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끼리 대낮에 대실비 내고 모텔에 들어간 것은 처음입니다”
2021-10-0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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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막히자 '게임텔'로 몰리는 2030
게임은 기본, 치맥까지 광란의 '모캉스'

"남자끼리 대낮에 모텔에 간 건 처음입니다.” 게이 커플의 야릇한 성적 경험담이 아니다. 최근 포털 골프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글쓴이는 “라운딩을 마치고 일하러 가야 해서 궁여지책으로 지인과 대실료 2만원을 주고 주변 모텔을 잡아 급히 씻고 나왔다”고 했다.
500만 국내 골퍼들에게 요즘 애로사항은 부킹이 아닌 다름 아닌 샤워. 코로나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방역 당국이 대부분 골프장의 샤워실 운영을 금지한 탓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남성 간 모텔 방문이 잦아진 이유는 또 있다. 최근 뽐뿌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모텔 내부 사진을 담은 글이 올라왔다.



사진을 보면 더블베드 침대 뒤편에 '2인용 PC방'이 조성돼 있다. 숙박업소에서 PC 게임을 하는 이른바 '게임텔'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PC방이 문을 닫거나 인원·영업 제한을 받자 20~30대 게이머들은 고사양 PC를 설치한 게임텔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이들이 게임을 위해 굳이 모텔까지 찾는 이유는 PC 사양 때문이다. ‘배틀 그라운드’, ‘오버워치’ 같은 인기 게임은 집에 있는 웬만한 PC로는 원활히 즐기기 힘들다.
일부 모텔의 홍보글이나 이용객들의 모텔 후기에는 컴퓨터 성능이 반응 속도가 빨라 PC방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고 자랑한다. '배틀그라운드' '던전 앤 파이터' '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크래프트' '블러드 앤 소울' 같은 게임들이 다 깔려 있어 광란의 '모캉스'를 보낼 수 있다고도 한다.

간식 먹는 것도 PC방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였는데 요즘은 음식 섭취가 금지돼 있다. 그런데 게임텔에선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게임을 하면서 치킨, 컵라면 심지어 맥주까지 흡입할 수 있다.
단점은 비용. 게임텔 이용요금은 모텔 대실료 또는 숙박비이기에 PC방과 비교하면 가격이 만만치 않다.
서울 지역 모텔 대실료는 보통 4시간에 3만원, PC방 이용요금은 1시간에 1000원이다. 4시간 이용 시 1인당 부담액은 PC방이 4000원, 모텔(2인 입장 시)은 1만5000원이다. 모텔이 PC방보다 4배 가까이 비싼 셈.
또한 '게임텔'이 단속 대상이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PC방 영업을 위해선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게임산업법에 따른 등록을 마쳐야 한다. 또 관련 시설 기준을 갖추고 게임물 관련 사업자 준수사항을 지켜야 한다. 숙박업소가 방마다 PC를 구비해 사실상 무등록 영업을 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