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돌탑 아닙니다…강원도 성묘 가면 간혹 발견되는 '돌무덤'에 얽힌 섬뜩한 설화

2023-01-2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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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일대에 집중 분포된 호식총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무덤

명절 때 강원도로 성묘를 가면 간혹 '돌무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소원을 비는 돌탑이 아니라 창귀의 흔적이다.

호식총. / 이하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호식총. / 이하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유독 강원도에서만 흔히 발견되는 돌무덤이 있다. 언뜻 보면 흔히 소원을 비는 돌탑처럼 생겼지만, 이 돌무덤에는 섬뜩한 설화가 얽혀 있다.

아무 돌이나 막 쌓아놓은 것처럼 생긴 이 무덤의 명칭은 호식총이다. 호식총은 창귀 설화의 흔적으로,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고 난 뒤 남긴 유구를 거둬 그 위에 돌을 쌓아 만든 무덤이다.

현재는 강원도 태백산 일대 산간 지역에 160여 개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백문화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호식총은 전국에 분포돼 있으나, 호랑이의 땅이었던 백두대간 권역에 특히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창귀'는 호랑이에게 비참하게 물려 죽은 귀신을 뜻한다. 창귀는 죽은 뒤에도 범의 노예가 돼 항상 곁에 붙어 다니며 시중을 들어야 한다. 창귀가 노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살아있는 사람을 호랑이에게 바치는 것이다.

창귀에 관한 이야기를 가장 잘 다룬 문헌으로는 조선 후기 소설가 겸 실학자였던 박지원의 한문 단편소설 '호질'이 꼽힌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휴식 중인 한국 호랑이들. / 이하 뉴스1
경기 용인시 처인구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휴식 중인 한국 호랑이들. / 이하 뉴스1

박지원의 호질에는 "호랑이가 개를 먹으면 취하고 사람을 먹으면 조화를 부리는데, 호랑이가 사람을 한 번 잡아먹으면 그 사람은 굴각(屈閣)이란 창귀가 되어 호랑이의 겨드랑이에 붙으며, 그가 호랑이를 이끌어 부엌으로 가서 솥을 핥게 하면 집주인이 배고픈 생각이 들어 부인이 야참을 해 오게 만든다"라고 적혀 있다.

또 "호랑이가 두 번 사람을 먹으면 창귀는 이올(彛兀)이 되어 호랑이의 광대뼈에 붙는데, 높은 곳에 올라가 조심스럽게 살피다가 만약 계곡에 함정이나 쇠뇌가 보이면 먼저 가서 그 기구들을 풀어 버린다"라면서 "호랑이가 세 번 사람을 먹으면, 창귀는 육혼이 되어 호랑이의 턱에 붙어 자신이 아는 사람들의 이름을 죄다 알려 준다"라는 내용도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자료에 따르면 창귀는 가족, 인척 순으로 희생자를 물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옛날에는 호환을 당한 집안과는 사돈의 팔촌하고도 혼사를 맺지 않았다.

또 조상들은 돌무더기를 쌓은 뒤 창귀가 다시 나오지 못하도록 쇠꼬챙이 가락을 꽂아 미리 예방했다. 이는 창귀의 한이 산 사람에게 미칠 해를 두려워한 조상들의 두려움을 나타낸다.

안예은 '창귀'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 / 유튜브 'xxentertainment'
안예은 '창귀'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 / 유튜브 'xxentertainment'

이 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노래도 있다. 바로 안예은이 작사·작곡한 '창귀'다. 지난 2021년 발매된 '창귀'는 한이 서린 창귀의 심정을 그대로 대변한 듯한 가사와 안예은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특징인 곡이다.

여름에 발매된 '창귀'는 K-POP과 차별화된 매력으로 대중의 귀를 사로잡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에 안예은은 대중가요의 새 장르를 썼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다음은 안예은의 '창귀' 뮤직비디오다.

유튜브, xxentertainment
home 한소원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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