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 있는 이 유명한 그림, 사진 찍으려면 일본에 허락받아야 한다
2021-06-09 09:08
add remove print link
미켈란젤로의 영혼 '이탈리아 시스티나 성당'
900억 들여 복원지원한 일본 NHK 촬영권 독점
여행 후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해외 유명 관광지나 여행지를 돌다 보면 사진 촬영이 제한된 장소들이 있다. 의외의 사유로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곳들도 있다. 심지어 유럽에 있는데도 사진 촬영을 위해선 지구 반대편 일본의 허가를 받아야하는 곳이 있다. 무슨 사연일까.
미켈란젤로 영혼이 담긴 곳
로마교황청이 있는 바티칸은 이탈리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람지다. 바티칸의 명소 성 베드로 대성당과 가까운 곳에 시스티나 성당이 있다.
15세기 후반에 완공된 이 곳은 카톨릭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들의 회의인 '콘클라베'가 이뤄지는 장소로 유명하다. 또한 내부를 구성하는 사면의 벽과 천장이 초기 르네상스 대표 화가들의 작품들로 가득하며, 특히 미켈란젤로의 필생의 역작도 이곳을 장식하고 있다.
미켈란젤로는 1508년 교황 율리우스 2세로부터 성당 천장화 작업 요청을 받고선 4년 만에 ‘천지창조’를 완성한다. 그로부터 30년 뒤 성당 끝 벽에 ‘최후의 심판’을 그린다. 시스티나 성당은 미켈란젤로의 소(小)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켈란젤로는 천지창조를 그리기 위해 하루 18시간씩 20m 높이 천장에 매달려 음식도 제대로 먹지 않은 채 작업에 몰두했다고 한다.
시스티나 성당을 관람한 관광객들은 웅장한 성당의 규모와 화려한 벽화에 넋을 놓았다는 후기를 남기곤 한다.
일본 NHK가 촬영권 독점
아쉽게도 시스티나 성당의 벽화는 눈으로만 봐야 한다. 일본 공영방송사 NHK에서 촬영권을 독점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성당과 일본 방송사가 어떤 연관이 있기에 촬영권을 독점한 걸까.
시스티나 성당은 400여년을 흘러오면서 성당 자체가 노후화되고 프레스코화 또한 빛이 바래거나 칙칙해졌다. 20세기 들어 이탈리아에서 자체적으로 복원작업을 시도했지만 기술 부족으로 완벽하게 복원하긴 어려웠다. 정부의 재정적 부담도 가중됐다.
이에 1982년 NHK가 천지창조를 비롯한 벽화들의 복원을 지원해주게 된다. 당시 바티칸은 세계 여러 기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금전적 부담 때문에 NHK만 제안에 응했다고 한다.
투입 비용은 약 900억원. 복원 작업을 후원한 NHK는 그 대가로 내부 촬영 독점권을 요구했다. 빛에 의한 색채 변화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라는 설명을 달았다.
따라서 관람객이 벽화 등 내부 촬영을 원하면 NHK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물론 입장객이 인산인해다 보니 핸드폰 무음으로 촬영하는 이들을 제지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하지만 만약 적발되면 본인은 물론 해당 국민 전체가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