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덕후 주목, 한국 애니 역사 흔들린다... '거센 업계 반발'
2022-07-0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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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해진 애니메이션 업계 상황
애니메이션 발전 연대, 성명 발표 계획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 5일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등 7개 단체를 중심으로 한 '애니메이션 발전연대'는 오는 7일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성명서에는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을 지원하던 서울산업진흥원(SBA)이 관련 예산을 줄인 것에 대한 규탄 내용을 담는다. 이를 위해 업계는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성명서 연명자를 모집하기도 했다.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에 따르면 SBA는 산하 콘텐츠본부(구 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예산을 지난해 40억 원에서 올해 12억 5000만 원으로 삭감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23년여간 지속되고 있던 애니메이션 직접 지원 사업이 사실상 '중단'에 가까울 정도로 규모가 축소됐다고 보고 있다.
협회는 기존 단편 애니메이션(10편) 지원 사업을 비롯해 웹 애니메이션(10편) 지원 사업, 상업 애니메이션(1편) 제작 지원이 모두 끊겼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런 결정에 대해 협회는 "단편 애니메이션 창작자를 모두 죽이는 결정"이라며 "한국 애니메이션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가운데 제작 지원을 줄이는 건 산업의 인큐베이팅(서비스 지원) 역할을 팽개치고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SBA 측은 단편 애니메이션에 대한 지원 중단이 아니라 지원 방식이 변경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원 대상 범위를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웹소설, 웹툰, 드라마, 캐릭터 등으로 확대하고, 단편 애니메이션에 대한 지원은 기존과 다른 방법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지원 방식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유통과 홍보에 초점을 맞춘 지원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는 단편 애니메이션의 경우 유통보다는 제작비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최근 문수진 감독은 애니메이션 '각질'로 올해 칸 국제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는 국내 애니메이션 '태일이'와 '각질'이 각각 콩트르샹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 학생 졸업작품 부문 대상을 받았다.
1000만 관객 영화 '부산행', 넷플릭스 '지옥' 등 연출로 유명한 연상호 감독도 처음 시작은 애니메이션 제작이었다. 그는 2012년 '돼지의 왕'으로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칸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이 애니메이션은 실사 드라마로 제작돼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되기도 했다.
연상호 감독도 처음에는 SBA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최유진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사무국장은 이 점을 주목하면서 "이런 제작 지원이 발판이 돼 상업이든 장편이든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나가는데, 한국 애니메이션이 도약하는 시점에 지원 축소 결정이 나왔다는 점이 놀랍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