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르 앞에 놓여 있는 이 과자… 알고 보니 지금 전지현이 광고하는 한국과자네요
2021-05-1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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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가지 맛 견과류 제품 만드는 견과류 강자 길림양행
전지현이 “H는 묵음이야” 속삭이자 매출 170% 껑충
“나의 베프, 바프(HBAF). H는 묵음이야.”
모델 전지현이 속삭이듯 던지는 이 대사는 언뜻 화장품 광고 카피처럼 들린다. 하지만 '허니버터 아몬드'로 유명한 길림양행의 아몬드 브랜드 CF다.
'건강하면서 놀라운 맛(Healthy But Awesome Flavors)’의 약자인 바프는 길림양행이 1988년 만든 브랜드 명이지만 소비자들에게 익숙지 않았다. 그러나 광고가 공개된 후 전지현 못지않게 이 카피가 회자되면서 바프의 매출이 약 170% 상승하는 효과를 거뒀다.
길림양행은 34가지 맛의 견과류 제품을 16개가 넘는 국가에 수출하면서 연간 14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영업이익률도 10% 이상으로, 견과류 하나로 막강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길림양행의 성공비결은 역발상이었다. 길림양행은 과거 사용하던 ‘탐스팜’이라는 흔한 브랜드명을 과감히 던지고, 바프라는 새로운 이름을 강조하는 광고 전략을 택했다.
길림양행이 HBAF라는 브랜드명을 제시했을 때 발음을 어떻게 할지 난감하다는 이유로 광고 대행사가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독특한 발음 방법이 오히려 홍보 포인트로 작용해 브랜드를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지현이라는 톱모델을 섭외하고 고급스러운 색감과 음악을 사용해 바프를 ‘1등 견과류’ 브랜드로 알리고자 한 광고 의도 역시 투자 효과를 톡톡히 뽑았다.
포장 디자인 역시 브랜드를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전 견과류 업체들은 투명한 포장재 안에 든 견과류들이 고스란히 보이거나 라벨에 제품 실물 사진이 크게 박힌 디자인을 고수했다.
하지만 길림양행은 포장 디자인에도 맛의 특성을 살린 색감과 캐릭터를 적극 활용해 브랜드 차별화를 노렸다. 뚜렷한 색상과 파격적인 테마를 사용한 포장 디자인은 다양한 견과류 제품이 나열된 진열대에서 소비자들의 시선을 붙잡는 효과를 냈다.
공전의 히트작 허니버터 아몬드를 만든 사람은 윤문현(43) 길림양행 대표다. 그는 부친인 윤태원 회장에 이어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28세에 부친의 회사를 물려받은 ‘금수저 경영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윤 대표가 경영권을 이어받은 2006년은 윤 회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회사가 기우뚱한 시절이었다. 100억원의 빚더미에 앉게 된 회사 상황을 외면할 수 없었던 윤 대표는 회사를 떠안게 됐다.
기회는 우연처럼 찾아왔다. 2014년 GS편의점이 허니버터맛 아몬드 제조를 의뢰한 것.
당시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를 끌자 허니버터칩을 구하지 못한 GS편의점이 대체품으로 아몬드에 허니버터맛을 입혀 달라고 제안했다.
윤 대표는 버터와 꿀을 이용한 레시피를 개발하고 겉면에 설탕을 코팅해도 아몬드끼리 서로 달라붙지 않고 눅눅하지 않게 유지되는 비법 개발에 성공했다. 제품 신선도와 식감을 살리기 위해 국내 최초로 견과 원료를 드라이 로스팅한 후 시즈닝 코팅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기존 견과 원료를 기름에 튀겨 시즈닝(양념)하던 방식에서 탈피한 새로운 시도였다. 기존 원물 그대로 섭취하던 아몬드에 양념을 입히자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시즈닝 견과의 성공으로 길림양행의 매출은 2013년 560억원에서 2018년 1400억원으로 5년 만에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이제 윤 대표는 허니버터아몬드, 카라멜앤프레첼아몬드, 군옥수수아몬드, 인절미아몬드, 불닭아몬드, 와사비맛아몬드, 티라미슈아몬드, 민트초코아몬드 등 다양한 아몬드 상품을 개발해낸 아몬드 선구자로 불린다.
지난해 윤 대표는 성공 스토리를 방송에서 공개했다.
tvN 예능 프로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MC 유재석은 "느낌이 헬스클럽 관장님 같으시다"고 농담을 던지더니 "아랍에서 작년에 열린 스포츠 대회에서 만수르(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앞에 이 아몬드가 있어 화제가 됐다"며 길림양행의 아몬드 얘기를 꺼냈다. 이에 윤 대표는 "어리둥절했다. 저분이 이걸 왜 드셨을까"라고 대답했다.
만수르는 아랍에미리트의 정치인이자 대통령인 할리파 빈 자이드 나하얀의 동생으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시티 FC을 소유하고 있는 아부다비 유나이티드 그룹의 회장이다. 재산은 가족 재산들까지 포함해 약 1500억 파운드(약 237조 7350억원)로 추정된다.
윤 대표는 사업을 물려받게 된 배경에 대해 "아버지께서 갑자기 편찮아지셨다. 뇌졸중으로 쓰러지셨다"며 "어린 나이에 뭐부터 해야 할지 평생 내가 이 빚을 갚을 수 있을까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중고차를 사서 회사 스티커도 붙이고 트렁크에 샘플을 싣고 다녔다. 마트에 거래가 안돼서 도매 거래라도 하려고 새벽에 나갔었다. 지방을 다 찍고 다녔다"며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아몬드 회사 대표이지만 실제로 자신은 견과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비화도 전해 웃음을 샀다.