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50대 '비혼'입니다. 현실을 알려드리려 합니다” (전문)
2021-07-0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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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서 재조명 받아
50대 비혼 여성 글에 누리꾼 반응 엇갈려
자신이 50대 '비혼' 여성이라고 밝힌 작성자의 글이 재조명받고 있다.
지난달 18일 한 인스타그램 유머 페이지에 '50대 비혼의 현실'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은 지난해 1월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에 올라온 사연을 캡처한 것이다.
사연 작성자는 "10년을 넘게 '결혼 안 하길 잘했어'라고 자기 위안을 하다가 처음 글 쓴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올해 55세 여자다"면서 "1980년대 그 당시 정말 가기 힘든 유학 코스를 다녀온 후 미국물 먹은 날라리였다. 서구적 마인드로 결혼하는 여자는 바보다(고 생각했고), 하늘 아래 남편을 모신다는 게 이해가 안 됐었다. 제(저) 때는 20대 후반만 돼도 노처녀이고 남자는 일, 여자는 집 이게 당연한 거였다. 한참(한창) 예쁠 때 눈도 높았던 것도 사실이고 제가 제일 잘난 줄 알았다"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작성자는 "50대가 되니 쓸쓸하다. 제 나이면 손주 본다"며 "인생에 작고 큰 이벤트도 없다. 하루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다. 가슴 한켠이 텅 빈 느낌이 든다. 너무 오래돼 채우는 법도 모른다"고 고백했다.
이어 작성자는 "밑에 인턴이나 직원들은 제 인생이 부럽다고 한다. 선배님 신경 안 쓰고 여행 다니시니 너무 부러운 인생이란다. 그런데 다들 짝 만나 결혼하고 아이 가지니 아이러니하다"며 "젊음과 건강이 오래 지속될 거 같은데 그게 아니다. 내 부모 같이 늙고 아프니 나도 같이 아프고 늙는다"고 예전 같지 않은 건강 상태를 털어놨다.
작성자는 '비혼'으로 사는 일이 결코 녹록지 않음을 강조했다. 그는 "더욱 외롭게 하는 건 주변 시선이다. 건강 관리 잘하시라"며 "나이 들면 아프다. 그리고 웃을 일이 없다. 결혼했으면 어땠을까, 아이는 어땠을까 너무 궁금하다"고 자신이 비혼이 아닌 '결혼'을 선택했다면 달라졌을 인생에 대해 언급했다.
특히 작성자는 주변의 시선이 힘들다면서 "나이가 들면 인간관계는 현저히 적어진다. 그리고 또래 주부님들은 절 견제 또는 낯설어 한다. 공감대가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남편 없고 자식 없는 제가 이상한가 보다. 전 은퇴하고 실버타운 알아보고 있다. 이민도 생각한다. 이혼녀, 과부, 아이 못 낳아 쫓겨난 여자, 버림받은 여자 이 시선이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30대 젊은이들은 혼자인 길을 쉽게 생각하지 말아라"며 "비혼과 딩크(족)가 여행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걸 알아 뒀으면 좋겠다. 혼자를 선택했을 때 생각보다 많은 준비와 계획을 하라고 권해드리고 싶다"고 조언했다.
작성자는 반응을 의식한 듯 "이 글은 결혼을 장려하는 글이 아니라 저의 현실적인 부분을 글로 적은 것이다. 지나가던 나이 많은 아줌마의 넋두리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해당 사연 글을 본 누리꾼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비혼은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는 쪽과 "결혼해도 외롭다. 저건 그냥 개인의 성향 문제"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먼저 작성자의 글에 공감한다는 누리꾼들은 "젊고 아름다운 외모는 영원하지 않다", "비혼이 아프면 정말 답도 없다", "만약 외동이면 더 쓸쓸할 것 같다", "저도 딩크족이었는데 결혼하기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대의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내가 못 가본 길에 대한 동경은 쌍방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다 외롭다. 결혼을 안 해서가 아니다", "혼자인 사람들끼리 뭉치면 간단한 일이다.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다", "작성자분은 결혼을 하셨어도 외로우셨을 분", "개인의 성향 차이가 크다. 저도 나이 많은 비혼인데 우울하거나 크게 외롭지는 않다", "세상이 좋아져서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졌다" 등 비혼의 길이 고되기만 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위험한 일반화'라고 지적했다.
※ 다음은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 전문.
안녕하세요
10년을 넘게 눈팅 하면서 결혼 안 하길 잘했어라고 자기 위안을 하다가 처음 글 쓰네요
거의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들어와서
결혼 실패와 기막힌 시댁 이야기를 보면서 난 똑똑하다고 자부했는데 틀린 거 같군요
45세 비혼여성 글 보고 용기 내 적습니다
저는 올해 55세 여자입니다
1980년대 그 당시 정말 가기 힘든 유학코스를 다녀온 후
미국물 먹은 날라리죠
서구적 마인드로 결혼하는 여자는 바보다
하늘 아래 남편을 모신다는 게 이해가 안 됐었습니다
저 때는 20대 후반만 돼도 노처녀이고 남자 일 여자 집 이게
당연한 거였습니다.
한창 예쁠 때 눈도 높았던 것도 사실이고 제가 제일 잘난 줄 알았죠
50대가 되니 쓸쓸하네요
제 나이면 손주 봅니다.
인생에 작고 큰 이벤트도 없습니다
이상하죠 인생이 하루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랍니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죠
가슴 한켠 텅 빈 느낌입니다
너무 오래돼 채우는 법도 모르지요.
밑에 인턴이나 직원들은 제 인생이 부럽다네요
선배님 신경 안 쓰고 여행 다니시니 너무 부러운 인생이랍니다
그런데 다들 짝 만나 결혼하고 아이 가지니 아이러니하네요
젊음과 건강이 오래 지속될 거 같은데 그게 아닙니다
내 부모 같이 늙고 아프니 나도 같이 아프고 늙습니다.
이미 비혼을 결심하신 동생들께 말하고 싶네요
외로운 길입니다
더욱 외롭게 하는 건 주변 시선이구요
건강관리 잘하십시오
나이 들면 아픕니다.
그리고 웃을 일이 없네요
결혼했으면 어땠을까 아이는 어땠을까
너무 궁금합니다
50대 되니 부가 많이 쌓입니다
그 부를 같이 나눌 사람이 없습니다.
나이가 들면 인간관계는 현저히 적어집니다
그리고 또래 주부님들은 절 견제? 낯설어합니다.
공감대가 없어서 그렇겠지요?
남편 없고 자식 없는 제가 이상한가 봅니다.
전 은퇴하고 실버타운 알아보고 있어요
이민도 생각합니다
전 주변의 시선이 힘드네요
이혼녀 과부 아이 못 낳아 쫓겨난 여자
버림받은 여자 이 시선이 대부분입니다
아, 그대들의 미래는 다를 수도요.
30대 젊은이들
혼자인 길을 쉽게 생각하지 말아요
외로움은 그 어떤 힘든 것보다 더 힘들어요
젊을 때 외로움과 나이 들어 외로움은 다릅디다
인생은 1막 2장이라더군요
1장은 처녀총각의 인생
2장은 자식이 있는 인생
아무리 2막으로 넘어가고 싶어도
저는 1장에서 머뭅니다.
비혼과 딩크(족)가 여행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는걸
알아두세요
혼자를 선택했을 때
생각보다 많은 준비와 계획을 하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아 이글은 결혼을 장려하는 글이 아니라
저의 현실적인 부분을 글로 적은 거랍니다
비혼과 딩크족 여러분들이 참고만 해주세요
지나가던 나이 많은 아줌마의 넋두리라고 생각해주십시오
ㅡㅡㅡㅡㅡㅡㅡㅡ
댓글 확인해봤습니다.
격려해주신 분도 계시고 쓴소리도 계시네요
외로움을 결혼에 빗댄다 하셨는데
그걸 떠나서
같이 인생 희노애락을 나눌 동반자가 없다는 공허함이겠지요^^
나의 젊은 시절부터 나이 든 노인이 될 때까지
내 모습 온전히 기억해줄 수 있는 동반자 및 가족이 계신 분들이 부럽기도 합니다
조금 더 보태자면 저는 조그마한 의원 운영 중이며
강의와 취미도 여러 개지요
연애도 하고 모임도 다니고
일부러 남들보다 더 바쁘게 살아가는 것도 맞지만
하루를 끝내고 누웠을 때
그 조용한 어둠과 공백이 절 두렵게 하는 건 사실입니다
가끔은 누구를 가슴 벅찰 정도로 껴안고 싶기도 합니다
애견을 기르고 싶지만 아직 일정이 꽉꽉 찬 하루라
엄두가 안 나네요 무엇하나 놓게 된다면
저도 꼭 예쁘게 기르고 싶네요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50대 비혼 독신이신 분들 기회가 된다면 만나고 싶네요
지금 독신을 선택하신 그대들의 노년은
인식도 대우도 훨씬 좋아지길
모두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