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이 잡은 간첩 선박… 국방부 간부가 뜬금없이 나타나 공적 가로챘다

2021-09-2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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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레이더 장비 유지비를 간부가 가로채고 있다” 제보 나와
국방부, 관련 자료 발표에서 초병의 공적을 끼워 넣어 보고해

국방부가 레이더 장비 실적에 초병의 공적을 끼워 넣어 보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국방부가 최근 국회의 요구로 발표한 '해안 감시 레이더 현황 및 실적 자료'에 한 이등병이 열상감시장비(TOD: 물체의 열을 감지해서 영상으로 보여주는 장비)를 활용해 간첩선을 발견한 사건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조선일보가 27일 단독 보도했다.

국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해안 레이더가 유지비로 상당한 비용을 소모하며 일부를 관리 부대 간부들이 가로챈다"는 제보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이에 국방부는 지난 23일 '여수 반잠수정 격침 사건'을 레이더 장비로 얻은 실적 중 하나로 발표했다.

이 사건은 1998년 12월 전남 여수에서 있었던 사건이다. 당시 이병이었던 A 씨는 경계 근무를 서면서 TOD를 보던 중 괴선박을 발견했고 격침하는 데 성공했다. 추후 조사 결과 해당 선박은 간첩선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하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이하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당시 A 씨는 해안 레이더 장비를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방부는 열상감시장비라는 언급 없이 해안 레이더 장비의 실적으로 바꿔 보고했다. 일각에선 군이 레이더 장비 관련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허위보고를 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안 감시 레이더 장비 관련 문제는 이전부터 지속해서 제기됐다. 앞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해군이 운용 중인 레이더 장비 16대 중 14대가 15년 넘게 사용됐다"며 “장비 노후화로 경계의 허점이 생길 수 있다. 아울러 수리 품목 보급, 유지 및 보수에도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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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관계자는 매체에 "여수 건은 작전 시간이 꽤 걸린 사건"이라며 "국회의 자료 요구를 우리가 잘못 이해해서 자료가 그렇게 나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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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의원은 "군 당국이 초병의 공을 가로채는 허위 답변을 제출한 것은 군의 경계 체계 기록과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알 수 있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home 김정연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