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 추모하는데 '트로트 음악' 튼 상인들 (+현장)
2023-02-1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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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열린 추모식
상인들의 반대와 유족들의 눈물
대구 지하철 20주기 추모 자리에서 다소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18일 대구시 동구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이날 풍경을 19일 한겨레가 보도했다.
유족들의 슬픔이 가득한 가운데 추모식 시작 시각에 맞춰 주변 상인들이 맞불 집회를 시작했다. 유족들은 매년 인근 상인들의 반대에 위령탑 참배조차 어려웠다. 2019년에서야 이곳에서 추모식을 열었지만, 매년 팔공산 동화지구 상가번영회와 대치했다. 경찰은 이날도 경력 160여 명을 배치해 만일의 상황을 대비했다.
추모식은 상인들이 틀어 놓은 트로트 음악과 섞인 채 진행됐다. 상가번영회 측은 “청정지역 동화지구에 추모행사 웬 말이냐”고 소리쳤다. 한 상인은 “저 행사 진행 못 하도록 소리를 더 높이자”며 노골적으로 추모행사를 방해했다. 이들은 “유족과 싸움 붙여 놓고 강 건너 불구경하는 대구시는 각성하라”며 대구시에 책임을 물었다.
추모사업을 허락하는 조건으로 트램 설치 등 관광 사업을 하기로 한 협의를 지켜달라는 주장이다. 추모식이 열린 시민안전테마파크는 대구지하철참사를 계기로 지난 2008년 국·시비 200억 원과 국민 성금 50억 원을 들여 만들어졌지만, 상인들 반발로 추모의 뜻이 담긴 이름을 담지 못했다. 테마파크에는 희생자 192명의 이름이 적힌 위령탑과 희생자 32명의 주검을 수목장한 묘역이 있다. 하지만 위령탑은 ‘안전조형물’로 불리고, 묘역은 이름도 없다.
김태일 2·18안전문화재단 이사는 추도사에서 “20년의 세월이 덧없이 흘렀다. 2003년 대구지하철참사는 재난의 예방, 대응, 회복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위기를 관리할 시스템도,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정부도 없었다. 이 모습이 세월호 참사에서도 이태원 참사에서도 되풀이되는 사실이 소름 끼치도록 놀랍다. 이 참사를 사회적으로 기억해야 피해자의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다. 우리가 끊임없이 참사 기억과 마주하고 추모탑과 추모공원을 조성하려는 이유”라고 말했다.
대구지하철 참사는 2003년 대구 중앙로역에서 발생했다. 뇌졸중을 앓던 김대한(당시 56세)이 방화를 목적으로 객실 안에서 휘발유에 불을 붙여 화재가 발생했다.
사망 192명, 실종 6명, 부상 151명으로 전 세계 지하철 사고 사망자 수 2위일 정도로 대형 참사였다. 가해자 김대한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진주교도소에서 복역 중 뇌졸중으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