 제작한 황이슬 디자이너는 이런 전당의 입장에 유감을 표하며 직접 온라인에 글을 남겼다.
다음은 디자이너의 글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전통문화전당 한복 근무복을 제작한 한복 디자이너 황이슬입니다. 한국전통문화전당 한복 근무복 '왜색 논란'이라는 기사에 유감을 표합니다.제가 만든 한국전통문화전당(이하 전당)의 한복 근무복이 일본풍이라는 의견에 대해서, 전문가 입장에서 자료에 근거하여 명백히 한복임을 밝히고자 합니다.논란의 여지가 없는 한복을 두고 오히려 일본옷이라는 논란을 만들고 있는 잘못된 기사내용 정정을 강력히 요청합니다1 일본의 하네리와 비슷?일본 하네리(또는 한에리는 속옷 위에 장식을 목적으로 덧대는 헝겊으로 겉옷이 아닌 속옷에 부착하고 겉에서 일부만 드러납니다. 동정에 문양을 넣거나, 색을 쓰는 것은 한복에서 자주 시도하는 디자인입니다. 동정에 문양이나 장식을 넣으면 일본식 무늬없는 흰색은 한국식으로 구분하지 않습니다.2 전체적인 모양이 일본풍?이 옷은 조선시대 칼깃 저고리를 기본으로 하여 제작된 의상입니다. 칼이란 칼끝처럼 끝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의 깃을 말합니다. 간혹 깃이 가슴 아래까지 길게 내려오는 것은 일본식이다. 깃이 겨드랑이쪽까지 바짝 붙은 것은 일본식이다. 고름이 좁고 얇은것은 일본식이다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그러나 이것은 한국적이다 아니다의 유무를 가르는 요소가 아닌 조선시대 안에서 다양하게 존재하는 양식입니다.3 검정색과 좁은동정이 일본풍?색은 전통 오방색 중 하나인 검정색(현색)을 적용했습니다. 검정색은 예로부터 왕의 면복 현의와 학자들의 심의 등에 사용되어 왔으며 현대의상에서는 유니폼, 정장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색입니다. 검정색이 일본의상을 연상케한다는 것은 주관적인 생각입니다.동정이 좁아서 일본식이라는 의견도 사실과 다릅니다. 동정의 너비는 시기에 따라 달려져왔습니다. (유물자료 참고) 동정에는 전당의 로고를 문양화하여 인쇄했습니다.4 수십년 째 반복되는 한복논란저는 한복을 한국복식 전공하여 석사졸업한 17년차 현직 전문가 입니다. 한복의 왜색 논란, 중화풍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매년 수십 년째 반복되는 내용입니다. 왜일까요?4-1. 조선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을 구분해야 한다.우리는 조선적인 것을 한국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특히 "조선 후기의 양식에 국한된 것만을 전통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큽니다. 흔히 봐오던 조선후기의 저고리와 치마에서 벗어나면 한국적인것이 아니라고 말하는것은 잘못되었습니다.4-2. 아는 만큼 보인다.생활한복 업계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허리치마는 일본 하카마라고 하며, 블랙핑크가 입은 모던한복은 기모노라고 하고, 미스 유니버스에 참가한 이지선님의 한복은 일본 무녀옷이라고 합니다. "한복에는 그런게 없다" "그렇게 보인다"는 이유에서 였습니다."그렇게 보인다" "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더라"라는 주관적 평가를 기정사실화 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그렇게 연상되게 만든게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우선 연상하는 부족함(지식)을 채우는 게 맞습니다.5 끝으로 드리는 말저는 평소에도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저와 같이 평소에 한복을 입고 다니시는 분들이 제일 힘들 때가 '북한 사람이냐, 유관순같다. 초밥집 사장님 같다'와 같은 말을 들을 때입니다.악의가 없이 하신 말씀이시겠지만 들으면 크게 상처받고 위축됩니다. 한복을 괜히 입었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 분들, 유관순 열사, 일식에 종사하시는 분을 빗대서 부정적 의미로 말하는 것도 잘못됐을 뿐더러 한복입기를 실천하시는 분들의 열의를 꺾는 일입니다.우리 한복을 두고도 '일본옷 같다' '중국옷 같다'는 말을 들을 때 '한복의 다양성을 더 많이 알려야겠구나. 한복의 선입견을 깨야겠구나' 하는 의지가 생깁니다. 그게 제가 모던한복을 만드는 이유입니다.한복은 최근 한복공정이라는 역사왜곡을 겪는 와중에 한복을 근무복으로 도입한 일은 자랑하고 칭찬해줄 일입니다. 기사가 정정되지 않을 꺼라는거 알고 있습니다. 혹여 비슷한 글을 접하시거든 따뜻한 응원댓글 부탁드립니다.황이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