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생들, 학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 고소… 교수까지 고개 절레절레

2022-07-0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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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임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일부 연세대 학생들 '공정 감각' 의문”

나임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 뉴스1
나임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 뉴스1

연세대 교수가 학내 청소 노동자들을 업무 방해 혐의로 고소한 일부 연세대 학생들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최근 연세대학교 재학생 A씨 등 3명은 '임금 440원 인상', '정년 퇴직자 인원 충원'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는 청소 노동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노조의 교내 시위로 1~2개월간 학습권을 침해받았다"며 638만6000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소장도 제출했다.

이를 두고 나임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지난달 27일, 다음 학기에 진행될 선택교양 강의 '사회문제와 공정'의 수업계획서를 올리며 학내 청소 노동자 고소 사건과 관련한 생각을 밝혔다.

나임윤경 교수 2022학년도 2학기 강의 '사회문제와 공정' 수업계획서.  / 연세대학교
나임윤경 교수 2022학년도 2학기 강의 '사회문제와 공정' 수업계획서. / 연세대학교

나 교수는 "누군가의 생존을 위한 기본권이나 절박함이 '나'의 불편함과 불쾌함을 초래할 때,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축적된 부당함에 대한 제도적 개입이 '내' 눈앞의 이익에 영향을 주려 할 때, 이들(일부 2030세대)의 공정 감각은, 사회나 정부 혹은 기득권이 아니라, 그 간의 불공정을 감내해 온 사람들을 향해 불공정하다 외친다"며 "연세대 청소 노동자들이 속한 민주노총에 대해 수업권 방해를 이유로 연세대 몇몇 학생들이 소송을 준비하는 것 또한 같은 사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연세대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 의무는 학교에 있지 청소 노동자들에게 있지 않음에도, 학교가 아니라 지금까지 불공정한 처우를 감내해 온 노동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그들의 '공정 감각'이 무엇을 위한 어떤 감각인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탄식했다.

학내 청소 노동자 고소 및 손해배상 소송 제기를 두고 재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연세대학교 게시판에는 소송을 제기한 학생 중 한 사람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왔다.

/ 연세대학교 에브리타임
/ 연세대학교 에브리타임

해당 게시글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 분회가 매일 학생회관 앞에서 메가폰을 틀고 시끄럽게 시위해 수업을 방해받았다"며 "불법 시위로 인해 1학기 내내 수업을 방해받았고, 시위 소음으로 정신적 피해도 입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 입구에는 고소한 학생들을 겨냥한 '당신이 부끄러웠으면 좋겠습니다 : 청소·경비노동자 투쟁을 지지하지 않는 공동체원들께'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 작성자는 "청소·경비노동자들과 그에 연대하는 공동체원들은 그동안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조용한 방법으로 오래, 길게, 끊임없이 투쟁했다"며 "무의미한 사측의 교섭과 학교 본부의 책임 회피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다음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방법이 있다면 언제든 알려주시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당신의 학습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노동자의 삶 또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존중의 공생을 모색하지 않고 노동자를 비난하는 평면적인 당신이 부끄럽다. 그리고 당신의 발화가 마치 연세대학교 공동체 전체의 발화인 것처럼 드러나는 것이 같은 학생으로서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동대책위)도 "사람답게 대접받고 싶어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와 목소리 높은 이들을 향한 혐오가 번지고 있다"며 "학생들의 지지와 연대로, 과대 대표된 혐오에 맞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동대책위가 진행 중인 노동자-학생 연대 서명 운동에는 약 22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사진,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관. / bnp_pic-Shutterstock.com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사진,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관. / bnp_pic-Shutterstock.com
home 김하민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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