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R 했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렸어요”…인터넷에 올라온 글, 과연 사실일까?

2022-11-04 07:58

add remove print link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근거 없는 소문
최근 2년간 심폐소생술이 성추행으로 인정된 판례는 1건도 없어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 사진입니다 / Platoo Studio-Shutterstock.com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 사진입니다 / Platoo Studio-Shutterstock.com

'이태원 참사'로 인해 심폐소생술(CPR)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가운데 온라인에서 근거 없는 소문이 떠돌아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여성에게 심폐소생술을 했다가 성추행범으로 고소당했다"라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특히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직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심폐소생술로 살려놨더니 성추행, 상해로 고소당하고 합의금 800 물어줬다. 법원에서도 무죄 못 받고 선고유예 받았다"라는 내용이 게시글이 올라왔다.

그렇다면 이런 논란이 과연 진실일까?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로톡뉴스는 지난 2일 '심폐소생술', 'CPR', '제세동기' 등의 키워드가 등장하는 최근 2년 치 확정 판결문을 확인한 결과 성추행으로 인정된 판례는 단 1건도 없었다고 정리했다.

정리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심폐소생술이 언급된 판결문은 총 50건이었다. 살인, 상해치사 등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언급된 것이 27건으로 피해자의 사망 경위에 대해 "뒤늦게 심폐소생술을 했다" 등 가해자의 선처 호소가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의료사고와 관련된 건이 10건이었다. 의료사고로 피해자가 사망한 경위에 대해 설명할 때 언급된 경우가 많았다. 이외에 12건은 공통점이 없었으나 폭행, 뇌물, 교통사고 관련 사건에서 피해자나 가해자의 건강 상태 진술이 다수였다.

매체 확인 결과 성범죄와 관련된 사건은 50건 중 단 1건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가해자가 피해자를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폭행해 살해한 사건이었다. 당시 가해자가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하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는 주장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 사진입니다 / nampix-Shutterstock.com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 사진입니다 / nampix-Shutterstock.com

최근 2년 이외에도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가 성추행범으로 고소당했다는 판례는 찾기 어려웠다. 근거는 2016년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주장 하나가 전부였다. 오히려 여성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한 당사자가 국가에서 표창장을 받았다는 각기 다른 사연들이 쏟아져 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실제로 여성에게 심폐소생술을 했다가 고소당한다고 해도 한국에는 '선한 시마리아인 법'에서 따온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있기 때문에 고소가 성립되지 않는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에 따르면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했을 때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은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다.

home 이설희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