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북한에서도 인기 있을까… 북한 현지인의 증언, 상당히 놀랍습니다

2023-02-1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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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통 “같은 혈맥을 이은 민족의 자랑”
“우리(북한)가 배출하지 못한 축구영웅”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브라질의 프리킥 상황에 숨을 고르고 있다. / 뉴스1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브라질의 프리킥 상황에 숨을 고르고 있다. / 뉴스1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측이 북한이 EPL 경기를 불법적으로 방송했다고 문제 삼으면서 스포츠 외교 마찰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그간 북한 주민들이 세계 최고 리그로 평가받는 EPL 주요 경기를 안방에서 시청하고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지난 시즌 23골을 폭발시키며 아시아 선수 최초 EPL 득점왕을 수상한 슈퍼스타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의 북한 내 위상이 궁금해진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한국 대 브라질전에서 한국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브라질의 티아구 실바 등과 악수하는 모습  . /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한국 대 브라질전에서 한국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브라질의 티아구 실바 등과 악수하는 모습 . /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지난해 12월 7일 한국이 우승 후보 브라질에 1-4로 완패한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을 북한 조선중앙TV가 녹화중계했다. 이때 중앙TV는 '마스크 투혼'을 펼친 한국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을 언급했다.

손흥민이 브라질 대표팀 주장인 티아구 실바 등과 악수하고 대화하는 장면도 그대로 내보냈다. 북한이 한국 출전 경기 중계나 한국 스포츠 선수들을 조명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 김 위원장은 박지성이 뛰었던 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열혈 팬으로 알려질 정도로 '축구 마니아'다.

그런데 북한 상층부는 물론 일반 주민들이 카타르 월드컵 전부터 손흥민의 활약상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오래전부터 해외 축구 경기를 중앙TV를 통해 방영해왔기 때문. 통일부 북한정보포털에서 제공하는 중앙TV 편성표를 살펴보면 2000년대 초반에는 월드컵 지역 예선과 본선,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등 국가 대항전 위주의 경기를 주로 중계했다.

그러다 김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에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EPL, 독일 분데스리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프랑스 리그앙, 이탈리아 세리에A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별 리그 경기를 방영하기 시작했다.

다만 손흥민이 EPL에 데뷔한 시점인 2015년부터 현재까지 토트넘 경기를 비중있게 중계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 홋스퍼 소속 손흥민 / 토트넘 홋스퍼 공식 트위터
토트넘 홋스퍼 소속 손흥민 / 토트넘 홋스퍼 공식 트위터

그런데도 북한 주민들은 손흥민의 경기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듯하다. 지난해 6월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는 북한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체제에서 손흥민 이름 석자의 영향력을 짚었다. 이때는 손흥민이 EPL 득점왕에 등극한 직후다.

한 평양 소식통은 매체에 “잉글랜드 축구 최상급련맹전(EPL) 선수 중에서는 손흥민이 인기가 가장 높다”며 “같은 혈맥을 이은 민족의 자랑인 선수이기도 하고 골인(득점)을 잘하고 두 발 다 잘 쓰며 볼을 몰거나 간파하는 동작이 빛 속도처럼 빠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구단 중에서는 손흥민이 몸을 담그고 뛰는 토텐햄(토트넘)을 좋아한다”면서 “그(손흥민)가 조동(이적)하는 구단이 어디든 다 인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 선수들은 제대로 먹지 못해서 잘 못 뛰고 순전히 악으로 (경기를) 하고 있다”며 “외국 축구를 보면 선수들 영양이 좋고 얼굴에 혈색이 넘쳐야 볼도 가지고 논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평안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 역시 북한 내에서 손흥민 선수의 인기가 높다고 매체에 알려왔다.

이 소식통은 “손흥민이 어려서부터 재간을 익혀 다른 나라에 직업선수로 나가 돈을 버는 사람이고 축구에 일생을 건 악바리 선수라고 알고 있다”며 “한 동포인 손흥민 선수가 최고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잉글랜드 축구 최상급련맹전 선수 중 더 좋은 사람이 있다고 해도 우리에게는 의미가 중요하다”며 “손흥민 선수는 우리나라(북한)는 배출하지 못한 현시대의 축구영웅으로 우리 민족의 기개를 과시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지난해 EPL 중계 장면. /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북한의 지난해 EPL 중계 장면. /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한편 8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이 권한 없이 EPL 경기를 녹화중계했다며 EPL이 관련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EPL 관계자는 RFA가 북한이 경기 중계권을 가졌는지를 묻자 북한의 EPL 중계가 "권한 없이 방송된 것"이라며 "현재 북한에는 EPL (중계권을 보유한) 방송 파트너가 없다. 이 문제를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불법적으로 경기를 방송했더라도 북한 측에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