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택배 훔쳐먹고 배탈 난 사람이 “치료비 내놔라”고 떼를 씁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택배 오배송이나 분실, 지연 등 각종 소비자 피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택배 음식을 몰래 훔쳐먹은 이웃으로부터 적반하장격 봉변을 당한 사연이 누리꾼들로부터 재조명받고 있다.

A(여)씨는 간장게장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이런 딸을 위해 A씨 어머니는 매달 A씨 집으로 직접 만든 간장게장을 보내줬다. 그런데 한번은 어찌 된 일인지 아무리 기다려도 게장이 배달되지 않았다.

의아한 A씨는 택배 배송 여부를 확인해 봤다. 알고보니 주소가 잘못돼 A씨 집이 아닌 이웃의 B씨 집으로 간장게장이 배달된 것이었다. A씨가 최근 이사를 하는 통에 어머니가 주소를 잘못 기재했던 것.

A씨는 B씨 집을 찾아갔다. 잘못 배송된 게장을 돌려받기 위해서였다. 사실 여부를 묻는 A씨에게 B씨는 "며칠 전에 2통을 받았는데 주인이 안 찾으러 오기에 상할 것 같아 1통 반을 먹어버렸다"며 "남은 반통을 가져가실래요"라고 반문했다.

어이가 없던 A씨는 따지고 싶었지만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처지에 이웃집과 얼굴을 붉히기 싫어 별말 없이 발길을 돌렸다. "다음에 또 배송이 잘못되면 그때는 바로 알려달라"는 당부만 전했다.

일주일 뒤 B씨가 다짜고짜 A씨를 찾아와 화를 내면서 사태는 급반전됐다. A씨 게장을 먹고 식구들이 다 식중독에 걸렸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치료비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적반하장격인 B씨의 행동에 A씨는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내가 먹으라고 한 것도 아니고 멋대로 꺼내먹었다가 아픈 걸 어쩌라는 거냐"며 치료비를 물어줄 수 없다고 응수했다. 그러자 B씨는 "법대로 하자"며 돌아섰다.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제 게장 먹고 식중독이라는데 배상해야 해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황당 사연이다.

누리꾼들은 '제발 고소 좀 해달라 해라. 절도죄로 신고하게', '신박한 옆집을 만나 심심하지는 않을 듯', '식중독도 뻥이고 자기가 잘못한 것 같아 선수 치려고 저러는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 오배송 택배 맘대로 열면 범죄

누리꾼들의 지적대로 이런 상황이라면 오히려 B씨가 처벌받을 확률이 높다. 다만 절도죄가 아닌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절도죄는 운송장에 적힌 대로 배송된 택배를 누군가 일부러 슬쩍했을 때 성립한다. 이와 달리 다른 집으로 오배송된 물건은 법적으로는 잃어버린 물건이나 마찬가지다. 누군가 잃어버린 물건(점유를 이탈한 물건)을 임의로 가져가 사용한다면 점유이탈물횡령죄가 된다.

또한 네이버법률 등에 따르면 A씨는 치료비 요구를 들어줄 필요도 없다.

A씨가 간장게장을 조리해 판매하는 음식점 사장이었고 B씨가 간장게장을 돈 주고 구매했다면 A씨에게는 업무상과실치상 책임이 있다. 그에 따른 배상책임도 인정된다.

그러나 B씨는 간장게장을 중간에 가로채 먹은 범죄 혐의자다. A씨에게 업무상과실치상 책임은 물론 배상책임도 묻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