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작지만 강한 증평, 증가포르 지향점은 미래 100년 새 밑그림
2022-08-0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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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재영 증평군수
(증평=위키트리) 김성호 기자 = ‘이학봉! 잊지 말고 기억해라. 고맙다...예(禮), 그리고 공부’
9급 공무원부터 시작해 2급 고위직을 거쳐 기초정부 수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이재영 증평군수.
이학봉 어르신은 오늘의 이재영을 만든 정신적 지주 그의 어머니다.
지도자의 철학은 성장 과정에서도 엿볼 수 있어 그의 부모님의 가르침을 인터뷰 시작점에 뒀다.
받기만 하며 ‘작은 왕자’로 자란 5남매의 막내 이 군수. 돌아가시기 전 남긴 어머니의 “고맙다”는 말은 여전히 그의 귓전을 맴돈다. 무엇이 그리 고마우셨을까?
그는 유독 어르신들에게 친절하다.
증평읍 서기로 근무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임 공무원으로 정신이 없던 막내아들의 근무 모습이 궁금해 읍사무소를 찾은 그의 어머니. 대뜸 “어르신들게 친절하게 해라”는 말씀만 남기고 조용히 다시 집으로 돌아가셨다.
지금도 그가 어르신들에게 그 누구보다 친절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며 이유다.
연안이씨 후손으로 선대를 자랑스러워했던 아버지 이택승 어르신. 예를 중시하며 막내아들에겐 공부를 종용했던 어르신은 그의 또 다른 인생 멘토다.
“너는 열심히 공부해서 반드시 국가와 지역에 꼭 필요한 인물이 돼야 한다. 나 같이 농사를 평생 업으로 하는 것은 이 넓은 세상에 태어나서 얼마나 억울하겠냐. 앞으로 펼쳐질 세상은 네가 마음먹은 대로 전개될 것이니 각오 단단히 하고 공부만 하거라. 무궁한 세상을 네가 끌고 가지 못하고 따라간다면 인생이 너무 비참할 것이다”
이 군수의 지금은 이미 오래전 아버지를 통해 예견된 듯했다.
그의 공직생활은 고마워 할 줄 알고 조용하지만 치밀한 데다 정돈돼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부모님의 “고맙다. 공부해라”가 그 원천일지 모를 일이다.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증평군, 그리고 새로운 리더십’
지난 2003년 8월30일 괴산군에서 분리돼 설치된 증평군. 1읍 1면에 면적도 약 82㎢로 대한민국 본토에서 가장 면적이 작은 군(郡)이다.
증가포르(증평+싱가포르) 증평군은 작지만 강한 기초정부를 만들어 최종적으론 시 승격이 목표다.
증평군만의 특화발전 전략이나 특화산업이 절실한 이유다.
“지난 20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한 토대위에서 향후 증평 100년의 미래를 제대로 만들기 위한 기반을 마련할 생각이예요. 증평군 기본계획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수립해 신도심과 원도심, 도안면 및 남부 5개리, 좌구산·에듀팜과 읍내 권역이 연계된 균형발전을 추진하고 체험과 치유의 공간, 정주여건을 향상시켜 ‘기업이 몰려오고 문화가 꽃피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충청권 도시와 연합해 청주국제공항에 수도권 전철을 연결하면서 증평 도안역까지 회차지 노선을 끌어와 역세권을 개발하고 보강천을 충북도가 추진 중인 미호강프로젝트와 연계 친수환경공간과 여가문화 공간으로 조성할 생각이에요”
일 얘기가 나오자 그의 입은 쉬지 않았다. 그만큼 머릿속에 많은 밑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으로 읽힌다.
“주변 도시들과 연계한 바이오산업, 시스템반도체, 친환경전기철도차량, 첨단 전기전자부품산업 등을 전략산업으로 선정·육성해 경제생태계를 새롭게 조성하고 미래형 일자리를 만들 거예요. 또 학·군·민의 개방형 인재 양성 혁신 시스템을 구축, 지역의 산업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해 증평에서 첨단산업이 꽃피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규모의 경제를 감안해 지역통합이나 행정통합의 목소리도 심심치 않은 게 사실이다.
“최근 지역의 생존을 둘러싼 위기감으로 행정통합 또는 지역통합이 제기되고 있는 게 사실이에요. 정치·경제·문화 등 많은 부분이 수도권에 50% 이상 집중된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구 규모를 갖추고 새로운 발전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분명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것이라 생각되나 어느 한 지역이 어느 다른 지역을 통합의 대상으로 삼거나 정치적 권력 배분 차원에서, 또는 경제적인 논리만 내세워 이문제가 논의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60년대부터 인근의 초평, 도안, 청안, 사리, 북이의 사람들이 증평을 중심으로 생활을 해왔죠. 실질적인 군 역할을 해왔던 지역이 우리 증평이기 때문에 군민들은 이미 군을 만들기 위해 굉장한 투쟁의 역사를 가져왔습니다. 또 1980년대에는 시를 만들기 위해 똘똘 뭉친 기억도 있어요. 이런 열망이 발전의 원동력 또는 잠재력으로 작용해 점차 어느 지역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는 겁니다. 지역통합 또는 행정통합은 각 지역의 역사, 주민정서, 생활권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각 지방정부가 고유성을 유지하며 연계·협력을 강화해 메가시티 생활권 등 공동대응 체계를 구축해 지방소멸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증평군 민선 6기는 군민이 주인인 4년이 될 것이라고 단언하는 그.
군이 펼치는 모든 사업과 행정은 오로지 군민을 먼저, 군민을 중심으로, 군민과 함께 이뤄질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앞으로 4년은 증평발전의 큰 그림을 그리고 예산 5000억원, 인구 5만명 시대를 향한 도약의 발판을 다져 지역의 100년 미래를 착실히 준비해야 해요.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보육과 교육 인프라를 확충해 아이 키우기 좋은 증평, 행복 돌봄의 초석을 만들 계획입니다”
그는 지역 특색에 맞는 전략산업을 발굴하고 우량기업을 유치하는 등 혁신경제의 기초를 다질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이와 함께 증평사랑으뜸 상품권, 증평행복카드 등 지역화폐를 확대하고 상가지역의 편의 시설 등을 개선해 소상공인의 생활경제를 챙겨 나가겠단다.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와 인프라 확충을 통해 매력있는 문화관광 도시 증평을, 장애인과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 노인 등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감동 주는 평생복지 추진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농자천하지대본, 그리고 스마트 농법’
농자천하지대본이라 했다. 모든 산업이 농산업이란 얘기다. 증평군의 식량주권 전략도 궁금했다.
“농업분야에 지원은 확실히 하고 자생력을 갖춘 스마트한 농촌을 육성할 겁니다. 우선, 군이 나서서 농촌일손부족을 확실히 해결할 생각이죠. 정부고용지원금을 활용한 ‘증평 농업인 육성 프로젝트’ 등이 그것이죠. 특히 자율화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녹색농업 육성에 박차를 가할 거예요. 우선 전국 최초로 드론 등 스마트 농업기계 활용을 확대·지원해 고령화 농업을 극복하고 청년이 참여하는 스마트 농촌을 실현할 생각입니다. 유통 책임은 물론이고요. 이를 위해 농산물 가공센터 설립과 농축산물의 2차 가공생산 육성, 로컬푸드 운영 활성화 지원, 전자상거래와 온라인 마케팅 지원, 지역 특산물인 인삼·홍삼을 이용한 화장품 개발 등 6차 융·복합 사업 추진 등 농산물 유통시설 확충과 판로 개척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수부도시인 청주시의 위성도시로서 더 각인돼있는 듯 한 증평군. 증평군만의 랜드마크를 묻자 그는 다소 신중했지만 방향은 분명했다.
“접근성 뛰어난 증평입니다. 하지만 추성산성, 들노래 축제, 인삼골 축제, 김득신 문학관, 좌구산, 지역특산품 인삼, 에듀팜 특구, 민속문화체험 박물관 등 우리만의 역사·정서적 자원을 하나로 연계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죠. 따라서 향후 증평의 심장이자 상징이 될 쇼핑·문화·여가가 어우러진 랜드마크를 조성할 생각이예요. 여기에 주변 철도망 구축도 함께 추진해 증평 주민뿐만 주변 도시 500만 인구가 즐겨 찾는 증평을 만들겠습니다.”
국가균형발전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인구 5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기형적 대한민국에서 증평군의 역할도 분명 필요해 보였다.
“국토의 철도 기반 대부분은 남북축이예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중부권 동서횡단 철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이유도. 동서횡단철도 건설은 서해안 충남 서산과 당진, 동해안 경북 울진까지 동서축을 연결하는 총연장 330km 철도를 건설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에요. 당초에 이 사업에 증평이 누락됐는데 지난 7월14일 민선 8기 들어 처음 열린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건설사업 시장 군수협의회에 처음 참여했어요. 앞으로 중부권 동서횡단철도의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을 위해 힘을 보탤 생각입니다. 동서 양단의 6개 시·군의 가운데 위치해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건설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동서발전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겁니다”
‘공무원의 영혼은 곧 기획력...일의 전부, 홍보는 가슴으로’
충북지역 모든 기초정부가 그렇듯 신규사업 발굴을 통한 국비 확보 전략이 상당히 뒤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는 증평군도 매한가지여서 군의 기획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급선무 일 듯 보인다.
“비수도권 기초정부의 경우 인건비 등 고정비용과 국·도비보조사업의 군비 매칭분을 제외하면 사실 대규모의 신규사업을 추진할 재정여력이 별로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 보통교부세와 국·도비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죠. 앞으로 중앙과 도의 정부예산과 시책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5000억원 예산을 확보할 생각입니다. 또 건실한 기업을 유치해 장기적으로 자주 재원을 확충하기 위해 ‘민관 합동 기업유치 전략팀’ 운영 등도 검토해 볼 생각이고요. 예산을 예산답게 사용하고 꼭 필요한 곳에 투자해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돌아가게 하고 재정투자 성과분석제도를 도입해 예산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내총생산의 증가 기여도를 평가할 겁니다”
군 공무원들의 영혼을 끌어올리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그의 철학과 계획도 궁금했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마지막 단추도 잘 꿰듯이 민선6기가 제대로 된 성과를 내려면 처음부터 익숙한 방식이나 관행만을 고집하기 보다는 행정이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경영마인드를 도입해야 합니다. 앞으로 시대의 변화에 맞지 않는 낡은 방식들은 과감히 없애거나 개선시켜 나갈 생각이예요. 군민중심·경쟁우위 마인드에다 지역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브랜드가치 극대화마인드 등을 증평군 공무원 조직문화로 확산시켜 나갈 생각이에요. 성과 창출에 걸림돌이 되거나 불필요한 것들은 과감히 혁신해 나가겠습니다”
연도와 날짜만 바뀌는 군의 홍보자료. 반대로 해석하면 홍보할 게 없다로 해석된다. 아니 가슴으로 하는 홍보와 그렇지 않은 홍보는 군민 피부에 닿은 온도차가 분명 틀리단 얘기다.
“군정의 특성상 매년 시기마다 필요한 시책이나 연례 반복적으로 추진되는 사업들이 많다보니... 우리 지역만의 특성을 효율적으로 알릴 수 있는, 그리고 군정의 핵심을 주민들에게 올바로 전달할 수 있는 기획홍보를 강화할 생각입니다. 또 홍보라는 개념이 과거와 달라져 일방적으로 알리는 것보다 주민들과 쌍방향 소통할 수 있는 유튜브, 블로그, 소셜미디어(SNS) 등 신매체의 활용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봐요. 또 언론과 소통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이는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늘 언론과 자주 소통하며 협력해 나갈 거예요. 군정브리핑을 정기적으로 진행함은 물론 이슈가 되는 중요한 사안이 생겼을 때도 수시로, 전화 등 수단과 형식에 제한받지 않고 격의 없이 소통을 이어 나갈 계획입니다. 언론의 쓴소리도 마다치 않고 경청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제 생각과 계획을 솔직히 말씀드렸는데... 자 이제 차 한잔하세요. 김 국장님 정말 오랜만인데 어려운 얘기들 많이 했네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