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뷰 아파트 가릴 수 있다는 '58m 나무'의 높이를 체감시켜 드립니다 (사진)
2021-11-12 11:13
add remove print link
한국서 제일 큰 나무가 40m 겨우 넘겨
수입해서 식재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
58m 높이의 나무가 한국에 있는지가 뜬금없이 누리꾼들 관심을 끌고 있다. ‘왕릉 뷰 아파트’를 허물지 않고 유지하려면 높이가 최대 58m인 나무로 아파트를 가려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조선 왕릉(김포 장릉) 인근에 짓고 있는 이른바 ‘왕릉뷰 아파트’는 사실상 철거해야 한다. 문화재청 시뮬레이션 결과 왕릉 경관을 헤치지 않도록 높이 기준을 맞추려면 아파트를 최대 19개층까지 철거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시뮬레이션 결과만에 따르면 대광건영은 20층을 2~5층으로, 대방건설은 20층을 1~19층으로, 금성백조는 25층을 6층으로 만들어야 한다. 꼭대기층까지 다 지은 아파트를 싹둑 잘라야 한다는 것인데 이 작업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가능하더라도 건물 안전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실상 아파트를 허물어야 한다는 결론이 시뮬레이션에서 도출된 셈이다.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나무로 아파트를 가리면 된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30~58m 높이의 나무를 심으면 아파트 경관을 가릴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큰 나무를 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 문제다. 한국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는 경기 양평군 용문사의 입구에 있는 은행나무다.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된 이 나무의 높이가 50m가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높이가 58m인 나무를 한국에서 찾는 것은 불가능한 셈이다.
그렇다고 수입이 가능할 것 같지도 않다. 이렇게 큰 나무를 찾는 것도 힘들 뿐더라 찾더라도 아파트를 가리려면 촘촘하게 심을 정도로 많은 나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58m짜리 나무는 얼마나 큰 것일까. 크기가 엇비슷한 초대형 동상을 소개한다. 중국의 초대형 관우 청동상이 지난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중국 지방 정부는혈세 낭비를 막으려고 이 청동상을 이전하려 하지만 크기가 너무 커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 동상의 크기가 57m다. 세계 최대 높이인 이 동상의 높이는 ‘왕릉 뷰 아파트’를 가릴 수 있는 나무의 높이와 엇비슷하다. 이 청동상의 높이를 보면 ‘왕릉 뷰 아파트’를 가릴 수 있는 나무를 물색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실감할 수 있다.
한편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12일 YTN 인터뷰에서 58m 나무를 심어 왕릉의 경관을 회복하는 방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며 현실성이 없다고 밝혔다.
"58m짜리는 우리나라에 존재하지도 않고요. 제가 나무 전문가들한테 조사를 했더니 상원사에 침엽수가 있습니다. 이게 제일 높은 게 45m인데 200년 정도 기른 거랍니다. 그 다음에 잘 아시는 메타스퀘어 같은 거 있죠. 이게 30m 자라는 데 200년 정도 걸린다고 하니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