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로 휴지조각 된 줄 알았는데… 1원짜리가 '6만7000원' 됐습니다
2021-07-0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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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와이코퍼, 정리매매 첫날 6만배 폭등
시세차익 노린 투기…상폐주 추종은 위험

'주식을 하려면 장기투자로 하라'는 증권가 격언이 있다. 한 증권사 조사 결과 실제로 장기투자의 수익률이 47%로 이른바 단기투자(단타)보다 훨씬 높았다.
그런데 장기투자에도 맹점이 하나 있다. 바로 상장폐지(상폐)다. 개미투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상폐는 한국거래소에 등록된 주식을 장내시장에서 더 이상 거래하지 않는 걸 뜻한다. 증권시장에서 상장 자격을 잃고 거래소에서 퇴출되는 것이다.
상폐가 된다고 해서 기업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존속되고, 장외시장에서 주식 거래도 가능하다. 다만 상폐가 된 업체는 시장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쫓겨난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히므로 신뢰도가 떨어지게 된다.
흔히 상폐가 결정되면 보유 주식이 바로 휴지조각이 된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정리매매다. 투자자에게 남은 주식을 팔 수 있도록 배려한 조치다. 기간은 7거래일이다.
정리매매는 가격제한폭이 상한가, 하한가 모두 없다. 정리매매 기간 동안 주가가 폭락하는 게 보통이다. 통상 상폐로 들어간 기업 주가는 100원 단위 심하면 10원 단위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정리매매 대상 주식을 사들이는 세력도 있다.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적 거래다. 가격제한폭이 없어 이론상 200%, 300% 까지도 튈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2013년 자진 상폐로 정리매매가 시작된 에스와이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는 거래 첫날 주가가 기록적으로 폭등했다.
기준가격이 1원에 시작됐는데, 장중 한때 8만1200원을 찍다 폐장 때도 6만7000원이나 됐다. 종가 기준 하루 상승률이 무려 669만%, 6만배에 달했다. 시초가인 5000원 대비로도 주가가 하루 만에 1240% 치솟았다. 이날 총 3만8439주가 거래됐다.
'자진 상폐 기업은 경영활동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장밋빛 시나리오가 떠돌면서 주가가 급변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발적으로 상폐를 선택한 기업들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장외 매수 등으로 일정 가격을 보전해줘 정리매매에 들어가더라도 주가 변동성이 크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정리매매에 섣불리 접근했다간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 에스와이코퍼레이션 케이스는 이상현상에 속한다. 상폐 종목에 물타기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 기본적으로 하방의 힘이 강하기에 하락 추세를 맞게되고 결국 종착지는 휴지조각(상폐)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한편 상폐 주식은 거의 대부분 무용지물이 되지만, 극소수로 기업이 살아나 재상장되는 수도 있다. 이를 노리고 장외주식으로 끌고가는 사람들이 있다. 정리매매 기간 막판에 주가가 바닥을 찍었을 때 대거 매입을 하고 장외로 나간다. 그 종목이 재상장이라도 되면 몇 천%는 기본인 엄청난 차익을 남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 확률은 대단히 희박하다. 우리나라에도 과거 상폐가 됐다가 주식시장에 귀환한 회사가 몇 개 있었다. 코스피시장의 경우 JS전선, 동양강철(현 알루코), 만도, 진로 등이었다.
그런데 재상장되기까지 동양강철은 5년, JS전선은 6년, 진로는 7년, 만도는 10년 걸렸다. 대단한 강철 멘탈이 아니고서야 휴지조각 주식을 들고 5년 이상을 버틸 투자자는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