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8%대' 고금리 적금 특별판매가 부른 참사… 동경주농협 "제발 살려주세요"
2022-12-2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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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가족과 보내게 해달라”
1년 이자 부담만 수백억…“파산 우려”
연 8%대 고금리 적금 특판 상품을 판매했다가 거액의 자금이 한꺼번에 몰린 탓에 파산 위기에 처해 가입 고객들에게 해지를 호소했던 경북 경주시 동경주농협이 해지율이 저조하자 눈물의 읍소 작전에 돌입했다.
22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동경주농협 조합장과 임직원들이 적금 가입 고객들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 메시지가 공개됐다.
전날 발송된 임직원 일동 명의의 문자 메시지는 "유자차 한 잔이 생각나는 수요일 아침입니다. 비와 눈이 뒤죽박죽 섞여서 동경주농협의 심정을 표현하는 듯 애틋한 하루인 것 같습니다"라는 애절한 문구로 시작한다.
이어 "저희 임직원 모두는 뼈를 깎는 심정으로 울며불며 해지를 호소드립니다. 저조한 해지율에 관련 당사자들은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라고 애원했다.
"모든 부분이 정리되고 나서 실수에 대한 죄는 달게 받겠습니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조합장 명의의 문자 메시지는 "거리에는 캐럴송이 울려 퍼지고 '엄마 언제 퇴근해?, 아빠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출근해?'하고 통화하는 애처로운 직원들을 바라보며 조합장으로서 눈시울이 붉혀집니다"라고 적혔다.
이어 "존경하는 고객님.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는 우리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주십시오. 모든 잘못은 조합장인 저에게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활활 타오르는 열정에 열심히 하려다 발생한 사고라 생각하시고 다시 한번 더 용서와 해지를 부탁드립니다"라고 간청했다.
동경주농협이 지난달 25일 비대면으로 연 8.2% 금리의 적금을 특판한 결과 9000억원이 몰렸다.
애초 100억원 정도 목표를 세웠으나 실수로 비대면 계좌 개설을 차단하지 못하는 바람에 고금리를 노린 전국의 자금이 모였다. 이 특판 상품에 따른 1년 이자 비용은 수백억원에 이른다.
자산 1670억원의 소규모 농협인 동경주농협은 이자를 부담하기 어려워 자칫 파산에 이를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지난 7일부터 가입자를 대상으로 가입 해지를 호소하고 나섰다.
그러나 21일 오전까지 해지된 금액은 약 6000억원으로 아직 3000억원 가량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