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 때 날 버리고 간 엄마 27년 만에 봤다... 이런 감정 드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2022-09-0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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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도 살고 싶어 도망친 거겠지만...”
“나도 어느덧 35살 먹은 아재가 됐다”

자신이 8살 때 집을 나간 친모를 27년 만에 찾은 한 남성이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해당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fizkes·imtmphoto-shutterstock.com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해당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fizkes·imtmphoto-shutterstock.com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서 활동하는 누리꾼 A씨는 '27년 만에 엄마 보고 왔다'라는 제목의 사연을 최근 올렸다.

매일 술 마시고 처자식 때리는 남자한테서 본인도 살고 싶어 도망친 거겠지만, 혼자 남아서 그 남자의 분노를 8살 어린 몸으로 견딜 땐 정말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엄마가 도망간 지 2년 뒤 친부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할머니랑 단칸방에서 살았다.

돈이 없어서 늘 급식비 지원을 받았는데, 부모님이 없다는 사실보다도 친구들 보는 앞에서 담임선생한테 급식비 신청서 내야 했던 게 가장 부끄러웠다.

흔하디 흔한 불우한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자랐다. 전역 후 할머니마저 돌아가셔서 세상에 나 혼자 남겨졌다. 그래도 어찌어찌 사회에서 한명 몫은 할 수 있었고, 어느덧 35살 먹은 아재가 됐다.

그동안 엄마란 사람을 궁금해하지도 그리워하지도 않았는데 나이가 드니까 한 번쯤은 보고 싶더라. 안 찾은 거였고 못 찾은 게 아닌지라 금방 찾아졌다. 엊그제 미리 연락하고 어제 엄마 사시는 집에 다녀왔다.

엄마는 나 버리고 도망치신 후 1년 뒤 재혼하셨고, 아들 둘 낳았는데 남편이 큰애 8살 때 돌아가셨다더라. 나도 건너 들어서 알고 있었던 건데 본인 입으로 들으니 참 기구한 인생이구나 싶더라.

심지어 둘째 애는 지적 장애가 있었다. 엄마도 몸이 약한 편이라 힘들어 보였다. 큰 애는 27살인데, 좋은 곳 취직해서 매달 생활비 보낸다고 하더라.

얼굴도 모르고 존재만 알던 동생인데 나보다 한참 어린 나이에 엄마랑 동생이라는 어찌 보면 큰 짐을 짊어지고 열심히 사는 게 기특하더라.

엄마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콱 조이는 느낌이 드는데, 왜 그런지 무슨 기분인지도 잘 모르겠더라.

그냥 이것저것 챙겨주고 담담히 나왔는데 집에 있으면서도 계속 그러네. 나이 들면 무뎌진다더니 무뎌져도 욱신거리긴 하는가 보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제는 행복해지시길..." "8살 아이한테 이런 스트레스는 전쟁과 같다고 했는데... 잘 버티셨소" "나랑 동갑이네. 나도 아빠가 미국 가서 잠적한 지 12년 만에 만났는데, 원망이나 밉다는 느낌보다도 뭔가 측은하더라" "어머니는 어쩔 수 없는 사정 속에 선택했을 뿐... 그 선택들에 대해 너무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글쓴이를 위로했다.

home 방정훈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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