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관리 미흡했던 용산구청, 참사 직전 '핼러윈=시민 탓' SBS 방송 기획했다
2022-11-0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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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청이 SBS와 손잡고 기획했던 방송 주제
박희영 용산구청장 “핼러윈데이는 축제 아냐, 현상”
용산구청이 SBS와 손잡고 이태원 참사 직전 기획한 방송이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뉴스타파는 지난 4일 용산구청이 참사 당일 SBS 방송과 함께 시민들의 무질서를 지적하는 뉴스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구청의 행정 홍보에 활용하려고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서는 이태원 핼러윈데이 참사 하루 전인 28일, 용산구청에서 생산한 기록물이 증거로 제시됐다. '동향 보고'라고 쓴 문건에는 SBS '모닝와이드'에서 핼러윈데이 이태원 현장을 취재하고, 용산구청에서 지원한다는 계획이 담겨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시민의식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데에 초점을 맞춰 '핼러윈데이 시민 의식 부재 현장'이라는 주제로 기획됐다.
용산구청에서는 소음단속, 주차단속, 길에 버려진 쓰레기 정리 등을 하는 각 부서를 SBS 취재에 동행하도록 협조했다. 현장 취재는 참사 당일인 29일 오후 7시부터 11시, 다음날인 오전 9시에 이뤄질 계획이었다. 만약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 방송은 11월 2일 수요일 오전 7시 45분에 방영 예정이었다.
기획 의도대로 방송이 됐다면 이태원의 무질서는 시민 책임으로 전가되고, 용산구청은 시민의식 부재 현장을 단속하면서 고군분투하는 이미지를 각인할 수 있었다. 기획된 '동향 보고' 문건에는 그 어디에도 안전 관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앞서 지난 3일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은 참사 당일 오후 8시 20분과 9시 30분 등 두 차례 이태원 퀴논길 일대를 둘러봤다. 이후 장관 여러 명이 있는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 "인파가 많이 모이는데 걱정이다. 계속 신경 쓰겠다"는 내용을 올렸다. 걱정스러울 만큼 인파가 모인 것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으나, 경찰이나 소방 등 사고・재난 관련 기관에는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 (관련 기사)
박 구청장은 지난달 31일에는 수많은 인파에 따른 사고를 인지하지 못한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사고 책임을 묻는 말에 "저희는 전략적인 준비를 다 했다. (인파 예상을) 못한다. 작년보단 많을 거라고 예측했지만 이렇게 단시간에 많을 거라고는 예상 못했다"라며 "(핼러윈은) 축제가 아니다. 축제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는데 내용도 없고 이건 그냥 핼러윈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어떤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