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사실 '1등' 정자가 아니었습니다, 출생의 비밀 알고 있었나요?
2022-08-2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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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된 정자는 1등 아닌 2등 그룹
난자도 난포상태서 치열하게 경쟁 펼쳐
'몇억 마리 정자가 동시에 출발해 경쟁을 펼치고, 그중에서 1등으로 도착한 정자가 난자와 수정한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론 2등으로 도착한 정자가 난자와 결합한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뉴스1은 지난 8월 '잘못 알았던 탄생의 비밀'이라는 주제로 이런 내용을 담은 기사를 내보냈다.
매체에 따르면 우리가 아는 대로 정자는 수억 대 일 경쟁률을 뚫고 난자와 만나는데, 정작 1등 그룹으로 도착한 정자는 난자를 둘러싸고 있는 난구세포를 없애는 과정에서 탈진해 죽게 된다. 뒤이어 도착한 2등 그룹의 정자가 난구 안쪽 투명대를 통과하면서 난자와 만나게 되고, 난자는 정자를 받아들인 뒤 다른 정자가 들어오지 못하게끔 투명대를 두껍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뉴스1은 또 "한 달에 한번 조용히 배출돼 정자를 기다리기만 하는 줄 알았던 난자도 사실은 난포 상태에서 치열하게 경쟁한 후의 승자"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개 월경 85일 전부터 난포 경쟁이 일어나는데, 성장이 가장 빠른 우성 난포가 다량의 여성호르몬을 만들어 다른 난포의 성장을 방해하고 이렇게 경쟁자를 물리쳐 배란에 성공한 뒤 '2등 정자'와 만난다.
매체는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은 양쪽에서 경쟁에 승리한 단 하나의 '승자'들이 만나는 과정"이라며 정자와 난자의 수정을 설명했다.
1등 정자의 비애는 한 난임 전문의에 의해 이미 알려진 바 있다.
조정현 난임 전문의는 과거 신동아를 통해 "수정이 끝났을 때 현미경으로 수정란을 들여다보면 투명대에 붙어 있는 무수히 많은 불쌍한 정자들을 볼 수 있다. 이들 가운데 1번 주자였던 정자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난자에 1등으로 도착한 정자들은 힘들게 애쓰다가 남(2등 또는 3등 정자) 좋은 일만 시켜버린다. 다 된 밥에 숟가락만 올리는 정자는 따로 있는 셈"이라며 "생식의 세계에서도 타이밍과 운이 매우 중요하다. 1등 그룹 정자들이 살신성인한 덕분에 2등 그룹의 정자들이 운 좋게 난자의 세포막과 결합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