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심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에 한국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사람들
2022-03-0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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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고려인 동포도 친구들로부터 괴롭힘 당해
SNS엔 러시아 출입 금지 게시물 올라오기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내 거주 러시아·고려인 동포를 향한 혐오 현상이 불거지고 있다. 학교에 다니는 미성년자들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어 상황이 심각하다.
연합뉴스는 4일 부산에서 러시아와 고려인 동포 아동을 대상으로 학원을 운영하는 정영순 대한고려인협회 교육위원장 등과 전날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고려인 출신으로 한국에서 10년 넘게 거주한 정 회장은 "학교에서 러시아어를 쓰거나 자신의 국적을 밝히는 일이 걱정된다고 고민하는 고려인 동포나 러시아 아이들이 늘었다. 이처럼 러시아에 대한 여론이 싸늘해진 적은 처음이라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부산 거주 러시아인 A씨 역시 "한 편의점 정문에서 '우크라 국민을 응원한다. 러시아인 출입 금지'라는 안내문을 봤다"며 "나 역시 전쟁을 반대한다.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억울할 따름"이라고 억울해했다.
경기도 소재 한 중학교에 다니는 고려인 동포 B양도 "친구들로부터 '러시아가 잘못했으니 네가 대신 사과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러시아 혐오 현상은 온라인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트위터엔 '러시아인 출입 금지' 등의 게시물이 일주일 새 수십 건 올라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영숙 경기 안산시 고려인문화센터장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고향을 떠난 선조들은 물론이고, 수십 년을 한국에서 살아온 현재의 고려인은 무슨 잘못을 했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한국에 거주하는 러시아인 40여 명은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 모여 침략 전쟁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한편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연해주 등으로 이주했다가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이주당한 고려인은 구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 등에 50만여 명이 흩어져 살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로 돌아와 체류하는 고려인 동포는 7만8000여 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