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 '제왕절개 수술 후 숨진 산모'가 제 아내입니다… 진실 공개합니다”

2021-07-1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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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산모가 제왕절개 수술 도중 사망해 경찰이 수사 중
산모 남편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수술 과정 공개

한 산모가 제왕절개 수술 도중 사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산모의 남편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적은 글을 게시했다.

기사와는 관련 없는 사진 / 뉴스1·셔터스톡
기사와는 관련 없는 사진 / 뉴스1·셔터스톡

사망한 산모의 남편 A 씨는 "와이프가 셋째를 낳다가 하늘나라로 갔습니다"라는 글을 12일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렸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낸 저와 세 자녀의 억울한 사정을 들어달라"라며 글을 시작했다.

A 씨는 "연년생 아이를 키우던 중 셋째가 갑자기 찾아왔다. 아내가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커 셋째를 낳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라며 "첫째와 둘째 모두 낳은 산부인과에서 분만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전 6시 50분쯤 막내아들이 태어났다. 분만이 끝나 딸들과 엄마를 보기 위해 기다렸다. 그런데 오전 8시 10분쯤 담당 의사가 올라오더니 산모가 마취에서 깨지 못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큰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심각한 상황인 줄 몰랐다"고 얘기했다.

A 씨는 "아내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심정지가 왔다. 30분가량 심폐소생술을 한 끝에 호흡이 돌아왔다. 하지만 2차 심정지가 오고 뇌부종과 복부 출혈이 심해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진짜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들을 불러 마지막 인사를 시켰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작별 인사를 한 뒤 이틀 뒤 아내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산모 B 씨는 지난 4월 26일 제왕절개 수술을 하던 중 깨어나지 못했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틀 뒤인 28일 사망했다. 부검 결과 B 씨의 신체에서는 5L 정도의 출혈이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수사 과정에서 파악된 바로는 마취과 전문의가 아닌 마취전문간호사가 마취를 담당했다. 산모가 마취에서 깨지 못하는데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까지 멀쩡하게 돌아다니던 사람이 몇 시간 만에 뇌사 상태가 되고 며칠 만에 사망했다. 병원에서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억울함을 풀고 싶다"라고 호소했다.

사망한 산모의 남편이 올린 글 전문

아들 얼굴도 못 보고, 하늘로 떠난 아내... 산부인과 의료사고 도와주세요

보배 회원분들. 항상 게시글만 읽던 제가 이렇게 직접 글을 쓰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워낙 글 쓰는 재주가 없어서 두서가 없습니다. 하지만 넓은 마음으로 꼭 한 번씩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어처구니 없이 떠나보낸 저와 세 자녀의 억울한 사정을 들어 주세요.

저는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평범한 XX대 남자입니다.

제가 아내를 처음 만난 건 제가 30대 초반이던 2014년 말이었습니다. 친구가 주선해준 소개팅에서 만나 첫 눈에 반해 2015년 결혼을 하게 됐습니다. 2016년 1월엔 사랑하는 첫째 딸이, 그 다음해인 2017년 7월에는 예쁜 둘째 딸이 태어났고요. 여느 가족처럼 행복하게, 때로는 바쁘게 살았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저희 부부에게 지난해 7월 셋째가 찾아왔습니다.

사실 아내와 잠시 고민을 하긴 했습니다. 연년생 자매를 키우면서 많이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저희 부부는 셋째를 낳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내가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워낙에 컸기 때문입니다. 힘들어도 하나 더 키우자고, 아내는 그렇게 저를 설득했습니다.

셋째 아이 출산은 첫째 아이 때부터 다니던 산부인과에서 하기로 정했습니다.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첫째와 둘째를 낳으며 별다른 문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2021년 4월 26일 오전 7시를 출산 예정일로 정했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첫째와 둘째를 돌봐줄 분이 없어서 수술 전날인 25일 오후 8시 30분, 네 가족 모두가 동반 입원을 했습니다. 다음날 수술이 끝나고 제가 출근하면서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 줄 생각이었죠.

아이들은 그저 동생이 생기는 게 신기했던지 침대 주변에서 “엄마, 별로 안 아플 거야!” “빨리 동생 보고 싶다”며 재잘댔습니다. 하지만 그날이 아내와 함께 한 마지막 날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수술 당일, 아내는 수술 전 검사를 진행하던 중 카톡으로 저에게 무섭다고 계속 연락을 해왔습니다. 전 그런 아내에게 "벌써 세번째인데 왜 이렇게 걱정하냐"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따뜻하게 말해 주지도 못 했네요. "무섭지? 괜찮을 거야, 걱정하지 말자"라는 한 마디 못 한 게 너무나도 후회스럽고 미안합니다.

검사를 끝내고 입원실로 올라온 아내는 큰 딸과, 저는 둘째 딸과 나란히 잤습니다.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난 아내가 깨끗하게 씻고 수술하고 싶다고 해서 제가 직접 샤워를 해 줬습니다.

샤워를 마치고 수술 준비를 위해 가려는데, 평소에는 아침에 잘 못 일어나는 아이들이 그 날따라 일찍 일어나 엄마 아빠랑 같이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네 가족은 함께 2층 수술실 앞 대기실에서 오전 6시쯤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에도 아내는 거듭 무섭다고 얘기하고 있었어요.

그때 담당 의사가 들어왔습니다. "컨디션 좋으시죠?" 하고 묻는 의사 질문에 우리 아내는 "저 너무 무서워요"라고 대답했고, 의사는 웃으면서 "컨디션이 좋다"고 "걱정하시지 말라"고 했습니다.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하염없이 눈물이 납니다. 그게 마지막으로 대화할 수 있는 기회라는 걸 알았다면 사랑한다고 말해 줄 걸. 그렇게 못한 게 참 후회가 됩니다.

아내는 저와 아이들을 마지막으로 두 눈에 담고는 수술실로 들어갔습니다. 오전 6시 50분쯤 막내 아들이 태어났고, 저와 두 딸은 셋째 탄생에 기뻐 했습니다. 막내의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오전 7시 5분쯤 아이들 등원을 위해 다시 입원실로 올라갔습니다. 10분 뒤 담당 의사가 입원실로 올라와 출산을 축하한다고 말해 주고 내려갔습니다.

유치원 가기까지 시간이 남은 두 딸이 엄마 얼굴을 보고 간다고 대기하던 중이었습니다. 오전 8시 10분쯤 담당 의사가 올라와서는 산모가 마취에서 못 깨어난다고, 큰 병원으로 이송해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아내에게 작은 문제가 생겼겠거니, 심각한 건 아니겠거니 생각했고 아이들과 함께 수술실 앞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내려갔을 때는 이미 119 직원들이 와있더라고요. 제 아내는 못 깨어난 채로 들것에 실려 계단으로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아내를 따라 오전 8시 46분쯤 119 차량에 탑승했고, 오전 9시쯤 대학병원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아내는 1차 심정지가 왔습니다. 의료진 분들이 30분가량 심폐소생술을 했고, 호흡이 돌아온 사이 빠르게 응급 CT를 촬영하고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CT 촬영 소견을 교수님들에게 듣고 있던 중 아내는 2차 심정지가 왔고 다시 심폐소생술이 실시됐습니다.

담당 교수님이 저를 불러내 설명해주신 내용은 이랬습니다. 뇌 부종과 복부 쪽 출혈이 심하다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불과 몇 시간 만에 너무 어이없고 믿기 어려운 일이 저희 가족에게 닥쳐온 겁니다.

정신 없는 와중에 저는 진짜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아내에게 아이들을 보여주기 위해 중환자실로 들어갔습니다. 누워 있는 아내 옆에 두 딸을 서게 하고 "엄마에게 인사 해줘, 엄마 하늘나라 가신대"라고 얘기했습니다. 영문도 모르던 아이들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엄마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렇게 안 좋은 상태로 고작 이틀을 더 버티다가 28일, 제 아내는 자기가 힘들게 키운 아이들에게 말 한마디도 못하고, 열 달 동안 힘들게 뱃속에서 키운 셋째 얼굴 한 번을 못 보고 하늘나라로 먼저 가버렸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아내였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당연히 좋은 엄마였고, 제게는 사랑하는 아내이자 동갑내기 동창 친구이자, 또 한편으로는 마음 편히 기댈 수 있는 평강공주같은 여자였습니다. 매일 밤 엄마 보고 싶다며 우는 아이들 앞에서 저는 "엄마 이제 못 봐" "하늘나라로 먼저 갔어" 이 말만 반복하면서 눈물을 꾹 참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제가 울면 아이들이 더 울테니까요.

제 아내를 이렇게 보내 놓고 1차 산부인과 담당 의사는 "마취에서 왜 못 깨어난 건지 모르겠다" "자기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 이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병원에서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습니다.

현재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의료수사전담팀에서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파악되기로는 마취도 전문의가 아닌 간호사가 진행했다고 합니다. 마취전문간호사가 마취를 진행할 땐 적어도 그 사실을 보호자와 산모에게 알려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시스템, 산모가 마취에서 깨지 못하고 있는데 적절한 대응을 못하고 죽음에 이를 때까지 방치한 의사. 모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날까지 멀쩡하게 돌아다니고 아이들과 잘 지냈던 사람이 정말 한 순간에, 불과 몇 시간만에 뇌사 상태에 빠졌고 겨우 이틀을 버티다가 죽었습니다. 지금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여러분, 도와주세요. 다시는 살아 돌아올 수 없는 아내를 대신해 억울함이라도 풀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세요. 부탁드립니다.

home 김성민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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