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진료 못 받고 죽는 사람 폭증할 것” 8년 차 의사가 싹 밝힌 의료계 현실 10가지
2022-10-16 01:28
add remove print link
“후배 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정신과 약 먹는 사람 너무 많다”
경력 8년 차 의사가 그동안 현업에서 일하며 느낀 점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꽤 심각한 상황이다.
직업이 의사인 누리꾼 A씨는 지난해 10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의사 8년 하고 느낀 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알코올 중독은 죽기 전엔 안 끝난다.
피 토하고 간성혼수(간경변 등 간질환으로 인해 간의 기능이 저하돼 생기는 의식 상실 상태)와도 죽어야 술 그만 마신다.
2. 정신과 약 먹는 사람 너무 많다.
신기한 게 보통 위생 관념부터 사라지더라. 나도 잘 안 씻는데 정신병인가?
3. 10년 내로 소아·노인들은 병원도 못 가보고 죽는 사태 올 거다. 아니, 이미 진행 중이다.
내가 있는 대학병원만 해도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가 없어서 소아응급실이 없다. 이 지역구 자체에 소아를 보는 대학병원이 없다. 경증 환자 때문에 중증 환자가 못 들어오는 일이 점점 늘고 있다.
4. 비인기과 기피 현상은 더 심해졌다.
나 땐 대충 점수 맞춰서 진료과를 정했는데, 이젠 재수·삼수해서라도 비인기과는 피한다. 사람 살리는 의사가 점점 없어진다.
5. 가난한 사람들이 제일 악질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만 보면 치가 떨린다. 와서 깽판 치는 사람들 보면 다 수급자더라.
6. 소송 리스크가 너무 커졌다.
수술이 잘못되면 의사가 직접 무과실을 증명해야 하는데, 내가 진짜 잘못이 없는 걸 증명하는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누가 사람 죽이고 싶겠냐. 잘못이 없어도 병원은 소송 비용 때문에 그냥 몇백만원 주고 덮으려 하는 게 현실이다. 무죄 받는데 쓰는 비용·시간보다 그냥 합의금 주는 게 싸니까.
7. 의사는 군대 38개월 고정이다.
현역보다는 당연히 낫다. 근데 우리는 현역 가고 싶어도 못 간다. (군의관은) 강제로 38개월이야. 선택권이라도 주면 좋겠다.
8. 나 땐 인턴 월급이 180만 원이었다.
나 땐 주 108시간 정도 일했었다. 지금은 전공의법이 생겼고, 합법적으로 88시간 굴릴 수 있다. 지금은 300만 원 정도인 걸로 알고 있다. 어떻게 이런 비상식적, 비인간적인 노동이 지속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 간간이 전공의들이 사망했다는 기사 보면 씁쓸하다.
9. 후배 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피를 토해도 바이털(생명과 직결되는 진료과)과는 하지 말란 거다. 사명감 가지고 올 거면 소송 걸려도 막아줄 재력이나 연줄 있으면 해라.
10. 다시 의사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어. 다시 의사할 거고 사람 살리는 과는 안 갈거다. 그냥 피부·미용과 할 거다.
A씨는 "이미 바이털과 의사는 자기 과 버리고 머리 심거나 성형·피부미용으로 빠지고 있다. 자리도 없고 돈도 못 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명감 가지고 일하는 의사가 대부분이다. 적어도 내가 일하는 대학병원은 심근경색 환자 혈관 뚫으려고 병원 앞에 사는 심장내과 교수, 뇌출혈 환자 수술 때문에 항상 당직 대기 중인 신경외과 교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의사 1명만 잃어도 그 지역 심근경색 뇌출혈 환자는 병원도 못 가보고 죽는 거다. 자기 삶 포기하고 일하는데 보상은 턱없이 적거든. 의사도 저녁과 가족이 있는 삶 보내고 싶지 않겠냐. 언제까지 개인의 사명감만 강요할 거냐"고 일침을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