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조두순'을 죽기 직전까지 고문했던 전두환

2021-11-2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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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명령으로 출소 조두순 삼청교육대행
조두순, 출소 후 전두환 찬양하는 시민 살해

조두순이 작년 12월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행정절차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조두순이 작년 12월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행정절차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전직 대통령인 전두환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반색할(?) 인물이 있다. 1년 전 출소한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69)이다. 전씨 죽음을 계기로 각기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장본인들의 악연이 새삼 조명받고 있다.

지난해 말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조두순을 죽기 직전까지 고문했던 전두환'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조두순이 출소한 지난해 12월 12일 당일에 맞춰 게시된 것이다.

네이트판
네이트판

게시글에는 1995년 12월 22일자 서울신문 기사 스크랩이 담겼다.

'삼청교육대 경험 40대, 전·노씨 찬양 60대 치사'라는 제목의 기사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로 그 조두순을 다룬 내용이다.

기사가 지면에 실린 시점은 조두순이 악명으로 이름을 떨치기 훨씬 전이었다. 한국 사회를 충격과 공포에 빠트린 최악의 아동 성범죄 사건인 일명 '조두순 사건'은 2008년 벌어졌다.

기사 내용은 이렇다.

경기도 안산경찰서는 21일(1995년 12월 21일을 지칭) 술자리에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찬양하는 사람을 때려 숨지게 한 조두순(43·무직·안산시 원곡동) 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긴급 구속.

조 씨는 이날 상오 3시쯤 안산시 신길동 부랑자들의 임시 거처인 희망자립원에서 친구인 임춘식 씨(41)와 술을 마시다 합석한 황지현 씨(60)가 "노태우, 전두환 만세"라고 외치자 주먹과 발로 마구 때려 숨지게 했다.

조 씨는 "5공 시절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고생한 생각을 하면 지금도 분이 풀리지 않는데, 황 씨가 두 사람을 찬양해 홧김에 일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조두순은 아동 성범죄자 이전에 흉악범이었던 셈이다. 당시 신문 기사는 강력 범죄 피의자의 실명을 적시한 점이 특이하다.

기사 내용은 엄연한 사실이다.

1983년 당시 31세이던 조두순은 서울시 도봉구 미아동(현재는 강북구)에서 길을 걷던 19세 봉제공장 여직원을 마구 폭행한 뒤 여관으로 끌고 가 성폭행(강간치상)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강릉교도소에서 복역했다.

그런데 피해자 가족들이 3년의 형기로는 부족하다며 당시 대통령이었던 전씨에게 청원했고, 전씨는 3년형을 다 살고 나온 조두순을 삼청교육대에 처넣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2019년 3월11일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고인으로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 뉴스1
전두환 전 대통령이 2019년 3월11일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고인으로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 뉴스1

전두환정권 때인 1980년 국가보위입법회의는 사회보호법을 제정해, 특정한 죄를 거듭 짓거나 흉악범에겐 형량 외 별도로 7년 범위에서 보호감호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삼청교육대 수용자들에게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보호감호제가 적용됐다.

거기서 갖은 고생을 하고 나온 조두순은 전씨에게 깊은 원한을 갖고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안산 우발적 살인 사건도 이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게시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전두환은 싫지만 조두순이 받은 처벌은 속 시원하네요", "나쁜 짓만 한 줄 알았는데 이런 건 잘했구나", "그래도 전두환은 미화할 수 없다" 등 반응을 보였다.

한편 지난해 말 출소 후 조두순은 주소지인 안산시에 거주하고 있다. 몇 달 전에는 그의 근황도 전해졌다.

고정대 안산보호관찰소 전자감독과장은 지난 5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두순이 작년 12월 24일과 올해 5월 7일 두 차례 외출했다고 소개했다. 그 외에는 집에서 TV 시청, 간단한 운동 등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전씨는 악성 혈액암인 다발성 골수종 확진 판정으로 투병하다 23일 오전 8시 40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숨졌다. 임종 때 부인인 이순자씨만 옆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