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서울 명문 고등학교, 학생에게 사상 강요 의혹 터졌다
2021-06-21 15:10
add remove print link
명문으로 꼽히는 서울 보성고등학교
수업 과정에서 학생에게 연극 대본 수정 강요 의혹 제기
1906년 설립된 서울 명문 고교 보성고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사상 주입을 강요했다는 폭로가 터져나왔다.
자신을 보성고등학교 재학생이라고 밝힌 A군은 21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게시했다.
A군은 "2학년이 되며 선택과목을 골랐다. 과목명을 보고 제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과목이 있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그 과목에서는 교과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과목명과 무관하게 선생님들의 주도로 난민, 성 소수자, 비정규직, 여성 차별에 대한 내용 등을 가르쳤다"면서 "수행평가는 연극이었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을 주제로 조별 연극을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A군은 대본을 작성한 사람은 무대에 서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에 본인이 대본을 쓰기로 했다고 전했다.
A군의 조는 '비정규직이 겪는 차별'을 주제로 연극을 준비했다. 그는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를 설정하라는 가이드에 따라 정규직 여성을 가해자로, 비정규직 남성을 피해자로 정했다.
A군은 "연극 속 사건의 발단으로써 피해자가 가해자를 성추행했다는 누명을 쓰고 회사에서 쫓겨났다는 전개를 넣기 위해 가해자를 여성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담당 교사는 A군의 대본을 읽은 후 "현실에서 성추행이나 갑질의 가해자가 되는 건 남성"이라며 "이런 이야기는 연극 활동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본 수정을 강요했다고 A군은 강조했다. A군은 "조원들에게 대본을 수정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고맙게도 조원들은 제 의견에 강한 동의를 표했다"고 말했다.
A군은 "그러자 담당 교사는 '이대로 간다면 생활기록부에 좋은 이야기가 쓰일 수 없다"면서 "내가 너희에게 부탁하는 입장이 아니다. 너희가 수업 내용을 잘못 이해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너희는 (대본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호소했다.
A군은 담당 교사가 수정 이유로 '스토리의 보편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며 "저는 제가 쓴 이야기대로 연극을 해도 비정규직이 받는 차별, 부당한 대우, 무관심함을 잘 담아낼 자신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대로라면 대본을 수정하지 않고 생기부가 엉망이 되든지, 뜻과 자존심을 굽히고 대본을 수정하든지 둘 중 하나"라면서 "일개 학생인 저로서는 이에 저항할 방법이 없다. 제가 겪는 상황이 독재가 아니면 뭐란 말이냐"라며 분개했다.
위키트리는 해당 사건에 대한 학교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학교 측은 "해당 사건에 대해 사실 확인 중에 있다"라면서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