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모현민과 180도 다르다… 박지현의 거리낌 없고 솔직한 이야기 [wiki인터뷰]

2023-01-1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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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한 외모에 그렇지 못한 성격
박지현의 2023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

데뷔 5년 만에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은 배우가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고급스럽고 우아한 매력을 발산한 배우 박지현의 이야기다.

박지현은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모처에서 위키트리와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도도하고 새침할 것 같은 외모와 달리 그는 인터뷰 내내 솔직하고 털털한 모습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배우 박지현은 최근 위키트리와 인터뷰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 이하 나무엑터스
배우 박지현은 최근 위키트리와 인터뷰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 이하 나무엑터스

JTBC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 윤현우(송중기)가 재벌가의 막내아들로 회귀하여 인생 2회차를 사는 판타지 드라마. 지난달 25일 방송된 최종회 시청률은 자체 최고인 전국 26.9%, 수도권 30.1%를 기록, 2022년 미니시리즈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타깃 2049 시청률 역시 11.9%로 자체 최고를 경신하며 전 채널 1위를 차지했다(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이렇듯 지난해 하반기를 뜨겁게 달군 작품에서 박지현은 한성일보 사주의 장녀 모현민 역을 맡았다. 학벌, 미모, 집안 어디 하나 모자람이 없어 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게 행동하는 그는 순양가와의 정략결혼도 쿨하게 받아들이며 자신의 인생을 치밀하게 계획하는 주도면밀하고 당돌한 인물을 섬세하게 그려내 호평을 얻었다.

“워낙 대본이 재미있었고 캐스팅된 선배님들이 화려했기 때문에 나만 잘하면 이 드라마는 잘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다. 드라마라는 게 아무리 좋은 대본, 좋은 배우들이 해도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나. 그래서 기대를 크게 안 했던 것 같다.”

드라마가 재미있을 거란 확신은 있었지만,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다는 박지현. 하지만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박지현이란 이름 세 글자를 제대로 각인시켰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내내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조사한 출연자 화제성 순위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특히 모현민의 화려한 스타일이 SNS 및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여기에는 박지현의 노력이 묻어있었다.

“현민이 캐릭터에서 가장 신경 쓴 건 스타일링이다. 시대적인 부분도 있고, 현민이의 성격이나 캐릭터를 외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요지가 많아서 헤어부터 메이크업, 의상까지 많은 노력을 했다. 운 좋게도 너무 좋은 팀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지금의 현민이 스타일링이 완성됐다. 감사드린다”

박지현은 모현민의 메이크업에 사용할 화장품을 직접 구매해 메이크업아티스트에게 전달하는가 하면, 직접 빈티지 숍에서 10벌 이상의 의상을 구매해 작품에 활용했다. 또 네일아트를 활용해 손톱에도 신경을 많이 썼지만, 모르는 사람이 많아 아쉬웠다고.

“많은 분이 손톱까지는 봐주시지 않아서 조금 아쉽다. (웃음) 현민이의 옷과 스타일에 맞춰서 네일 팁을 매번 준비해서 붙였다 뗐다 스타일적으로도 노력했다. 아이를 출산한 뒤에는 손톱을 없앴다. 아이를 키울 때 손톱이 길면 방해가 되니까 그때부터 없앴다.”

박지현에게 ‘재벌집 막내아들’은 연기자로서 한층 더 성장하고, 캐릭터 표현에 대한 욕심을 낼 수 있게끔 만들어준 작품이다. 스스로 “이렇게 디테일하게 준비해 본 건 처음이다”라고 밝힐 만큼 공을 들인 것.

“전에는 연기적인 부분에서만 노력해야 하고 그게 나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는 워낙 캐릭터가 강렬해서 욕심이 났던 부분도 있다. 시대극이라는 설정 때문에 내 의견을 더 많이 피력했던 것 같다.”

이성민, 송중기를 비롯해 신현빈, 윤제문, 김정난, 조한철, 서재희, 김영재, 정혜영, 김현, 김신록, 김도현, 박혁권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던 ‘재벌집 막내아들’. 이에 박지현은 선배들 연기에 감탄하며 배운 게 많다고 고백했다.

“출연 결정이 났을 때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호흡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즐거웠다. 막상 촬영이 시작된 후에는 선배님들 연기를 감상했던 순간이 많았다. 가족이 다 모이는 신에서 나는 대사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 선배님들이 리허설 때부터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합 맞추는 걸 보는데 연극 보는 것 같더라.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경험 많은 선배님들이 잘 챙겨주시고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JTBC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모현민 역을 맡은 박지현 / 이하 박지현 인스타그램
JTBC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모현민 역을 맡은 박지현 / 이하 박지현 인스타그램

2017년 MBC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로 데뷔한 박지현은 영화 ‘곤지암’, ‘사자’, ‘앵커’와 드라마 ‘은주의 방’, ‘신입사관 구해령’,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유미의 세포들’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필모그래피를 탄탄하게 쌓아갔다. ‘곤지암’을 통해 대중에게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켰지만, 다소 비중이 낮은 조연 역할로 크게 활약하지는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박지현은 좌절하거나 움츠러들지 않았다.

“그 시간 동안 행복하기만 했다면 거짓말 같다. 힘든 적도 있었고 불안하기도 했지만, 기쁜 적도 있었다. 모든 사람의 인생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어떤 직업을 가졌든 그만한 시간을 투자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사실 나는 연기가 진짜 재밌어서 하는 거다. 성공, 돈, 명예를 바라고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내가 지나온 시간이 그렇게 긴 시간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웃음)”

앞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은주의 방’, ‘유미의 세포들’ 등 전작에서 주인공과 대립하는, 혹은 얄미워 보일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던 박지현.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역시 주인공 진도준(송중기)의 라이벌인 진성준(김남희)의 아내였기에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박지현은 ‘모현민 그 자체’라는 평을 얻었다. 일각에서는 “연기를 너무 잘해서 얄밉다. 진짜 모현민처럼 보인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박지현은 외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모의 문제가 크지 않을까 싶다. (웃음) 평소 사납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피부도 좀 밝은 편이라 그런 캐릭터에 더 많이 캐스팅되지 않았나. 실제 성격은 정반대다. 또 나는 악역은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작품 속 캐릭터는 개개인의 서사가 있고 정당성이 있지 않나. 시청자분들은 주인공에게 이입해서 보시기 때문에 악역으로 느껴지겠지만, 그 인물도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내내 털털한 매력을 발산한 박지현은 촬영할 때도 뒤돌아보고 후회하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완성된 작품을 모니터하면서 발견한 아쉬운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할지언정 과거에 얽매여있지는 않는다는 것. 2023년 그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JTBC '재벌집 막내아들;을 무사히 마친 박지현은 2023년 개봉 예정인 영화 '히든페이스'를 통해 극장가를 찾을 예정이다. / 나무엑터스
JTBC '재벌집 막내아들;을 무사히 마친 박지현은 2023년 개봉 예정인 영화 '히든페이스'를 통해 극장가를 찾을 예정이다. / 나무엑터스

터닝포인트가 된 ‘재벌집 막내아들’을 떠나보낸 그는 새해에도 쉬지 않고 열일 행보를 이어간다. 올해 개봉 예정인 영화 ‘히든페이스’를 통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모현민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분들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고, 나에게 궁금증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생겨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20대 끝자락에 찾아온 행운 같은 캐릭터다. 지금은 영화 후반 작업 중이인데, 그 작품에서는 아마 현민이랑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행복하자’가 나의 인생 모토인데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웃음)”

home 김하연 기자 iamh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