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한테 '고지식'하다고 했더니 '지식이 많다'는 칭찬으로 이해합니다” (+이유)
2021-06-2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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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세대, 글보다 영상 친밀...중고등학생들 낮은 문해력 문제
'고지식'을 '지식이 많다'로, '이지적'을 '쉬운 사람이다'로 이해

경기도 소재 한 고등학교 영어교사 이민아(가명) 씨가 최근 겪은 황당한 일이 22일 이데일리를 통해 알려졌다. 고등학교 2학년 한 학생에게 "너 이지적이다"라고 칭찬했더니 학생이 '이지(理智)'를 'easy'로 알아듣고 "내가 쉬워 보이나"라며 불만을 표했다는 것이다.
해당 교사는 이전에도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한 학생에게 "고지식한 면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더니 학생이 이를 '지식이 많다(High+Knowledge)'로 해석해 칭찬으로 받아들였다는 웃픈 일화다.
해당 교사는 "요즘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문해력이 떨어진다"라며 걱정했다. 그는 "영어 공부를 잘하려면 기본적으로 국어 실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가르치는 데 애를 먹는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문해력의 사전적 의미는 '글을 읽고 의미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이는 단순히 글씨를 읽거나 쓰는 수준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문해력이 부족하면 교과서, 가입 약관, 계약서 등을 읽어도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학습과 실생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데일리안이 전한 한 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문해력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올해 EBS는 중학교 3학년 학생 약 2400명을 대상으로 문해력을 시험했다. 이중 약 30%의 학생들의 문해력은 중3 수준에서도 미달됐다. 심지어 조사 대상 학생 약 11%의 문해력은 초등학교 수준에 그쳤다.
스마트 기기의 발달이 문해력 저하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글보다 영상을 더 쉽게 접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으로 보인다. 영상으로 지식을 이해하는 경우가 늘다 보니 장문을 읽는 행위가 상대적으로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다.

정보 습득의 주요 창구가 되는 온라인상의 정보조차 제대로 분별해내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다. OECD가 작성한 '21세기 독자: 디지털 세상에서 문해력 개발하기'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들은 '문장에서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능력' 항목에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치인 25.6%를 기록했다. 이는 청소년들이 온라인에서 접하는 정보의 참과 거짓을 제대로 분별해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한 누리꾼은 "커뮤에 말귀 못알아 듣는 애들이 많은 이유가 있었네 예능 끝나면 단어 검색해서 실검 뜬 거 몰라서인 게 진짜였나봐"라며 공감했다. 다른 누리꾼은 "모를 수 있음. 그런데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고 자기 맘대로 해석하는 게 이상함"이라고 의견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