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탓일까 아닐까… 해외에 수출되는 한국라면이 더 맛있는 이유
2021-12-1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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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맛은 역시 MSG가 좌우한다?
미국이 규제하는 조미료 먹는 한국
라면 마니아들 사이에서 빠지지 않는 논쟁이 있다. 해외에서 국산 라면을 사서 끓여 먹으면 더 맛있다는 것. 과연 그 속설은 사실일까, 단지 기분 탓일까. 해답에 가까이 가려면 건더기보다 수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해외에서 먹는 라면이 더 맛있는 이유'라는 글이 올라와 누리꾼들의 시선을 잡았다. 해당 글에는 케이블 tvN 예능 프로 '알쓸범잡'의 내용이 정리돼 있다.
방송에 따르면 국내판과 수출판 라면의 맛을 가른 결정타는 바로 L-글루탐산나트륨 즉 MSG다.
분말 수프에 MSG가 들어가 있지 않은 국내 내수 라면은 맛이 심심하지만, MSG가 투입된 수출 버전 라면에는 특유의 자극적인 풍미가 감돈다는 것이다.
MSG는 감칠맛을 내는 조미료의 원료다. 식욕을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맛소금'의 약자가 MSG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는데. 실제로 맛소금은 MSG와 소금을 조합한 제품이다.
우리나라에서 MSG=미원으로 통한다. 20세기 초 일본에서 최초로 발매된 조미료 아지노모토(味の素)를 그대로 모방한 상품이다.
똑같은 라면이 바다를 건너갔다는 이유로 왜 수프 구성이 달라졌을까.
라면의 MSG 논쟁은 201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 TV 먹거리 고발 프로그램은 '착한 식당'을 선정하며 MSG 사용 여부를 기준으로 삼았다.
아무리 맛있고 저렴해도 MSG를 넣었다면 착한 식당으로 뽑히지 못헸다. 돼지갈비, 냉면, 감자탕 등 유명 식당들이 MSG를 넣었다는 이유로 홀대받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여기에 언론의 '화학조미료'라는 공포감을 조성하는 단어 남발, 대중들의 막연한 불안감 등이 맞물리면서 MSG는 유해한 조미료라는 인식이 박혔다.
이런 편견과 박한 평가는 한국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라면에서 MSG가 빠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라면 업체들은 MSG의 대체재로 다른 비싼 천연 첨가물을 넣었는데 이 때문에 라면의 가격이 지속 상승하게 됐다.
반면 같은 제품이더라도 수출용 버전 라면은 MSG를 사용하게 됐다. 여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숨어있다.
과학적으로 MSG는 몸에 해롭지 않다. MSG는 흔히 말하는 화학물질이나 화학조미료가 아니다. '화학' 수식어가 붙은 것은 자연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데 인간이 인공적으로 합성해 낸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MSG는 동식물의 체내에 천연으로 존재하는 물질이다.
차라리 인체에는 그 '대체재'라는 게 더 좋지 않다. 수많은 불순물이 섞여있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수프에 대체 조미료가 들어간 한국산 라면 수입을 불허했다. 이에 국내 라면 업체들은 수출 버전 라면에 넣는 조미료로 MSG를 선택했다.
결국 한국인들은 FDA가 안전하다고 인정하는 MSG가 해롭다고 믿는 바람에, 오히려 FDA가 규제하는 조미료를 먹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