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에 나락 떨어진 샘 오취리 “한국의 '캔슬 컬처' 심각하다” 비판

2023-02-01 14:58

add remove print link

'한국에서 흑인으로 산다는 것' 주제 토론
샘 오취리 “난 일자리를 2년간 잃었다” 절규해

방송인 샘 오취리가 한국의 '캔슬 문화'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샘 오취리가 한국의 '캔슬 문화'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 이하 유튜브 'Jubilee'
샘 오취리가 한국의 '캔슬 문화'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 이하 유튜브 'Jubilee'

지난달 31일 유튜브 채널 '주빌리(Jubilee)'에서는 '한국에서 흑인으로 산다는 것은? (What Is It Like To Be Black In South Korea?)'이라는 주제의 영상이 게재됐다.

영상에는 국내에서 '비정상회담', '대한외국인' 등에 출연하며 오랜 시간 방송인으로 활동하던 가나인 샘 오취리가 등장했다. 대한민국 국적이지만 나이지리아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모델 한현민도 출연했다. 이들을 비롯해 한국에서 방송이 아니더라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흑인 6명이 모여 '한국에서 흑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다양한 질문에 답했다. 해당 콘텐츠는 내내 영어로 진행됐고, 한국인인 한현민만 통역을 받으면서 중간중간 한국어로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각자 엇갈린 의견으로 토론하는 이들
각자 엇갈린 의견으로 토론하는 이들

질문 중에는 "한국에서 살면서 내 스타일을 바꿨는지?", "언어를 배우기 위해 애인을 사귀어본 적 있는지?" 등 질문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꼭 한쪽으로 몰리지 않더라도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한국은 심한 '캔슬 컬처(문화)'를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모든 출연자가 '강한 긍정'으로 몰렸다. 아예 강한 긍정보다도 더 나아가 라인 밖으로 나가기까지 한 사람들도 있었다.

'한국의 캔슬 문화가 심하다고 생각한다' 질문에는 '강한 긍정'으로 의견이 모였다.
'한국의 캔슬 문화가 심하다고 생각한다' 질문에는 '강한 긍정'으로 의견이 모였다.

'캔슬 문화'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팔로우를 취소(Cancel)한다는 뜻으로, 특히 유명인이나 공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논쟁이 될 만한 행동이나 발언을 했을 때 SNS 등에서 해당 인물에 대한 팔로우를 취소하고 외면하는 행동방식을 말한다.

샘 오취리는 이 질문이 나오자 "난 아예 2년 동안 일자리를 잃었어"라며 절규했다. 다른 출연자들은 그의 말에 동의하면서 "그래, 샘이 가장 잘 알 거다"라며 "네 상황을 말해 달라"고 했다.

2년 동안 일자리를 잃었다고 절규한 샘 오취리
2년 동안 일자리를 잃었다고 절규한 샘 오취리

샘 오취리는 "내가 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 말하는 게 그렇게나 심하게 반발을 사는 일이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과거 한 고등학교에서 졸업 사진으로 가나의 장례 문화인 일명 '관짝소년단' 장면을 패러디한 학생들의 행동을 '인종 차별'이라고 공개 지적했다. 당시 그는 학생들이 얼굴에 흑인 분장을 한 것에 대해 불쾌감과 실망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의 인종차별 지적은 도화선이 돼 과거 발언이나 행동들이 끌려 나와 대중의 외면을 받게 했다.

영상 속 출연자는 샘에게 "이전에도 한국에서 인종 차별에 대해 말하지 않았었나. 왜 그때와 대중의 반응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이에 샘 오취리는 "플랫폼이 점차 커지면서 그에 따른 책임감도 커지고, 자신이 뱉은 말 한마디의 영향력도 커졌다. 사람들은 날 보면 '샘이네? 방송에 나오는 한국에 사는 흑인'이라고 알아보게 됐다"라며 자신이 대중에게 알려진 사람이었음을 언급했다.

이어 "한국에 대해 늘 좋은 말만 했고, 사람들은 그걸 좋아했다. 그런데 한번은 부정적인 말을 했더니 그들은 '그건 안 돼'라며 강하게 반감을 드러내고, 공격한 거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인들이 자신에게 등 돌렸다고 설명하는 샘 오취리
한국인들이 자신에게 등 돌렸다고 설명하는 샘 오취리

한현민도 한국어로 "사실 한국에서 공인으로 산다는 건 조심해야 할 게 많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까 저는 SNS에 글도 조심스럽게 쓰고, SNS를 잘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샘 오취리 역시 한국어로 "올라갈 땐 천천히 올라가는데 내려올 때는 아주 뚝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천천히 올라가다가 내려올 땐 뚝 떨어진다' 한국말로 말한 샘 오취리
"천천히 올라가다가 내려올 땐 뚝 떨어진다" 한국말로 말한 샘 오취리

이어진 개인 인터뷰에서 샘 오취리는 "2020년 8월 캔슬 문화를 경험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인스타그램 DM으로 얼굴을 검게 칠한 분장을 한 학생들 사진을 사람들이 계속 보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면서 실망스럽다고 말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혐오가 커졌다"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자신의 곁을 지켜줬던 지인들과 친구들이 있어서 고마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난 2020년 한 고등학교 학생들은 졸업식에서 상여꾼들이 운구를 옮기면서 춤을 추는 가나의 장례 문화를 담은 밈을 패러디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얼굴을 검게 칠하는 '블랙페이스' 분장을 선보여 인종 차별 지적을 받았다.

샘 오취리는 당시 학생 사진들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2020년에 이런 것을 보면 안타깝고 슬프다. 웃기지 않다. 흑인들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행동이다. 문화를 따라 하는 건 알겠는데 얼굴 색칠까지 해야 했나. 한국에서 이런 행동은 없어지면 좋겠다.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을 밝혔다.

샘 오취리가 2020년 8월 한 고등학교 졸업식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면서 쓴 글 / 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샘 오취리가 2020년 8월 한 고등학교 졸업식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면서 쓴 글 / 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하지만 이 발언 이후 온라인에서는 그가 성희롱적 발언으로 문제가 됐다는 점이나 동양인 비하하는 동작을 선보였던 점 등을 재조명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성희롱 관련 발언은 과거 샘 오취리가 한 여배우와 찍어 올린 사진에 그의 친구가 "흑인한테 한번 빠져들면 못 헤어 나온다."라는 취지를 담은 댓글을 썼는데, 샘이 그에 동의한다는 답글을 썼던 게 문제가 됐다.

동양인 비하 동작은 '비정상회담' 패널로 출연 당시 스페인의 '얼굴 찌푸리기 대회'가 소개됐고, 다른 출연진이 모두 안면 근육만 이용한 표정을 선보일 때 샘 오취리는 손으로 눈을 찢는 동양인 비하 동작을 선보여 뭇매를 맞았다.

2015년 '비정상회담'에서 소개한 독특한 세계 대회 / JTBC '비정상회담'
2015년 '비정상회담'에서 소개한 독특한 세계 대회 / JTBC '비정상회담'
home 한제윤 기자 story@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